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죠?
근로소득자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연말정산은 이미 냈던 세금을 돌려받는 과정입니다. 반면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의 경우 다음해 3월에 법인세 신고 또는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죠.
근로자들은 근로소득세를 미리 낸 후 돌려받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지만, 개인사업자나 법인의 경우 받아야 할 공제 등을 다 적용해 최종 결정세액을 신고·납부합니다.
그런데 국세청 과오납 환급금이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2년 5조6000억원이었던 환급금은 지난해 8조원을 돌파했는데요.
세금신고를 잘못한 사업자의 탓일까요? 과세를 잘못한 국세청의 탓일까요?
부당과세 늘었나…불복환급액 2조원 넘어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과·오납 환급금은 8조1495억원이었습니다.
이 금액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2022년 5조6838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0% 이상 증가했는데요.
과·오납 환급금 중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불복환급금으로 2022년 1조2313억원에서 지난해 2조1243억원으로 72% 증가했습니다. 다음은 경정청구 환급금으로 2022년 3조3167억원에서 지난해 4조9565억원으로 49% 증가했는데요.
불복환급금은 국세청의 과세에 부당함을 느낀 납세자가 이의신청·심사청구(또는 심판청구)를 내는 등 불복절차를 거쳐 돌려받는 세금입니다.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부과했다가 무효 결정이 내려진 것이 지난해 기준 2조원이 넘는다는 뜻으로, 이건 국세청 잘못이 맞는데요.
다만 불복환급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국세청과 세무업계의 의견입니다.
불복은 결정이 나기 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언제 국가패소로 환급금이 발생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실제 2020년 불복환급금은 1조8037억원, 2021년 1조7063억원, 2022년 1조2313억원으로 줄어들다가, 지난해 다시 늘어났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불복환급금의 증감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복소송은 결정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인용 결정이 많이 몰리는 해가 있으면 환급금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정청구 환급금 증가…세금환급 플랫폼 때문?
불복환급금의 경우 증가 이유를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경정청구 환급금은 증가하는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경정청구는 납세자가 기존 신고 내용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해 세금을 환급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납세자가 잘못 신고해 세금을 더냈으니 돌려달라는 것이죠.
그런데 경정청구 환급금은 2020년 3조9995억원, 2021년 3조5024억원, 2022년 3조3167억원에서 2023년 4조9565억원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경정청구 환급금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국세청은 소득세의 경우 세금환급 플랫폼 영향과 법인세의 경우 고용증대 세액공제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쩜삼과 같은 세금환급 플랫폼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하면서 소득세 경정청구를 하는 납세자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죠.
법인들의 경우 고용증대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경정청구를 하는 건수가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실제 세무업계에서는 고용증대 세액공제 경정청구를 해주겠다고 적극 영업하는 곳도 늘고 있죠.
세무법인에서 근무하는 한 세무사는 "고용증대 세액공제를 신청했다가 직원이 퇴사하면 공제액을 토해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무대리인이 기업의 항의를 받기 때문에 공제를 바로 신청하지 않는다"며 "직원의 고용이 2~3년 유지되는 것을 보고 경정청구를 신청하기 때문에, 최근 경정청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2023년 기준 납세자의 실수로 착오·이중납부해 돌려받은 환급금은 7097억원, 납세자가 처음에는 소명하지 않다가 세금고지 후 증빙을 제시해 국세청이 이를 받아들여 환급하는 직권경정은 3590억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