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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공개검증…연예인 모범납세자, 정말 성실납세에 도움 될까?

  • 2024.01.29(월) 09:49

국세청 모범납세자 후보 올해도 배우 3명 포함
공개검증 거친다지만 선정 기준 모호
연예인 홍보대사 활용 "효과 없다" 지적

국세청이 올해 모범납세자 선정을 위한 후보자 명단을 공개했다. 매년 1월이면 국세청은 600여명의 모범납세자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고 공개검증에 들어간다. 이 때 화제가 되는 것은 후보에 오른 연예인 명단.

올해 모범납세자 후보는 총 688명이며 이 중 연예인은 배우 강하늘, 신혜선, 하지원(본명 전해림) 등 3명이다. 국세청은 지난 11일 이들의 명단을 공개해 오는 2월 9일까지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받은 뒤 심사를 거쳐 오는 3월 4일(납세자의 날)에 포상을 할 예정이다(납세자의 날은 3월 3일이지만 올해는 이날이 일요일로, 3월 4일에 납세자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

당초 국세청은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683명의 모범납세자 후보 공개검증하겠다고 밝혔지만, 행정안전부가 최근 국세공무원의 포상 훈격을 승격시키면서 국세공무원 등 5명의 후보자가 지난 26일 뒤늦게 검증대상으로 추가됐다. 공개검증 대상 정부 포상 훈격은 ▲훈장 ▲산업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등이다.

연예인 모범납세자는 '양날의 검'

연예인 모범납세자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유명세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연예인이라는 특성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연예인의 대중성을 이용해 비용을 들이지 않고 대국민 성실납세 홍보에 활용하지만, 추후 이들이 탈세 등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는 더욱 큰 논란거리가 된다.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은 연예인 중 가장 논란이 됐던 사람은 톱스타 송혜교 씨다. 송 씨는 지난 2012년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2009~2011년 동안 지출한 여비교통비 59억5300만원 중 92%인 54억9600만원을 증빙서류 없이 필요경비로 신고해 추징당했다. 여기에 더욱 불을 지폈던 것은 송 씨가 지난 2009년 모범납세자로 선정됐다는 사실이다.

2~3년의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본 송 씨가 유예 기간이 지나자마자 받은 세무조사에서 탈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모범납세자 무용론이 제기됐고, 지난 2014년 국세청장 청문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지면서 국세청은 모범납세자에 대한 사후관리 제도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지난해에는 권상우, 김태희, 이민호, 이병헌 씨 등 유명 연예인들의 탈세 소식이 이어졌고, 이 중 모범납세자 수상 경력이 있는 권상우 씨는 송 씨와 비슷한 방식으로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을 부추겼다.

일부 연예인들의 일탈에도 국세청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올해 모범납세자 후보에 3명의 연예인을 포함시켰다. 큰 이변이 없다면 이들 중 남·녀 연예인 각 1명이 모범납세자 대통령 표창을 받고 오는 4월 국세청 홍보대사로 선정돼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망이 가능한 이유는 최근 10년간(2014~2023년)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은 연예인 39명 중 국세청은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남·녀 연예인 1명씩을 국세청 홍보대사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은 연예인은 ▲2014년 공유, 하지원 ▲2015년 송승헌, 윤아 ▲2016년 조인성, 최지우, 김국진 ▲2017년 유해진, 성유리, 송지효, 김태균, 임원희 ▲2018년 하정우, 김혜수, 이광수, 김성령, 한효주, 혜리 ▲2019년 이제훈, 서현진, 김준현, 정려원, 오상진, 배철수, 이윤지, 신구 ▲2020년 이서진, 아이유 ▲2021년 조정석, 박민영, 태민, 조세호 ▲2022년 이승기, 조보아, 이선균 ▲2023년 김수현, 송지효, 임원희, 허경환 씨 등이다.

이 중 국세청 홍보대사로 선정된 연예인은 ▲2014년 공유, 하지원 ▲2015년 송승헌, 윤아 ▲2016년 조인성, 최지우 ▲2017년 유해진, 성유리 ▲2018년 하정우, 김혜수 ▲2019년 이제훈, 서현진 ▲2020년 이서진, 아이유 ▲2021년 조정석, 박민영 ▲2022년 이승기, 조보아 ▲2023년 김수현, 송지효 씨로 이들은 모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모범납세자 훈격은 훈장, 포장, 대통령·국무총리·장관·국세청장·지방청장·세무서장 등으로 나뉘며 훈격에 따라 세무조사 유예 등 주어지는 혜택이 다르다.

'인지도·신뢰감' 이해하기 어려운 선정 기준

국세청은 모범납세자 선정이 개인과 법인, 연예인이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 선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매년 남·녀 연예인 1명씩을 모범납세자(대통령 표창)로 선정해 홍보대사로 활용했다는 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사지 않아도 될 오해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모범납세자 선정 기준을 살펴보면 ▲납세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선진납세문화 정착과 국가재정에 크게 기여하는 등 납세자로서 타의 모범이 되는 자 ▲세정홍보, 국민의 납세의식 고취 및 국세행정의 개선·발전에 적극 협조해 선진세정 구현에 이바지한 자 등이다. 국세청은 홍보대사 선정기준에 대해 "모범납세자 중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로 세정홍보에 적합한 자"라고 밝혔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이다. '대중적 인지도'와 '신뢰감 있는 이미지'는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데다, 이들의 공적 역시 애매한 구석이 많다. 올해 모범납세자 후보에 오른 강하늘 씨의 공적은 "한국 대중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성실납세 의무 이행으로 선진납세의식 제고에 기여했다"는 것이며, 신혜선 씨의 공적은 "대중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사회공헌 활동과 성실납세로 국가 발전에 기여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하지원 씨 역시 "대중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국세청 및 한국세무사회 홍보대사를 역임하고 성실납세로 건전한 납세문화 정착에 기여했다"는 것이 주요공적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들의 사회공헌 활동과 성실납세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말뿐인 공개검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납세액 등 모범납세자 선정 기준 공개해야" 

일각에서는 국민들이 검증할 수 있는 납세내역, 사회공헌 활동내역 등을 공개하고, 성실납세 홍보효과가 적은 연예인 홍보대사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어떤 사람(기업)이 무엇을 기준으로 모범납세자로 선정됐는 지 정확하게 검증이 돼야 하는데 국민들이 검증할 수 없다. 모범납세자를 선정하는 것은 건전한 납세풍토 조성을 위해서 하는 것인데, 납세내역이 개인정보라고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상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모범납세자들의 동의를 받아 납세내역을 공개한다면 상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고 홍보효과도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예인을 모범납세자로 선정해 국세청 홍보대사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홍 교수는 "국세청에서 연예인 직군에게는 모범납세자 상을 일부러 주고 있다. 연예인 선정은 성실납세 홍보를 위한 것이지만, 근로자 1900만명에게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기업이나 사업자도 마찬가지"라며 "근로자들은 모두 성실히 세금을 내고 있다. 사업자들도 국세행정시스템에 의해 탈세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모범납세자 또는 불량납세자가 되기 위한 선택권이 있는 것이 아닌데, 연예인이 성실납세를 하라고 홍보한다고 해서 세금을 더 내는 사람이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모범납세자 선정 기준에는 사회공헌 활동도 포함하기 때문에 납세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모범납세자 선정 기준이 있고 후보자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나 고용노동부에서도 다 검증하고 있다"며 "납세내역 공개의 경우, 납세액을 줄 세워서 상을 주는 것이 아니고, 사회공헌 활동도 보기 때문에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이선균 씨 등 연예인들이 탈세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모범납세자 표창 박탈 여부에 대해 국세청은 "이 씨의 경우 생존해 계시지 않고 개별 사안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지만, 모범납세자들에 대해선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며 "모범납세자 상훈이 유지되는 기간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면 국세청에서 검토를 하고, 그에 맞는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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