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소득자에게 연말정산은 해마다 반복되는 연례행사입니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자동으로 작성되는 소득자료를 제출하면, 세액을 환급받거나 추가 납부하는 것으로 끝나는 간단하고도 익숙한 절차인데요.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근로소득자들은 어떤 공제 혜택을 받고, 연말정산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요.
한 국가의 연말정산 제도는 단순한 세금 계산을 넘어 그 사회가 가진 경제적 환경과 문화적 배경, 정책적 우선순위가 모두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어떤 국가는 의료비나 주택자금처럼 개인의 생활과 밀접한 지출을 공제 대상으로 삼고, 또 어떤 국가는 가족이나 사회적 기여를 중심으로 공제 제도를 설계하죠.
그렇다면 미국·영국·일본과 우리나라의 연말정산 공제제도는 어떻게 다를까요. 지난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근로소득 납세환경' 연구보고서를 참고해 경제·사회적 특성과 정책 목표가 각 나라 세금 공제제도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우리나라와 비교해 살펴봤습니다.

美 근무지 이전 이사비, 英 전문 면허 등록비, 日 지진 피해도 소득공제
미국은 우리나라의 인적공제와 비슷한 개념으로 표준공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표준공제는 인적공제와는 달리 납세자가 미혼인지, 부부인지에 따라 구분하는데요. 우리나라와 달리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문화적 특성상, 부양가족까지 공제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미국 국세청이 근로소득 필요경비로 인정해 소득공제하는 항목입니다. 미국 국세청은 근로자가 업무 관련해 사용한 비용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열거하고 있는데요.
미국 직장인은 근무지 이전에 따른 이사비용이나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쓴 고용대행 비용, 노동조합 등 근로자 조직단체 비용까지 소득공제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작업복이나 유니폼, 업무 중 안전을 위한 모자·장갑·신발 등 구입비용도 필요경비에 해당합니다.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하는 직장인은 주거 중인 주택 운용비용과 주택 감상각비를 공제받습니다.
영국 또한 근로자가 업무 관련 비용을 총급여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비슷한데요.
영국은 자차를 업무에 사용하는 직장인에 공제혜택을 부여하는데, 차량의 사용량을 마일리지로 측정해 1마일당 일정금액을 비과세합니다. 또한 자동차를 포함한 기계장치를 업무를 위해 제공할 경우 사업소득처럼 자본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공인회계사·변호사·의사·엔지니어 등 특정 직업군에 종사하는 직장인은 전문직 단체 회비도 공제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문직 자격 유지에 필요한 교육비, 전문 면허 등록비도 공제되죠.
올해 우리나라에 결혼 세액공제 제도가 신설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영국은 2015년 혼인커플 세액공제를 도입했습니다. 결혼하거나 시민 파트너십을 맺은 부부 중 배우자가 연간 소득이 약 2000만원 이하로 비과세자인 경우, 자신의 개인 공제액 중 10%를 과세자인 다른 배우자에게 양도해 세금을 줄일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요. 혼인커플 세액공제는 면세자와 과세자 간 세금 부담을 조정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유교문화권에 속하는 일본은 미국·영국과 달리 노부모와 함께 살거나 친족을 부양하는 직장인에 부양 공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근로자 공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제도는, 재해로 자산을 손해를 본 경우 일정 금액을 소득공제하는 잡손공제인데요.
잡손공제는 소득이 낮은 소득세 비과세 납세자가 지진·화재 또는 범죄로 인한 도난 등으로 경제적 피해를 입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 혜택입니다. 예를 들어, 납세자가 지진으로 인해 주택이나 차량이 손실되거나 파손됐다면 일정 금액을 공제합니다.
일본이 잡손공제를 운영하는 것은 지형적·환경적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국가로, 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피해를 보완하기 위해 이같은 공제 제도를 도입한 것이죠.
우리나라 직장인 공제 신청 가장 많은 항목은?
우리나라 공제제도에서는 어떤 사회적 배경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우리 정부는 투명한 지출을 기반한 소비 장려와 노후 대비, 주거 안정과 관련한 세금 혜택에 초점을 맞춰 공제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개개인의 상황에 맞춘 항목별 공제, 일본이 지형적 특성까지 고려한 생활 밀착형 공제가 특징이라면, 우리나라는 공제 항목이 비교적 단순하면서 정액제 공제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직장인이 연말정산에서 가장 많이 공제를 신청하는 항목은 무엇일까요.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신고한 직장인 2085만2234명 가운데 가장 많이 공제를 신청한 항목은 보험료였습니다. 건강보험·고용보험 등에 해당하는 사회보험료 특별 소득공제는 1423만9541명이 신청해 1인당 264만원을, 보장성보험료 세액공제는 1239만2916명이 신청해 1인당 11만원을 공제받았습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역시 직장인이 많이 받은 공제항목입니다. 1261만3111명이 신청, 1인당 공제금액은 287만원이었습니다.
주거 관련한 장기주택저당차입금·주택임차차입금 공제는 각각 197만8446명, 109만3447명이 신청해 각각 389만원, 221만원을 소득에서 공제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