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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실적 공개가 필요한 사람들

  • 2020.01.31(금) 14:37

[Tax&]전규안 한국세무학회 회장(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기업 임원 후보자와 관련된 정보의 공시범위 확대와 사외이사 임기 6년 제한 등이 포함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상법 시행령에 의해 기업의 이사나 감사 등 임원 후보자의 정보 공시범위에 '임원 후보자의 세금 등 체납 사실'이 추가됐다. 

지금까지 상장법인은 주주총회 개최를 공고할 때 '임원후보자와 대주주와의 관계'와 '임원후보자와 회사의 거래내역' 등 임원후보자와 회사 간 관련 정보만 공시했다. 앞으로는 주주총회 개최일 기준 최근 5년 이내에 임원후보자가 '국세징수법 또는 지방세징수법에 따른 체납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공시해야 한다. 

납세실적 공개하면 떠오르는 것은 국회의원 후보자의 납세실적 공개이다. 공직선거법 제49조에서는 국회의원 등 공직자 선거후보자의 납세실적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5년간의 후보자, 그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혼인한 딸과 외조부모 및 외손자녀 제외)의 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의 납부 및 체납(10만원 이하 또는 3월 이내의 체납은 제외)에 관한 신고서를 제출하되, 후보자의 직계존속은 자신의 세금납부 및 체납에 관한 신고를 거부할 수 있다. 올 4월에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으니, 곧 국회의원 후보자의 납세실적 공개가 진행될 것이다. 

국회의원 후보자의 납세실적 공개에 대해서 그동안 여러 논란이 있어 왔다.

첫째, 납세실적의 공개대상 기간인 '최근 5년'이 짧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후보자의 납세실적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국세징수권 소멸시효(최대 10년)를 고려해 최근 10년간의 납세실적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납세실적 공개대상 기간이 현재의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된다면 공직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0년 전부터는 성실한 납세를 해야 한다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둘째, 가족의 납세실적을 그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으로 제한하고 있고, 혼인한 딸과 외조부모 및 외손자녀는 제외되고, 후보자의 직계존속은 세금납부 및 체납에 관한 신고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재산의 불법적인 증여나 상속에 대한 확인이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납세실적 공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직계존비속에 대해서는 모든 납세실적을 공개해야 하고, 따라서 직계존속의 거부권을 삭제해야 한다. 

셋째, 납세실적의 공개대상이 되는 세금 종류가 소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로 한정되어 있어 후보자의 납세실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후보자의 납세실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소득원천별로 구분해 소득세를 종합소득과 퇴직소득 및 양도소득으로 세분화해서 공개하고, 후보자의 재산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속세·증여세·자동차세 등을 공개대상 세목에 포함해야 한다. 

넷째,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납세자가 국회의원에게 기부하는 경우는 대가를 바라고 기부하는 것이므로 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를 위해 국세청이 공개하는 '고액·상습체납자'로부터의 정치후원금 수령을 금지해야 하며, 상습·고액체납자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사후에 발견된 경우를 후보자의 납세실적 공개범위에 포함해야 한다.

국회의원 후보자와 그 가족에 대한 납세실적의 공개는 개인정보 유출이고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시 되어야 하고, 준법정신이 높은 국회의원을 선출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납세실적 공개 확대가 바람직하다. 또 일부에서는 후보자의 능력보다 도덕성에 너무 치중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러나 납세실적의 공개는 도덕성이 아니라 준법성의 문제이다. 세법을 지키지 않는 국회의원이 통과시킨 세법을 국민에게 지키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장관후보자로 임명된 직후에 갑자기 체납세액을 납부하는 경우를 가끔 본다. 이는 장관후보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체납세액을 납부하지 않았을 것임을 의미한다. 국회의원 후보자의 경우에 체납세액이 있는 경우에는 체납세액을 납부한 경우에만 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유권자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민의 성실한 납세의무를 유도하기 위해 납세실적의 공개의무는 국회의원 등 공직 후보자에게만 국한되어서는 안되며,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 등으로 확대돼야 한다. 최근에도 국무총리 후보자가 "개인정보, 금융정보 공개로 인한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납세실적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경우가 있었다. 이는 납세자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청와대는 고위공직후보자 인사검증 7대 원칙 중 하나로 '세금탈루'를 제시하고 있는데, '본인 또는 배우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해 처벌을 받은 경우이거나, 고액·상습 체납자로 명단이 공개된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 인사검증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매우 예외적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세금탈루의 범위에 일정 금액 이상의 체납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 임원후보자의 세금 체납 사실도 공시하게 된 상황에서 기업 임원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고 도덕적·법적으로 더 높은 수준을 요구받는 국회의원,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 등의 납세실적 공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세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실수로 납세실적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국회의원이나 국무총리, 장관 등의 고위직이 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미리 납세실적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문화가 싹터야 한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성실납세를 솔선수범하는 세상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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