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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를 현금 대신 부동산·유가증권으로 낼 수 있을까

  • 2024.07.24(수) 12:00

[프리미엄 리포트]구종환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상속을 받았는데 현금은 하나도 없이 부동산과 주식만 있다면 상속세를 어떻게 내야 할까요. 부동산과 주식을 팔아서 현금화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건물이나 비상장주식 같은 재산을 원하는 가격에 신속하게 파는 일이 그리 쉽진 않습니다. 이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국내 최고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구종환 변호사에게 상속세 납부 방법에 대해 직접 들어봤습니다.

과거 상속세는 일부 부유한 사람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자산가격이 상승하면서, 상속세 과세대상자의 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연보의 상속세 결정현황에 따르면, 2013년도에 상속세가 과세된 피상속인수는 6275명이고 총 상속세 결정세액은 약 1조3629억원이었지만, 2023년도의 경우 상속세가 과세된 피상속인수는 1만9944명이고, 총 상속세 결정세액은 약 12조2901억원이다. 상속세 과세대상자도, 상속세액도 10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했다. 

이처럼 상속세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현실적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상속세는 과세되는 금액은 큰 반면, 상속재산은 부동산이나 주식의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다. 부동산이나 주식은 제 가격에 처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이 때 자금 유동성 부족으로 상속세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들의 고충이 있을 때가 많다.

이럴 때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상속세 물납제도이다. 모든 세금은 세법상 현금 납부가 원칙이지만, 상속세의 경우 납세자가 납부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예외적으로 물납제도를 두고 있다. 물납제도는 세금을 현금 대신 물건으로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에는 상속세 뿐만 아니라 증여세,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세목에 대해 일부 물납제도가 인정되었지만, 현재는 상속세를 제외한 나머지 세목의 물납제도는 폐지되었고, 상속세만 법에서 정한 요건들이 충족되는 경우 부동산, 유가증권으로 물납이 가능하다.

상속세 물납에는 법에서 정한 많은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 중 핵심적인 요건들을 우선 살펴보자.

첫째, 상속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 비중이 50%을 초과해야 한다. 여기서 상속재산은 상속인 및 수유자가 받은 사전증여재산을 포함한다. 

둘째,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해야 한다. 

셋째, 상속세 납부세액이 금전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재산의 가액을 초과해야 한다. 여기서 금융재산의 가액에 사전증여재산은 제외한다. 상속세 납부세액이 금전과 금융재산의 가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금전과 금융재산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으므로 물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넷째, 물납하려고 하는 재산이 관리·처분에 적당해야 하고, 부적당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부동산은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저당권 등 재산권이 설정된 경우, 물납신청한 토지와 그 지상건물의 소유자가 다른 경우, 토지의 일부에 묘지가 있는 경우 등에는 관리·처분이 부적당한 것으로 보아 물납 대상에서 제외된다. 

유가증권은 발행회사의 폐업 등으로 사업자등록이 말소된 경우, 발행회사가 해산사유가 발생하거나 회생절차 중에 있는 경우 등에는 관리·처분이 부적당한 것으로 보아 물납 대상에서 제외된다. 과세관청은 물납신청을 받은 재산이 관리·처분상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재산에 대한 물납허가를 하지 않거나, 관리·처분이 가능한 다른 물납대상재산으로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 

물납허용한도는 ①상속재산 중 부동산 및 유가증권의 가액에 대한 상속세 납부세액, ②상속세 납부세액에서 상속재산 중 순금융재산과 상장유가증권의 가액을 차감한 금액 중 적은 금액이다. 예를 들어, 상속세가 30억원, 상속재산이 100억원(부동산 80억원, 금융재산 20억원)인 경우 위 요건 중 ①은 24억원(상속세 30억원 × 80억원/100억원)이고, ②는 10억원(상속세 30억원 – 금융재산 20억원)이므로, 그 중 적은 금액인 10억원까지만 물납이 허용된다. 

이처럼 물납금액에 허용한도를 두는 이유는 금융재산과 상장유가증권은 현금화하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이들을 현금화하여 상속세를 납부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다만, 위 납부세액을 납부하는데 적합한 가액의 물건이 없을 때에는 한도적용에서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상장주식은 원칙적으로 물납이 허용되지 않는다. 상장주식은 처분이 용이하므로 금전납부가 가능하다고 보아 물납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다만, 거래소에 상장되어 물납허가통지서 발송일 전일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분이 제한된 경우에는 물납이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비상장주식도 원칙적으로는 물납이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다른 상속재산이 없거나 다른 상속재산으로 상속세 물납에 충당하더라도 부족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비상장주식의 물납이 허용된다. 국가의 입장에서 비상장주식의 물납을 제한하는 이유는, 이를 처분하여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고, 물납 이후 회사가 파산하여 세금회수가 불가능해지면 국고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납에 충당하는 재산은 ①국채 및 공채, ②상장유가증권 중 자본시장법에 따라 처분이 제한된 것, ③국내소재 부동산, ④기타 유가증권, ⑤비상장주식, ⑥상속인이 거주하는 주택 및 부수토지 등의 순서에 따라 허가한다. 

종전에는 부동산과 유가증권에 한하여 상속세 물납을 허용했고, 미술품 등에 대해서는 전혀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미술품은 현금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국가가 매각을 원활히 하지 못하면 국고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21년 12월 21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개정되면서 문화재나 미술품을 국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도록 세상에 나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일부 문화재 및 미술품에 대해서도 상속세 물납이 가능한 특례가 신설되었다. 문화재 및 예술품은 역사적·학술적·예술적인 가치가 있어 문화체육부장관이 요청하는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 물납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것 외에도 상속세 물납은 법령상 많은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하고, 충당 순서, 신청 및 허가 절차도 엄격하고 자세히 정해져 있어 실제 물납을 진행할 경우 다소 복잡한 법적 문제들이 발생할 때가 많다.

따라서 상속을 준비할 때는 현금만으로도 상속세 납부가 가능할 것인지, 상속세 자금 조달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만약 현금 납부가 어렵다면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물납이 가능한 법정 요건에 해당할 것인지 등 예상되는 문제들을 조세전문가들과 함께 사전에 충실히 검토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구종환 변호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제50회 행정고시(재경직)와 제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국세청 행정사무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용인세무서 운영지원과장, 청주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을 거쳐 2014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조세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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