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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속인의 부동산 매매와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의 덫

  • 2026.06.29(월) 07:00

[프리미엄 리포트] 박재영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

가업상속공제는 기업 승계를 돕는 유용한 제도이지만, 사후관리 요건을 놓치면 오히려 큰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맺은 부동산 매매계약이라도 상속 이후 잔금 청산과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면, 세법상 가업용 자산 처분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영 변호사는 이번 기고를 통해 민사상 계약의 이행과 세법상 처분 시점이 왜 다르게 해석되는지, 그리고 가업승계 기업이 왜 계약의 형식보다 세법상 타임라인과 증빙 관리에 먼저 주목해야 하는지를 짚어봤다.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피상속인이 가업승계 및 공장 이전 목적으로 기존 사업장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만 수령한 상태에서 돌연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가 있다.

이후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지위를 승계하여 잔금을 수령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줌으로써 해당 계약을 적법하게 이행했다면, 이는 세법상 어떠한 효력을 가질까. 상속인은 아버지가 생전에 맺은 계약을 성실히 이행했을 뿐이라 안도하겠지만, 이는 과세관청으로부터 수백억 원의 상속세와 가산세를 추징당하는 치명적인 조세 리스크로 이어진다. 이는 필자가 일선 세무조사 현장에서 뼈아프게 목격했던,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실제 과세처분 사안이기도 하다.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법리적 오판이 발생한 것일까.

조세법률주의와 가업상속 사후관리 요건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제18조의2에 따른 가업상속공제는 최대 600억 원의 상속 재산을 과세가액에서 공제해 주는 파격적인 조세 지원 제도다. 그러나 혜택의 이면에는 법률이 정한 엄격한 사후관리 의무가 뒤따른다.

특히 현행 상증세법 제18조의2 제5항 제1호는 상속개시일부터 5년 이내에 '가업용 자산의 40% 이상을 처분한 경우' 공제받은 상속세와 이자상당가산액을 무조건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업용 자산이 외부로 유출되어 가업의 영속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세법상의 강행 규정이다.

'양도시기' 법리와 과세관청의 냉정한 잣대

이 사건의 상속인은 "해당 매매계약의 실질적 주체는 피상속인이며, 본인은 민법상 상속의 포괄승계 원칙에 따라 잔금 청산 의무만을 이행했을 뿐이므로 자산의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법의 상식선에서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항변이다.

그러나 과세관청의 잣대, 특히 세무조사 실무를 담당하는 조사국의 시각은 철저히 조세법의 독자적인 법리에 입각한다. 소득세법 제98조에 따르면, 자산의 취득 및 양도시기는 원칙적으로 '해당 자산의 대금청산일(잔금지급일)'이다.

즉, 상속개시일 당시에는 아직 대금이 청산되지 않아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 기업에 남아있었으므로 가업상속공제 대상 자산에 해당한다. 문제는 상속개시 '이후'에 잔금이 청산되고 소유권이 이전되면서, 세법상 양도(처분) 시기가 사후관리 기간 내에 도래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계약의 연원이 피상속인에게 있다 하더라도, 조세 법리상 처분의 법률효과는 상속 개시 이후에 완성되었으므로 명백한 사후관리 위반으로 간주된다. 결국 세무조사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이 추징되는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졌다.

추징을 방어하는 예외 조항과 필수 증빙

그렇다면 이처럼 법리의 미세한 차이로 발생하는 부조리한 과세를 방어할 출구전략은 없는 것일까. 상증세법 시행령은 가업용 자산을 처분하더라도, 그 처분금액으로 새로운 가업용 자산을 '대체취득'하여 가업에 계속 사용하는 경우 등에는 예외적으로 사후관리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구제 조항을 두고 있다.

다만, 세무조사국은 단순한 '재투자 계획'이나 '구두 주장'만으로는 처분의 정당성을 절대 인정해 주지 않는다. 과세당국의 매서운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는 잔금 청산 및 소유권 이전 절차가 이행되기 전, 내부적으로 치밀한 입증 자료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예컨대 매각대금이 기존 부채 상환 등에 전용되지 않고 신규 공장 부지 매입이나 기계장치 발주 대금으로 정확히 송금되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금융 거래 내역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생전 피상속인의 매각 목적이 가업 중단이 아닌 사업장 이전 및 확대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구체적인 이사회 의사록이나 타당성 검토 보고서가 필요하며, 세법이 정한 법정 서식에 맞추어 관할 세무서에 기한 내 제출된 가업용 자산 대체취득 신고서 등이 유기적으로 뒷받침되어야만 과세 처분을 피할 수 있다.

계약서 너머의 '타임라인'을 보라

국세청 일선에서 수많은 자본거래 및 상속·증여 세무조사를 지휘하며 목격한 것은, 이처럼 법리의 미세한 차이를 인지하지 못해 막대한 세금이라는 부메랑을 맞는 기업들의 뼈아픈 현실이다.

가업승계는 단순한 민사상 계약 이행의 문제가 아니다. 과세당국은 서류상의 계약 주체뿐만 아니라 대금청산일, 소유권이전 시점, 대금의 귀속과 사용처 등 거래의 전 과정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가업상속공제의 혜택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서는 계약서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 잔금이 치러지는 최종 시점까지의 '세법상 타임라인'을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관련 증빙을 촘촘히 구축하는 전략이 필수불가결하다.

☞ 박재영 변호사는?
외부에서의 탁월한 전문성을 인정받아 5급 민간경력채용으로 공직에 입문한 조세 실무 전문가다. 이후 국세청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 수석팀장 등 조세 행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민간 전문가의 감각과 과세관청 최전선의 세무조사 실무를 모두 섭렵한 독보적인 이력을 자랑한다.
현재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조세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상속·증여세, 부동산 세제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조세불복 및 행정소송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세 법리와 과세 당국의 생리를 완벽하게 아우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납세자의 권익을 굳건히 방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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