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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세무조사와 잘 헤어지는 법(feat. 권리보호 요청)

  • 2024.11.01(금) 07:00

국세청 세무조사 권리보호 요청 제도

# 사례1. A씨와 그 형제들은 부모로부터 양도받은 주식 때문에 세 번이나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첫 번째 조사는 A씨를 포함한 세 형제들이 부모에게 양도받은 주식이 실제 가격보다 낮게 신고됐다는 이유로 이뤄졌으며 세무서는 양도세를 고지하고 증여세 신고를 하라고 권장했습니다. 여기서 이 일은 마무리된 줄 알았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상속세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당시 조사관청은 3형제의 상속세 신고가 문제없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감사관의 지적으로 3차 세무조사를 실시하게 됐습니다. 감사관은 부모가 A씨에게 명의신탁을 했다고 봤는데요. A씨는 같은 내용의 조사를 또 하는 것은 중복조사라며 권리보호를 요청했고, 결국 위법·중복 세무조사로 시정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의결번호: 국세청납보-2023-011, 2023-012, 2023-013)

# 사례2. 도소매업을 하던 B씨는 폐업한 후, 허위세금계산서를 수취한 혐의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게 됐습니다. 당초 조사대상 범위는 2020년 1기 부가가치세였지만, 국세청은 2019년 1·2기도 부가세 탈루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범위를 확대했습니다. B씨는 조사범위를 확대한 것이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지방국세청에 권리보호를 요청했지만 시정불가 결정을 받았습니다. 억울했던 B씨는 본청 납세자보호위원회에 재심의를 요구했는데요. 김씨는 통지서에 조사범위 확대 사유가 명확히 기재되지 않아 납세자의 알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본청 납보위는 조사관청의 통지서가 적법하지 않았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의결번호: 국세청납보-2023-006,010)

세무조사를 받을 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 적, 있으신가요?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사원들이 이른바 '갑질'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따지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세무조사의 경우 괜히 조사반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과세폭탄 또는 보복을 당할까 두렵기도 한데요. 

그렇다면 납세자는 억울함을 느껴도 꾹꾹 참으며 '홧병'만 키워야하는 것일까요? 

납세자 보호 제도에 '길'이 있다

국세청에는 여러 가지 납세자 보호 제도가 있습니다. 세무조사를 보통 칼에 빗대어 말하듯이, 기업에게 세무조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보여집니다.

그런 시선을 잘 알고 있는 국세청은 과거부터 납세자 보호를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했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지난 2009년 10월부터 시행한 권리보호 요청입니다. 권리보호 요청 제도는 크게 세무조사와 일반행정 분야로 나뉘는데요. 납세자가 권리보호 요청을 하면 국세청에서 심의를 거쳐 시정 불가 또는 시정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세무조사 분야의 경우 ▲위법·부당한 세무조사 및 공무원의 위법·부당한 행위 ▲세무조사 기간 연장, 범위 확대 ▲장부 일시보관 기간 연장 등에 대해 권리보호 요청을 합니다. 일반행정의 경우 압류해제 등 업무처리 지연 행위 ▲절차 미준수 ▲무리한 현장확인 및 반복적 자료요구 ▲금품 등 사적 편의 요구 및 과세정보 누설 ▲고충민원 등에 대해 권리보호 요청을 합니다.

국세청은 권리보호 요청 외에도 세무조사 참관 제도, 세무조사 기간 중 실시간 모니터링, 세무조사 후 모니터링 제도를 운영해 납세자의 권익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요.

세무조사 참관 제도는 세무대리인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납세자보호담당관이 세무조사 현장에 참관해 조사팀이 적법절차를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신청대상이 개인사업자는 수입금액이 10억원 미만, 법인은 20억원 미만인 비상장·비계열 영리내국법인으로 한정적이기 때문에 모든 납세자가 이를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세무조사 실시간 모니터링의 경우 조사기간 중 조사팀이 권한 남용이 확인됐다면 납세자에게 권리보호 요청 제도를 안내하거나 즉시 시정하는 등의 조치를 하며, 사후에는 세무조사 집행 개선을 위한 목적으로 활용됩니다.

권리보호 요청 제도, 있긴 있는데…

이런 제도를 십분 활용하면 억울하다고 가슴치는 일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의아한 구석이 있습니다.

납세자 보호 제도의 대표격인 권리보호 요청의 경우 세무조사와 일반행정 분야의 시정률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국세청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권리보호 요청을 받은 6694건 중 5777건(86.3%)이 시정됐습니다. 권리보호 요청 10건 8~9건은 해결됐다는 것이죠. 

하지만 분야별 시정률로 보면 큰 차이가 납니다. 일반행정 분야 권리보호 요청 6054건 중 시정된 건은 5607건으로 시정률은 92.6%입니다. 10건 중 9건은 시정됐다는 의미죠.

세무조사의 경우 640건의 권리보호 요청 중 170건(26.6%)만 시정됐습니다. 매년 25% 내외의 시정률을 기록했습니다. 매년 10건 중 2건만 시정된 것이죠.

시정률이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권리보호 요청 분야별로 내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행정 분야의 경우 압류해제나, 과세정보 열람, 과세자료 등 업무처리를 지연하거나 납세자의 고충민원 등 단순한 내용이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무리한 현장확인이나 국세공무원의 반복적인 자료요구 등의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체납세금을 납부한 뒤 압류를 빨리 해제해달라는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요청이 많아 시정률이 높은 것입니다.

반면 세무조사는 입장차가 명확하게 갈립니다. 조사반 입장에서는 탈세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정당한 조사라고 주장하지만, 납세자 입장에서는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무조사 권리보호 요청 결정은 공정할까? 

세무조사 분야의 권리보호 요청의 경우 대부분 세무서·지방청 납세자보호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그만큼 납보위원이 누구로 구성됐느냐가 공정한 결정의 핵심인데요. 

국세청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본청과 지방청 위원회는 내부인사 1명과 외부위원 17명으로, 세무서는 내부 1명과 외부위원 13명으로 구성했습니다. 국세청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외부위원이 공정하게 납세자의 권리보호 요청을 심의하겠다는 것이죠.

세무서·지방청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납세자는 본청 위원회에 같은 내용으로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는데요. 이는 세무조사 분야만 해당됩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 분야의 권리보호 요청은 조사과정에서 절차 위반 등의 이슈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서 요청 건수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 일반행정 분야는 정해진 내용만 권리보호 요청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수가 굉장히 많다"며 "일반행정 분야는 납세자가 불편하거나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을 때 구제해달라는 민원이 많아 시정률도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세무조사 권리보호 요청은 거의 100% 납보위원회에서 심의한다"며 "세무조사 분야를 예로 들면 조사반이 법에 따라 조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납세자는 조사범위 확대나 기간 연장으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해서 권리보호 요청을 하지만, 위원회에서는 법 절차에 따라 했기 때문에 시정 불가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제도 자체만 보면 납세자가 적극적으로 권리보호 요청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세무대리인들은 세무조사 분야에서 권리보호 요청을 최우선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한 대형 세무법인의 대표는 "권리보호 요청 자체가 조사공무원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사공무원은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생각한다"며 "조사공무원은 관리자에게 문책받을 수도 있어서 납세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렇다고 권리보호 요청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게 되면 마지막 카드로 권리보호 요청을 해야겠지만, 그 전에 조사공무원과 대화나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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