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원.
국세청이 지난 2년간 국내 인적용역소득자 약 620만명에게 돌려준 소득세 환급액이다.
사업자들은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한 뒤 최종적으로 결정된 결정세액만 납부하는 반면, 인적용역소득자들은 왜 세금을 미리 냈다가 돌려받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부 입장에서도 행정력 낭비가 상당한 이런 일이 대체 왜 벌어지는 것일까?
현재 영세 자영업자, 배달라이더를 포함한 N잡러 등 인적용역소득자는 사업소득의 3%(지방소득세 포함 3.3%)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월 보수가 200만원이라면 고용한 회사가 3.3% 세금을 뗀 후 193만4000원을 지급받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내야 할 세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5월 종소세 신고를 해야만 인적공제나 필요경비 공제 등 각종 공제를 적용해 최종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금이 결정되는데, 대개는 영세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이미 낸 세금보다 최종 결정세액이 더 적은 경우가 많다.
원천징수로 이미 낸 세금은 6만6000원이지만, 각종 필요경비와 공제 등을 적용해 최종 세액이 3만원으로 결정된다면 3만6000원을 돌려받는 것이다. 근로자의 연말정산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동안 인적용역소득자들은 이미 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종소세 신고를 하지 않은 채 그냥 넘어갔다. 원천징수한 세금이 내가 내야 할 세금으로 착각한 것이다.
삼쩜삼을 비롯한 세금환급 플랫폼은 이런 점을 파고들었다. 인적용역소득자들이 몰랐던 부분을 "떼인 세금 찾아드립니다"와 같은 자극적인 광고 문구로 공략한 것이다.
사실 세금환급 플랫폼의 폭발적인 성장에는 국세청이 한 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국세청에서 적극적으로 환급 안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들의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국세청은 수수료 없이 환급액 전액을 받을 수 있는 '환급금 찾아주기' 서비스를 적극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처음부터 정부가 인적용역소득자에게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면 세금환급 플랫폼이 비싼 수수료로 영업하거나, 국세청에 환급 폭탄이 떨어지는 일도 없지 않을까?
원천징수세율 1→3% 인상한 까닭은
현대의 원천징수 제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막대한 전쟁비용과 대공황 극복 등을 위해 미국과 영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납세자 입장에서 원천징수는 세금납부 부담을 분산시키고, 정부 입장에서는 체납을 사전차단해 세수확보를 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다.
우리나라에는 1950년대부터 원천징수 개념이 소득세 제도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정부에서는 소득세법을 개정해 원천징수 대상을 사업소득과 기타소득으로 확대했다.
1980년대 프리랜서나 컨설턴트, 예술인 등 인적용역소득자들이 등장하면서 1990년대 이들에 대한 원천징수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도입 초기에는 소득세 1%에 지방소득세 0.1%로 소득에 대해 1.1%를 원천징수했다.
하지만 의사와 변호사, 회계사, 연예인 등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루 문제가 불거졌고 1998년 5월부터 원천징수세율이 신고납부세목으로 바뀌면서 3%(소득세 3%+지방소득세 0.3%)로 인상돼, 현재까지 적용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원천징수세율 인상은 고소득 자영업자 때문이었지만, 현재 문제가 되는 인적용역소득자는 배달라이더, 캐디, 보험설계사 등 저소득 자영업자들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원천징수세율이 높기 때문에 환급금이 폭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적용역자로부터 필요 이상의 세금을 징수하고, 환급해주는 비효율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세 인적용역자가 소액의 환급금을 받기 위해 유료 플랫폼에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원천징수세율을 3%에서 1%로 환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환급 플랫폼 업체와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세무사회도 신속히 관련 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원천징수세율이 1%로 인하하는 것에 대해 세무 업계·학계 전문가들은 원천징수 세액이 3분의 1로 감소해 환급액 역시 줄어든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세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환급세액이 많아지고, 환급세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삼쩜삼 등 유료 환급서비스 업체에 납세자들이 지급하는 비용은 증가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원천징수세율 1% 환원이 현실화되면 세금환급 플랫폼들의 영업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율 1% 인하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어, 사회적인 논의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인적용역소득자가 내는 세액은 정해져 있는데, 원천징수세율을 1%로 인하한다고 해서 세금 자체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원천징수 세액이 줄어들면 당연히 세금을 추가 납부해야 할 수도 있다. 세금을 최소한으로 내고 싶은 납세자로부터 거부 반응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