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시골의 모텔을 배경으로 한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가 TV를 통해 방영된 바 있다. 가업인 여관, 지금의 '모텔 캘리포니아'를 운영하는 지춘필(최민수) 때문에, 모텔에서 태어나고 모텔에서 자란 지강희(이세영)가 겪는 이야기다.
드라마의 중심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시선을 돌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원활한 세대교체를 지원하는 '가업상속공제'로 초점을 맞춰봤다.
지 씨가 오랜 기간 경영했던 캘리포니아 모텔을 딸 강희에게 상속했을 때의 세금 이슈를 풀어보고자 한다.

캘리포니아 모텔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일까
#. 강희는 스무 살이 되는 해의 첫날, 캘리포니아 모텔을 박차고 무작정 상경한다. 이후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길을 걷는다. 고향을 떠난 지 12년이 흘러 처음으로 작업 현장을 맡았는데, 하필이면 모텔 캘리포니아 앞이다.
이 사례를 보면, 지 씨는 최소 30년 넘게 모텔을 경영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사업체의 경영 기간이 중요한 이유는, 피상속인(망인)이 가업에 종사한 기간을 따져 가업상속공제 대상인지 판단하기 때문이다.
가업의 요건은 ①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기업을 경영했고, 상속을 받는 자녀가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한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공제 한도는 10년 이상 경영했을 때 300억원, 20년 이상은 400억원, 30년 이상은 600억원이다.
②'중소기업과 연간 매출액이 5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이란 요건도 갖춰야 한다. 숙박업의 경우 연 매출이 400억원 이하일 때 중소기업으로 본다. 모텔이 위치한 곳이 시골마을인 만큼, 매출 요건도 충족했을 것으로 보인다.
③업종 제한도 있다. 다만 지 씨가 경영 기간·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조건을 모두 충족했더라도, 강희에게 모텔을 물려줬을 땐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없다. 숙박업은 '소비성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성 서비스업 범위엔 여관업, 주점업, 그 밖에 오락과 유흥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있다. 세법상 여관업은 숙박업을 의미한다. 소비성 서비스업종에 카지노·유흥주점 등이 포함됐단 점을 고려하면,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인 업종은 세제지원이 어렵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가업상속공제가 없다면, 내야 할 세금은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모텔 캘리포니아 건물은 강원도 영월에 있는 세종장여관을 촬영지로 사용했다. 실제 영업 중인 곳이다.
상속재산의 가치는 시가로 평가(상속개시일 6개월 전후)하는데, 드라마에서 모텔의 시가를 언급한 내용은 없다. 이에 주변 시세를 고려해, 모텔의 가치가 약 15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상속세는 전체 상속재산에서 기본공제를 적용한 뒤,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을 구한다.
공제액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하나는 기초공제 2억원에 자녀공제(1명당 5000만원)를 비롯한 미성년자·연로자·장애인공제 등 각종 인적공제를 합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5억원의 일괄공제를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때 일괄공제와 기초공제·인적공제 합계액 중에서 더 큰 것을 공제액으로 삼게 된다.
강희의 경우라면 상속재산에서 일괄공제를 뺀 10억원을 과표로 잡고 납부할 세액을 계산해야 하며, 이 금액을 기준으로 40%의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이에 따라 과표 10억원에서 40%의 세율을 곱한 뒤 누진공제액인 1억6000만원을 빼면 된다.
이 계산식을 거친 산출세액은 2억4000만원이다. 강희가 자진신고(고인이 사망한 날이 속한 달의 말일을 기준으로 6개월 내)를 했을 땐 산출세액에서 720만원을 제외해야 하며, 이럴 경우 최종적으로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2억3280만원이 된다.
이는 상속재산 15억원에 대한 취득세액(2.8%, 4200만원)을 제외한 계산 결과다. 모텔의 가치가 5억원이라면 상속세는 안 나올 수 있지만, 부동산 취득세는 피할 수 없다.

호텔 캘리포니아는…세금이 없다고?
드라마상 지 씨는 Motel 네온사인의 M자 불을 끄는 방식으로 호텔 캘리포니아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만약 지 씨가 관광호텔·호스텔 등 관광숙박업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이를 강희가 물려받는다면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관광숙박업의 경우엔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사업으로 분류되며,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는 업종에 들어간다.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 대분류 내에서 업종이 변경(예: 숙박업→관광숙박업)됐을 땐, 종전 업종의 경영 기간을 인정해준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모텔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지 씨는 '10년간 경영'이란 요건을 다시 갖춰야 한다.
강희가 아버지의 가업을 승계받고 공제를 받으려면, 승계 전 2년만 해당 가업에 종사하면 된다.
단, 공제를 받은 후에 '5년간 사후관리 의무'를 어기면 감면받은 세금을 토해내야 한다. 사후 규제는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가업상속 재산 40% 이상 처분금지, 가업에 계속 종사, 고용인원 또는 총급여액의 5년 평균 90% 유지, 상속받은 지분 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