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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본색]대명소노 서지영의 경영비법, ‘쉿!’…대명타워

  • 2020.03.10(화) 10:00

<대명소노> ②
2010년, 모친 박춘희·오빠 서준혁 상대 재산분쟁 ‘해프닝’
비전→컴퍼스→서안→민기 연쇄창업…공통분모 ‘내부거래’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대명타워’. 2016년 3월, 대명소노그룹이 창립 37년 만에 소유하게 된 자체 신사옥이다. 현재 대명타워 시설관리 및 미화, 보안, 주차장 운영 등을 일정부분 맡고 있는 곳이 ㈜민기다. 박춘희 회장의 막내딸 서지영씨가 경영하는 계열사다.

‘핫(hot)’했다. 내로라하는 중견기업에서 막내딸이 모친과 오빠를 상대로 재산분쟁을 일으켰으니 말 많은 세간의 눈과 귀를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2010년 5월, ‘리조트왕국’ 대명소노그룹 ‘서(徐)씨’ 집안에 재산분쟁이 발발했다. 2001년 11월 서홍송 창업주가 별세한 지 8년여 뒤의 일로, 대명콘도(현 ㈜대명소노) 상속지분을 놓고 벌인 혈육간 분쟁이었다.

서지영씨가 들고 일어났다. 서 창업주와 박춘희 회장의 1남2녀 중 막내딸이다. 대상은 박 회장과 서준혁 부회장이다. 학업을 마치고 대명소노그룹 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다. 요지는 이랬다.

상속 당시 대명콘도 지분에 대해 모친이 두 딸을 대리해 상속권 포기 절차를 밟았지만 이는 이해상반행위(친권자와 자녀 사이에 이해가 대립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한 민법규정을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속재산 분할 합의는 무효이며 자신의 정당한 상속지분인 11만여 주를 돌려달라고 했다. 

한마디로 ‘해프닝’이었다. 서지영씨는 느닷없이 5일만에 소송을 접었다. 집안 밖으로 새나온 소 취하의 대가는 없었다. 한데, 대명소노에 정체불명의 계열사가 세워진 게 이 무렵이다.

송 취하 뒤 등장한 인테리어업체

2010년 10월, 대명소노 계열 계통도에 듣도 보도 못한 계열사가 이름을 올린다. ‘㈜비전’. 

이채로운 점은 ㈜비전 설립 당시 본점이 강원도 홍천군 서면 팔봉리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예나지금이나 주력사 소노호텔앤리조트(옛 대명호텔앤리조트)가 위치한 본사 주소와 일치했다. 참고로 한 달 만인 2010년 1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도원빌딩으로 이전한다.

게다가 ㈜비전의 이사진 명단도 낯익었다. ‘서지영’. 즉, ㈜비전은 서지영씨가 재산분쟁 소송을 취하한 지 5개월 뒤 창업해 유일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던 계열사다. 28살 때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서지영씨와 ㈜비전의 연결고리는 있었지만 창업 배경에 대한 ‘증거물’들은 없었다. 자본금이라고 해야 100만원이 고작이었다. 사업목적 또한 공간·산업디자인 등 도무지 쓰임새를 알 수 없는 계열사였다.

서지영씨 행보의 베일이 벗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전 다음으로 ㈜컴퍼스를 창업하면서 부터다.

㈜컴퍼스가 설립된 때는 2011년 2월. 자본금 2000만원에 본점 위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도원빌딩. ㈜비전과 일치했다. 사업목적 또한 ㈜비전의 사업목적에 광고·홍보·인테리어업이 덧대졌을 뿐이었다. 서지영씨가 1인 사내이사로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2011년 소노호텔앤리조트는 ㈜컴퍼스에 37억원의 매입비용을 지불했다. 리모델링 인테리어 비용이다. ㈜컴퍼스가 소노호텔앤리조트의 인테리어 공사를 담당하며 재미를 보는 는 서지영씨의 개인회사였던 것이다.

서안, 230억 매출 비결…내부거래

이쯤 되면 창업이 습관이다. 서지영씨는 돌연 ㈜비전, ㈜컴퍼스를 청산하고 ㈜서안을 설립했다. 2012년 4월의 일이다. 앞서 두 계열사의 청산 시점과 ㈜서안의 창업 시점은 일치한다.

뿐만 아니다. 소재지도 동일하다. 사업목적도 빼다 박았다. 광고․홍보․인테리어, 공간·산업디자인 등. 이사진은 역시나 서지영씨 혼자였고, 감사 또한 ㈜비전, ㈜컴퍼스 감사와 동일 인물이었다.

㈜서안은 2013년 소노호텔앤리조트로부터 리모델링, 인쇄물 등의 관리비 명목으로    2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렇듯 2세 개인회사와 주력사의 내부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까닭에 세간의 입방아에 오를 법했다.

이를 의식해서 이었을까. ㈜서안과 소노호텔앤리조트의 내부거래는 2014년 62억원에 이어 2015년 32억원으로 점점 축소 추세를 보였다. 2015년은 ㈜서안이 최종 청산(12월)한 시기다.

창업이 습관…이번엔 ‘민기’

꿋꿋하다. 서지영씨가 이 단계에서 개인사업을 접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2016년 3월 ㈜민기를 설립했다. ㈜서안 청산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현재 대명소노 22개 국내 계열사 중 하나다. ㈜대명소노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16개사) 밖의 계열사다. 설립 이래 줄곧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가 서지영씨다. 자본금은 5000만원으로 시작해 2017년 3월 1억원, 2019년 5월 5억원으로 확충한 상태다.

사업분야는 기존 서지영씨 개인회사들과는 양상을 달리한다. 건물관리를 비롯해 주차관리, 시설경비, 청소미화 등. 다만 ㈜민기 또한 계열 내부거래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없는 공통분모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대명타워’에 비밀이 숨겨있다. 대명타워는 대명소노그룹이 창립 37년 만에 소유하게 된 자체 신사옥이다. 2016년 3월 완공한 사옥으로 대지면적 3780㎡(1140평), 연면적 3만4100㎡(1만4100평)에 지하 4층, 지상 16층 규모다.

즉, 현재 대명타워 시설관리 및 미화, 보안, 주차장 운영 등을 일정부분 맡고 있는 곳이 ㈜민기다. 공교롭게도 대명타워가 완공될 무렵에 서 대표가 ㈜민기를 차린 것을 보더라도 사업적 연관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민기는 2016년 매출(별도 기준) 20억원, 2017년 30억원에 이어 2018년 42억원을 기록했다. ㈜대명소노를 비롯해 소노호텔앤리조트, 대명건설 등 계열 매출이 적게는 10억원, 많게는 15억원으로 비중이 36%~50%를 차지한다. 이를 바탕으로 순익은 많게는 6억원가량 연속흑자를 냈다.

㈜민기는 현재 본점이 ‘대명타워’에 위치한다. 서지영 대표가 모친과 오빠를 상대로 한 재산분쟁을 5일만에 접은 뒤 연쇄적으로 개인회사를 창업하며 선보인 경영 비법은 이래서 흥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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