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은 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세금을 부과·징수한다. 정부조직법은 내국세의 부과·감면 및 징수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국세청을 둔다고 그 역할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국세청은 국가 재원의 조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국세청이라고 하면 세금을 추징하기 위한 절차인 세무조사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물론 세무조사는 국세청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세무조사 외에도 세금신고, 납세자료의 관리·분석, 체납자에 대한 강제징수, 세법 법령해석 등 세금과 관련된 수많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납세자가 억울한 과세처분을 받지 않도록 처분 이전의 사전적 권리구제를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과세전적부심사 제도이다.
과세전적부심사는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과세처분을 하기 전에 과세할 내용을 미리 납세자에게 통지하여 그 내용에 이의가 있는 납세자로 하여금 과세의 적법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이다. 즉, 과세처분 이전의 단계에서 납세자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로서,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등 과세처분 이후의 사후권리구제 제도와는 달리, 과세관청이 과세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여 스스로 시정하는 사전권리구제 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세전적부심사는 1981년 9월 세무조사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도입된 고지전심사제도에 그 시초를 두고 있다. 국세청은 1996년 4월 과세전적부심사처리규정을 신설하여 제도를 확대운영하기 시작하였고, 2000년 1월부터는 국세기본법 법률에도 과세전적부심사 제도가 명문화되어 현재까지 시행 중이다.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자는 세무조사결과통지 또는 과세예고통지를 받은 자이다.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은 위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이다. 과세전적부심사는 해당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에게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① 청구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② 법령과 관련하여 국세청장의 유권해석을 변경하여야 하거나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경우, ③ 국세청장의 훈령·예규·고시 등과 관련하여 새로운 해석이 필요한 경우, ④ 세무서 또는 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세청장의 업무감사 결과에 따라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이 하는 과세예고통지에 관한 경우 등에는 더 신중한 심의를 위하여 국세청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
모든 경우에 납세자가 과세처분 이전에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① 체납 등 국세징수법에서 규정하는 납부기한 전 징수의 사유가 있거나 세법에서 규정하는 수시부과의 사유가 있는 경우, ②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고발 또는 통고처분하는 경우, ③ 세무조사결과통지 또는 과세예고통지를 하는 날부터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척기간 만료일까지의 기간이 3개월 이하인 경우 등 법령상 예외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없다.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받은 세무서장, 지방국세청장 또는 국세청장은 각각 국세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청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청구인에게 통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이는 훈시규정으로, 실무적으로는 청구서 접수 이후에 처분청의 답변, 납세자의 항변 등의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결정일까지 그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다.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접수일로부터 30일이 경과할 경우, 그 이후 기간에 대한 납부지연가산세는 50%가 감면된다. 심사를 진행하는 국세심사위원회는 국세청 소속의 내부위원과 국세청 소속이 아닌 외부위원이 모두 포함되어 구성되어 있다.
과세전적부심사청구 결정에는 채택, 불채택, 심사거부, 재조사가 있다. 채택은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때(일부가 인정될 경우 일부 채택), 불채택은 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되는 때, 심사거부는 청구기간이 지났거나 보정기간에 보정하지 않은 때, 재조사는 구체적인 채택의 범위를 정하기 위해 사실관계 확인 등 추가적으로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 한다.
대법원은 과세처분 이전에 납세자가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국세기본법 법령이 과세예고통지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거나 과세전적부심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과세처분을 할 수 있는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세관청이 과세처분에 앞서 필수적으로 행하여야 할 과세예고 통지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납세자에게 과세전적부심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과세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과세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두52326 판결).
또한 대법원은 과세예고통지 후 과세전적부심사청구나 그에 대한 결정이 있기도 전에 과세처분을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과세전적부심사 이후에 이루어져야 하는 과세처분을 그보다 앞서 함으로써 과세전적부심사 제도 자체를 형해화시킬 뿐만 아니라 과세전적부심사 결정과 과세처분 사이의 관계 및 불복절차를 불분명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그와 같은 과세처분은 납세자의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절차상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시한 바도 있다(대법원 2016. 12. 27. 선고 2016두49228 판결,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두57490 판결 등).
나아가 대법원은 최근에도 세무조사결과통지의 내용 중 일부에 대해서 고발 또는 통고처분이 이루어져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할 수 없는 예외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고발 또는 통고처분의 대상이 아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전적부심사청구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바로 과세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두45968 판결).
국세청의 과세전적부심사제도는 과세처분 이후의 사후적 구제제도와는 별도로, 과세처분 이전의 단계에서 납세자의 주장을 반영함으로써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마련된 사전적 구제제도로서, 과세관청에게 위법·부당한 과세처분을 할 가능성을 스스로 줄이고 납세자도 과세처분 이전에 자신의 주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예방적 구제제도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또한, 납세자의 입장에서 사안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과세처분 이전에 조세분쟁을 조기에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절차이기도 하다.
이처럼 과세처분 이전에도 국세청에서 납세자의 사전권리구제를 도모할 수 있는 절차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으므로, 아직 과세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곧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사안에 따라서는 과세처분 이후의 사후권리구제 절차 뿐만 아니라 국세청의 과세전적부심사청구를 사전에 진행해보는 것 역시 고려해 볼 수 있다. 물론, 사안의 특성에 따라 가장 실효성 있고 효율적인 권리구제절차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조세불복 전문가와 미리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상의를 하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종환 변호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제50회 행정고시(재경직)와 제3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국세청 행정사무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국, 용인세무서 운영지원과장, 청주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을 거쳐 2014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조세소송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