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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특수관계자 판별'까지?…회계업계 경쟁력의 비밀

  • 2024.11.21(목) 07:30

[2025 회계트렌드]①AI

요즘 회계분야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먼저,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회계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두 번째로는 회계 업무와 연관성이 높은 세무, 법률, 관세 영역의 전문가들끼리 강력한 벨트(Belt)를 형성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는 AI와 Belt를 기반으로 강력한 경영자문(Consulting)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회계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ABC를 연결해서 살펴봤다. 

세무·관세업계에 이제 막 인공지능(AI) 도입 바람이 불고 있는 것과 달리, 대형 회계법인은 일찌감치 자체 AI 개발을 시작해 활용하는 등 AI가 업무 프로세스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다.  

대형 회계법인들이 다른 업계보다 발 빠르게 AI 개발에 나선 이유는 업무의 특성 때문이다. 

회계업무 특성상 대량의 데이터 입력과 문서 분석 등이 많고 여기서 숫자 하나라도 틀리면 큰 문제가 생기지만, 그렇다고 시간이 돈인 회계사들이 하기에는 단순 반복적인 성격이 컸다.

이에 회계법인들은 회계사들의 단순 반복적인 업무시간을 줄이고, 더욱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어느 업계보다 재빨리 AI 개발에 나선 것이다.

AI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의 오류를 빠르게 감지해 회계 처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장점도 있다.

회계업계의 대표주자인 국내 대형 회계법인 및 계열사(삼일PwC·삼정KPMG·EY한영·딜로이트안진)는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회계 빅4가 활용하는 AI의 수준과 그 분야를 살펴봤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삼일PwC는 최근 자체개발한 생성형 AI 번역 모델 '링고'가 국제기계번역대회에서 챗GPT를 제치고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번역특화 언어모델인 링고는 회계·법률 등 전문분야를 번역할 때 직독직해가 아닌 맥락에 따라 용어를 번역해 정확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체개발한 생성형 AI 서비스인 'AI accountant(어카운턴트)'는 회계기준서 내용과 삼일 내부 지시사항들을 학습시켜, AI 어카운턴트에 해당 기업의 회계처리에 어떤 게 필요한지를 물으면 곧바로 답변한다.

예를 들어 "어떤 개인이 A사와 B사 모두 대표이사일 때, A사와 B사는 특수관계자야?"라고 묻는다고 하자. AI 어카운턴트는 "단순히 대표이사가 동일한 개인이라는 사실만으로는 특수관계자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답변한다. 이어 질문과 관련해 회계기준서에서 검토가 필요한 항목을 제시한다. 

삼일 관계자에 따르면 AI 어카운턴트의 회계기준원 문제 정답률은 80~85%에 달한다. 공인회계사도 나오기 힘든 수치다.

삼일은 AI 어카운턴트가 높은 정확도를 보이면서 수익모델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회계사들의 자문 컨설팅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 회계사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무 자동화 기능은 AI 회의실 예약이다. 

회의 구성원이 "누구와 미팅해야 하는데 몇 명 이상 되는 회의실 잡아줘"라는 요청을 프롬프트 형식으로 입력하면, AI가 즉시 구글 캘린더를 확인하고 적합한 회의실을 예약한다. 이어 회의 구성원들에게 자동으로 이메일 초대장을 발송하는 방식이다.

삼일은 이달 초 AI 스타트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AI 회계 검색 서비스 공동 개발에도 나섰다.

삼일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 AI 검색기술과 이미지화 된 자료를 처리하는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결합, 수많은 회계 문서와 이미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함으로써 회계 정보 관리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향상시킬 계획이다.

삼정은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AI센터를 설립했다. 재무자문 업무에 AI 솔루션을 도입해 재무정보 조회뿐만 아니라 현물이자율·주가변동성까지 자동 계산이 가능한 상태다. 

삼정 역시 자체개발한 생성형 AI를 활용 중이다. 스마트 감사 플랫폼인 'KPMG 클라라'에 생성형 AI 기능을 도입, 감사인과 대화하며 조서 작성을 돕는다. 클라라에 도입된 AI는 대량의 문서를 빠른 속도로 검토하고 초기 위험 요소를 식별한다. 뿐만 아니라 KPMG의 감사지침에 대해 질문하면 바로 대답하고, 조서를 요약하고 개선 사항을 제시하기도 한다.

감사 절차를 자동화한 툴 '데이터스니퍼'는 재무제표에서 숫자를 추출하고 자동으로 합계를 검증, 수치상의 오류를 빠르게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감사 절차에서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을 대신해, 감사인의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EY한영은 약 1조5000억원(14억달러)을 투자해 EY.ai 플랫폼을 개발했다. 한영은 AI 툴 'EY 캔버스 AI'로 익명화된 내·외부 데이터를 이용해 유사한 규모 또는 산업을 분석하고 기업 리스크를 평가한다.

뿐만 아니라 AI를 통해 분개 원장을 분석하고 회계 이상 징후를 감지한다. 한영은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던 대량의 문서나 증빙을 분석, 재무제표를 비교·확인하는 작업을 AI로 자동화해 더 빠르고 정확한 결과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딜로이트안진은 '라이트하우스'라는 AI 기반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기업의 회계 정보를 분석해 자금 사고의 이상 징후를 진단하고 탐지한다. 데이터 분석 기술과 회계감사 노하우를 AI와 결합, 횡령을 방지하고 자료를 시각화해 회계사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 3월에는 기업 공시 효율화 솔루션 '다트컨버터'를 출시, 회계·재무보고 과정을 간소화했다. 다트컨버터는 공시용 다트보고서·영문 보고서 등 다양한 공시보고서를 검증하고 전자공시 포맷으로 자동 변환한다. 

이재혁 삼일PwC 파트너 회계사는 "삼일은 이미 꽤 오래 전부터 AI를 활용하고 있었고, 회계사들도 익숙하게 쓰고 있다"며 "AI를 개발하는데 꽤 많은 돈을 투입하고 있다. 그만큼 학습도 잘 돼 있어 외국어 계약서 검토와 회계처리 사례, 기준서 내용 분석·확인에 아주 유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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