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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회장 구재이', 파란을 일으키다

  • 2023.07.03(월) 08:3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33표차 초박빙 승부... 편파선거 논란 속 열세 깨고 당선
세무사회원들은 '새 시대, 새 인물, 새 바람' 선택했다

말 그대로 대파란 입니다. 

업계 안팎에서 '열세' 전망이 우세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망과는 전혀 다른 결과물이 도출됐습니다. 

지난 달 치러진 제33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에서 새로운 세무사회장으로 당선된 구재이 세무사(세무법인 굿택스 대표)의 우여곡절 선거 도전 스토리부터 경쾌하게 정리해볼까 합니다. 

이미지 출처: 구재이 세무사

사실 구 당선자는 꽤 오래 전부터 세무사 업계에서 '될 성 부른 떡잎'으로 평가 받아왔습니다. 세무사로서 사업적 성공도 이루었으며 활발한 학술 활동을 통해 조세전문가의 입지를 단단히 해 왔죠. 서울시의 대표 대시민 세무서비스인 '마을세무사'를 인큐베이팅해 안착시킨 주역이기도 합니다. 

구 회장이 걸어온 그 동안의 발자취로 인해 업계 안팎에서는 시기만이 문제일 뿐, 그가 회원 1만5000여명의 거대 이익단체인 세무사회장으로 올라설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사상 최초의 국립세무대학 출신 세무사회장 등 여러 수식어가 붙을 만한 인물이지만,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구 당선자가 남긴 가장 강력한 임팩트는 따로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세무사회 주변에 공고히 쌓아올려져 있던 선거 카르텔을 '구재이'라는 브랜드 파워 하나로 박살내 버렸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익단체장 선거는 어떤지 몰라도, 세무사회장 선거는 유권자인 세무사회원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선거인 형편입니다.

70~80% 수준의 투표율이 형성되기는 하지만 이는 회원보수교육 등 사실상 투표를 강제하는(?) 시스템에 따른 결과물에 불과하죠.

세무사회장 자리가 결코 아무나 해서는 안되는 자리임이 분명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아무나 돼도 상관없다'는 식의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굉장히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그동안 계속해서 이어져 온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선거 또한 '편파' 논란 속에 치러졌죠. 

회원들에게 보내는 소견문 등 선거공보물 외 각 후보들이 자신을 어필할 만한 그 무엇도 할 수 없도록 묶어놓고, 지난 10여년 동안 '보이지 않는 손'으로 움직이며 세무사회장 선거판을 좌지우지한 전임 회장이 지지하는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한 판을 깔아놓는 듯한 모습이 엿보였죠. 실상은 '엿보였다'는 표현 보다는 '그냥 대놓고 판을 깔았다'가 맞을 정도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업계 안팎에서는 구 회장의 당선을 예측하는 목소리는 모기 만한 소리 조차 나오지 않았던 것이고, 그 예측이 굳어졌다 믿은 이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33표차 당선이라는 대파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전반적 상황을 고려하면 33표차는 박빙승리라기 보다는 '(심리적)압승'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세무사 업계는 그동안 듣도 보도 못한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형태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시장 파이 확대 전략이 아닌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례로 지금은 세무사들의 큰 수익원으로 자리잡은 '성실신고확인제' 도입을 전후해 세무사 업계는 마치 공멸이라도 할 것처럼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표출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오히려 이걸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세무사회원들에게 어필할 정도입니다. 기존의 것을 늘리는 것이 얼마나 미래지향적 전략이 될 수 있까요? 그나마도 쉽게 늘리수도 없고 원하는 수준으로 무한대 증액도 불가능합니다.   

이제는 과거와는 달라진 세무서비스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통한 세무사 파이 확장을 도모해야 살까 말까인데, 지금 있는 것에서 무언가 조금 더 먹을 거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식의 지나친 방어적 기조를 답습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세무사 업계의 면역력만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온 세상이 플랫폼 경제의 선도자가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데, 이 흐름을 거부하겠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낙오자'의 위치를 찾아서 가겠다고 인정하는 꼴이나 다름없다는 것이죠. 

빠르게 변화해가는 시장 상황에 맞게 포용할 부분은 포용하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는 등 업역 방어가 아닌 업역 혁신이라는 공세적 기조의 전략을 세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당연히 세무사회장 한 사람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없고요. 

기득권이 가진 속성상 변화에 대한 거부 반응은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것이며 그 저항력 또한 강도 높을 것입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앞장서줘야 하고, 해 내는 모습을 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해줘야 합니다. 욕을 먹더라도, 재선 가능성이 사라지더라도 뚝심있게 밀고 나갈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인물이 나와주길 세무사회원들의 인식 저변에 깔려 있었을 것이고, 그 보이지 않던 욕구가 이번 선거결과를 통해 표출된 것이라고 하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요? 

"세무사들의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는, 구 회장의 약속을 한 번 '확실하게' 믿고 지지해 주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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