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세법상 '세목(稅目)'은 총 25개입니다. 각 세목마다 징수대상 등이 모두 상이한데, 세목의 특성을 조금만 이해한 상태에서 전국 130개(2021년 기준) 세무서에서 기록한 세수실적 현황을 살펴보면, 대강 대한민국의 '경제현황도'가 그려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국 세무서의 세수실적을 토대로 여러 분석이 가미된 이야기들을 쏟아낼 수 있지만, 이번에는 한국경제를 지탱하고 있으며 지탱해 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국가 전략자산 '반도체'와 연관된 부분만 오려내 풀어보겠습니다.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중부지방국세청 산하 동수원 세무서와 이천 세무서를 재미삼아 '반도체 세무서'로 지칭해볼까 합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도 아닌데 이 두 세무서를 왜 반도체 세무서로 지칭하느냐 의문이시겠지만 답은 간단합니다. 이 두 세무서 관할에 반도체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기 때문이죠.
삼성전자는 '수원'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기업입니다. 과거에는 공장 등 생산기지가 모여있는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공장은 물론 디지털 연구개발 전진기지로 발전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품고 있는 동수원 세무서와 이천 세무서의 세수실적을 뜯어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두 회사의 실적에 따른 법인세수가 눈에 띕니다.
지난 2021년 기준 동수원 세무서의 법인세수는 6조원을 상회했고, 이천 세무서는 1조원 이상이었습니다. 두 세무서의 법인세수는 두 회사가 사실상 전액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를 수치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년 기준 동수원 세무서의 법인세수는 무려 10조원. 이천 세무서도 5조원에 육박하는 법인세수 실적을 냈죠. 이듬해인 2020년 3월3일 납세자의 날 당시 삼성전자는 전인미답의 국세 10조원 탑, SK하이닉스는 국세 5조원 탑을 들어올렸습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세계경제 불황 여파로 2019년 대비 법인세수 실적이 급감한 모습이지만, 향후 세계적 반도체 수요 등을 감안하면 금새 다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두 회사가 거액의 성과급 등 고액 연봉자들이 많은 품고 있다는 점에서 근로소득세수 또한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징수되고 있는데, 특히 동수원 세무서의 2021년 근로소득세수 실적은 2조6836억원 수준으로(원천분 기준), 130개 전국 세무서 중 단연 최고입니다.
이천 세무서 근로소득세수 실적도 6119억원으로 상위 10위권을 위협하는 규모를 자랑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반도체 회사들 덕을 톡톡히 보고 있음에도, 전체적인 세수실적은 전국 기준 상위권에 명함을 내기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반도체 회사들이 제품의 상당 부분을 수출하다 보니 수출에 따른 부가가치세 환급이 발생하면서 그만큼 세수실적이 줄었기 때문.
실제로 2021년 기준 동수원 세무서 4조원, 이천 세무서 1조원 이상의 부가가치세 환급이 이루어졌죠.
그러다 보니 동수원 세무서의 경우 2021년 법인세수와 근로소득세수로만 9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지만 전체 세수실적은 5조7488억원 수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다만 국가 경제 전체로 볼때 반도체 수출만 잘된다면 부가가치세 환급액이 많이 발생하건, 세무서 세수실적이 떨어지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전적으로 삼성전자라는 반도체 기업에 의지하는 형국인 동수원 세무서와 달리 이천 세무서는 SK하이닉스에만 의존하지 않고(?) 나름의 독특한 세수 기반을 더 관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술'과 연관된 주세입니다.
국내 유수의 주류제조사들의 공장이 위치해 있는 지역 특성상 주세가 압도적으로 걷히고 있는데 2021년 기준 6363억원으로 전국 1위 입니다.
소소하지만 개별소비세수 또한 211억원으로 전국 톱클래스 수준입니다. 왜 일까요? 관할 지역내에 '골프장'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국 세무서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들] ③편에서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