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목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김 씨 부부는 수도권 한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평범한 맞벌이 가정으로, 남편은 직장에 다녔고 아내 박 씨는 기간제 교사로 일했습니다.
정규직 교사는 아니었지만, 박 씨에게 교직은 단순한 부업이 아니었습니다. 경력단절을 겪은 뒤 어렵게 다시 붙잡은 일이었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가족 생계를 함께 책임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죠.
문제는 집이었습니다. 김 씨 부부는 기존에 살던 집을 정리하고, 조금 떨어진 다른 도시의 아파트로 옮겨 살 계획을 세웠습니다. 새 아파트를 산 이유도 단순했습니다. 투자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살 집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새집에는 이미 세입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매매계약을 할 때부터 세입자의 전세계약을 그대로 승계하는 조건이 붙어 있었는데요. 세입자의 계약기간은 아직 1년 넘게 남아 있었죠.
부부는 당장 새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집을 판 뒤에도 새 아파트로 바로 이사하지 못하고, 아이 학교와 아내 직장을 고려해 원래 생활권 근처의 다른 집을 빌려 잠시 살기로 했습니다.
김 씨 부부는 세입자 계약이 끝나면 들어가면 되겠지 생각했어요.
#세입자 나갔지만…
"김 부장, 이제 세입자도 나갔으니 새집으로 옮기면 되겠네."
"나는 갈 수 있는데, 아이랑 엄마는 당장 옮기기가 어려워."
시간이 흘러 새 아파트의 기존 세입자가 나갈 때가 왔습니다. 남편 김 씨는 새 아파트로 전입했습니다. 실제로 새집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죠.
하지만 아내 박 씨와 아이는 함께 가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박 씨의 직장이었습니다. 박 씨는 기존 생활권에 있는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기간제 교사에게는 거리가 생각보다 중요한 문제였는데요.
아침 일찍 출근해 조회를 하고, 담임 업무를 맡고, 학생 생활지도와 돌발상황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정규직 교사가 기피하는 담임 업무를 기간제 교사가 맡는 일도 많았습니다. 학교 입장에서도 멀리 사는 사람보다 가까이 살면서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런 박 씨에게 새 아파트가 있는 도시로 주소를 옮기는 것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었습니다. 채용 기회가 줄어들 수도 있었고, 어렵게 이어온 교직 경력이 다시 끊길 수도 있었죠.
이제 막 초등학교에 적응한 아이도 아내 박 씨에게는 고민이었습니다. 새 아파트에서 아이 학교까지는 거리가 꽤 됐는데요. 차로 가도 1시간 여가 걸렸고, 어린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매일 오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이도 이제 막 친해진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고 떼를 썼어요.
결국 남편만 새 아파트에 전입했고, 아내와 아이는 기존 집에 남았습니다. 김 씨 부부는 그것이 가족에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여겼습니다.
#양도세 신고 후
"일시적 2주택 비과세로 신고하셨죠? 그런데 가족 모두 전입하지 않았네요"
"기존 집을 팔고 새집으로 옮기려던 거였어요. 사정상 저만 들어가 살고 있어요"
김 씨 부부는 기존 집을 팔면서 양도소득세를 신고했습니다. 기존 집을 팔기 전 새집을 취득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2주택이 된 상황이었지만, 부부는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특례가 적용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 년 뒤 세무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세무서는 비과세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양도세를 다시 계산해 고지했어요.
이유는 전입요건 때문이었습니다.
김 씨 부부의 기존 집과 새 집은 모두 조정대상지역에 있었는데요. 일시적 2주택 비과세를 받으려면 새집을 산 뒤 일정 기간 안에 기존 집을 팔아야 할 뿐만 아니라, 새집으로 세대 전원이 이사하고 전입신고까지 해야 했어요.
물론 예외는 있었습니다. 취학, 근무상 형편, 질병 치료 같은 부득이한 사유로 세대원 일부가 함께 이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세대 전원이 전입한 것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김 씨 부부는 바로 이 예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세무서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세무서는 남편만 새집에 전입했을 뿐, 아내와 아이는 전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결국 세대 전원이 이사한 것이 아니어서, 일시적 2주택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본 겁니다.
#투기 목적이 아니었는데
"저는 새집에 실제로 들어가 살고 있습니디"
"그렇더라도 요건 전체에 해당되는지 봐야 합니다"
김 씨 부부는 억울했습니다. 새집을 산 이유는 분명히 실거주였고, 실제로 남편은 세입자가 나간 뒤 새 아파트로 전입해 살았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기존 집을 팔고 난 뒤 다른 부동산을 사고팔지도 않았는데요. 주변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뒤에도 추가로 집을 사지 않았습니다.
김 씨 부부는 세무대리인을 찾아가 사정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국세청에 예외 요건에 해당하는 이유를 설명했어요.
일시적 2주택 규정의 전입요건은 제 거주할 생각도 없이 집을 사는 사람들을 막자는 의미지, 가족의 직장과 아이 학교 때문에 불가피하게 따로 살게 된 사람까지 막자는 것은 아니라는 거였죠.
김 씨 부부는 가족이 함께 살고 싶지 않아서 따로 산 것이 아니라, 가족의 생계와 아이의 학교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어요.
#쟁점은 '부득이한 사유'
"직장과 아이 학교 때문이면 부득이한 사유 아닌가요?"
"그 사정은 집을 살 때 이미 예상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국세청은 다르게 봤습니다. 아내의 직장과 아이의 학교 문제는 새집을 산 뒤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라고 맞섰는데요.
김 씨 부부가 새 아파트를 살 때 이미 아내는 기존 지역에서 일하고 있었고, 아이도 그 생활권에서 유치원과 학교 문제를 앞두고 있었다는 게 그 이유였죠.
김 씨 부부의 사정은 새집을 취득한 뒤 예측하지 못하게 생긴 게 아니라, 새집을 살 당시 이미 알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겁니다.
김 씨 부부는 결국 조세심판원에 판단을 구했습니다. 자신들은 투기 목적이 없었고, 실제로 살려고 새집을 샀으며, 가족이 모두 들어가지 못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호소했습니다.
심판원은 새 아파트 취득 당시 기존 세입자가 있었던 점, 남편이 나중에 새 아파트로 전입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는데요. 김 씨 부부가 일시적 2주택 비과세를 받으려면 새집 취득 후 정해진 기간 안에 세대 전원이 이사하고 전입신고를 마쳐야 했다고 했어요.
심판원은 아내의 기간제 교사 근무 사정도 부득이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해, 김 씨 부부가 기존 생활권을 떠나기 어려운 사정은 있었지만, 그런 사정을 알고도 새 아파트를 산 것은 부부의 선택이라고 봤습니다.
결국 김 씨 부부는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특례를 적용받지 못하고 양도세를 내야만 했습니다.
◆절세Tip
일시적 2주택 비과세는 단순히 기존 집을 팔았다는 사실만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대체 취득한 경우에는 신규주택으로 세대 전원이 이사하고 전입신고를 했는지가 핵심 요건이 된다. 기존 세입자, 배우자 직장, 자녀 학교 문제처럼 현실적인 사정이 있더라도 법에서 정한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으면 비과세가 부인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