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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 많을수록 '미소' 커지는 세무서들

  • 2023.03.06(월) 12:00

[전국 세무서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들]③남대문 vs 영등포

최근 국내 시중은행들이 엄청난 비난여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고금리 바람을 타고 이자장사를 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달성한 것까지는 그렇다쳐도, 그 돈을 매개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며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인데요. 

여론이 험악하다보니, 관치 논란을 불러올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시중은행들을 옥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연말연초 시중은행들이 단행한 대규모 희망퇴직 과정에서 불거진 과도한 퇴직급여 지급 문제도 겹쳐져 금융권 전반적인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입니다. 

사실 은행권의 구조조정 명목의 대규모 희망퇴직은 연례행사처럼 있어왔던 일인데, 이번의 경우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부정적 프레임에 갇혀버린 모습입니다.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서만 2000명 이상이 명예퇴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퇴직자가 많아 내심 미소 짓는(?) 세무서들이 몇 군데 있어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퇴직자들이 받는 퇴직금에 붙는 세금은 퇴직소득세이고, 일반 근로소득세 대비 부담이 적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퇴직자가 돈을 받을 때 회사가 세금을 원천징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난 2021년 기준 국세청이 징수한 퇴직소득세수는 총 1조4307억원입니다. 

이 가운데 서울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지방국세청이 징수한 퇴직소득세수만 1조원이 넘는데,  이 1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4839억원을 남대문세무서가 징수했습니다. 영등포세무서 또한 2049억원의 퇴직소득세수를 기록했습니다. 

이 두 세무서는 2020년(남대문 4900억원, 영등포 1870억원)에도 2019년에도(남대문 4570억원, 영등포 1750억원) 비슷한 규모의 퇴직소득세수를 징수했습니다. 

아니 대한민국의 퇴직자들이 온통 남대문과 영등포 세무서 관할 지역에 거주하는 것도 아닐텐데 어떻게 해서 다른 세무서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의 퇴직소득세수를 매년 이렇게 뽑아내는지 이유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이유는 바로 금융사들의 대규모 '희망퇴직'에 있습니다. 

남대문과 영등포 세무서 관할지역에는 국내 5대 시중은행의 본사(지주사 등)는 물론 대형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대규모 희망퇴직자들이 받아가는 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의 '원천징수의무자'들이 관할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요. 

매년 금융사들이 상당규모의 희망퇴직자들을 반복 생성하고 있으니, 이에 따라 당연히 일정액 이상의 퇴직소득세가 세무서로 차곡차곡 적립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설명했듯 퇴직소득세는 소속 회사가 원천징수의무자이기 때문에 인구수가 많은 지역이 아닌, 크고 작은 회사(법인)들이 많은 지역을 관할하는 세무서에서 징수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21년 12월 기준 45만명 이상의 인구수로 서울 25개 구 중 6위에 랭크된 은평구를 관할하는 은평세무서의 퇴직소득세수는 8억원 수준으로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도 최하위 수준(전국 최하위 거창세무서)입니다. 

그만큼 지역내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의 숫자가 적다는 뜻이죠. 실제 은평세무서의 2021년 법인세수는 3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또 한가지 미스테리한 부분.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67만 인구의 제주도에서 2019년~2021년 3개년 동안 전국적으로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300억원 이상의 퇴직소득세수가 징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능력만큼 몸값도 높고 이직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진 웹 개발자들을 대거 고용하고 있는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 본사가 위치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참고로 제주세무서가 2021년 징수한 38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의 퇴직소득세수는 대구지방국세청 산하 십여개 세무서에서 징수한 액수(377억원) 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전국 세무서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들] ④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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