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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통역사가 세관에…'관세청 버전 GPT'도 가능할까?

  • 2025.07.30(수) 17:46

APEC 2차 통관절차소위원회 'AI 관세행정 전시회'

"술이 세 병 있는데, 신고해야 하나요?(I have three bottles of alcohol. Do I need to declare them?)"

태블릿의 마이크 버튼을 누른 후 영어로 물으니, 투명 모니터에 한국어로 번역된 내용이 실시간으로 떴다. 건너편에 앉은 세관 직원은 모니터 질문을 확인하고 "병수 제한은 없지만, 총 용량 2리터를 넘는다면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직원 설명도 민원인이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게 영어로 번역됐다. 

30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관세행정 전시회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실시간 AI 통역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강지선 기자]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제2차 통관절차소위원회(SCCP)가 열리고 있는 인천 송도 컨벤시아의 전시장. 전시장에는 관세청이 행정 업무에 인공지능(AI)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실시간 AI 통역 시스템을 시연한 관세청 직원은 "37개 언어를 음성 인식하고 동시에 번역하기 때문에, 공항에서 실시간으로 외국인 민원 안내가 가능하다.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도 번역이 능숙하고, 속도가 빠른 에스파냐어도 잘 소화한다"고 설명했다. 

AI 통역 시스템은 최근 인천공항세관에서 3개월간 시범 운영을 마친 상태다. 관세청 관계자는 "시범 운영 후 시스템에 대한 직원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설치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먼저 인천공항에서 활용 효과가 크다고 판단하면, 모든 국제 공항에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품목분류' 정확도 80%…HS해설서·사례로 검토

관세청이 업무에 AI를 처음 도입한 것은 2018년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직원들이 AI를 많이 활용 중인 분야는 품목분류, 외환 거래 모니터링, 기업 심사 통합정보 분석, 우범 여행자 분석 등이다.

특히 AI 품목분류는 실무 활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만큼 잘 만들어져 있었다. 빅데이터 포털에 품목명을 입력하면 과거 5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 품목이 어떤 식으로 신고됐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품명과 규격, HS코드(품목번호)까지 자동으로 추천했다.  

뿐만 아니라 추천 코드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HS해설서와 과거 분류 사례도 함께 제시한다. 실무자가 AI의 오류를 보완할 수 있는 구조다.

관세청 관계자는 "현재 AI 품목분류 정확도는 80% 이상이다. 80%인 것은 수입이 적은 물품은 데이터도 적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품목분류 모델에 6개월마다 최신 데이터를 학습·반영해 성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관세청 직원이 관세청 빅데이터 포털을 통해 AI 품목분류 과정을 시연하며 설명하고 있다. 품목명을 입력하면 HS코드를 추천하고, 그에 따른 해설서와 과거 품목분류 사례를 제공한다. [사진: 강지선 기자]

국민 질문에 대답하는 생성형 AI는 언제쯤?

반면, 생성형 AI 개발은 아직 갈길이 멀어 보였다. 관세청은 챗GPT처럼 질문에 대답하는 AI를 최근에서야 구축하기 시작했다. 관세청의 생성형 AI 오픈소스 모델은 기업 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내부망에 구축 중이다.

이 관계자는 "내부망에 새로 만든 서비스는 챗GPT와는 달리 범위를 좁혀줘야 정확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현재는 과세가격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에서 활용하는 서비스가 되기까지는 먼저 내부 직원들이 활용하면서 정확도를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과세가격 등이 민감한 문제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이 갖춰져야만 오픈할 수 있어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관세행정 전시회 부스 전경. [사진: 강지선 기자]

생성형 AI는 올해까지 파일럿(테스트 프로그램) 형태로 운영하면서 기술을 충분히 검증할 예정이다. 더불어 서비스를 온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적인 업데이트도 중요하다.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고성능 GPU가 필요한데, 아직 관세청에는 이런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채봉규 관세청 빅데이터분석팀장은 "현재 관세청이 갖고 있는 AI 모델은 모두 35개다. 7년 전 처음 모델을 만들 때는 다른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왔는데, 지금은 관세청이 직접 생산용 개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 팀장은 "먼저 예산 확보를 통해 AI를 잘 구동할 수 있는 GPU를 갖추고, 최종적으로는 세관 직원이나 국민·기업 등 누구나 관세 행정에 관해 질문했을 때 전문가 시각으로 대답하는 슈퍼바이저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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