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유튜브
  • 오디오클립
  • 검색

인공지능과 플랫폼이 전문직 시장에 미치는 영향

  • 2024.11.15(금) 09:00

[프리미엄 리포트]조남철 세무법인 넥스트 대표세무사

세무사와 공인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 자격사들은 인공지능(AI)과 플랫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한국세무사회 전산솔루션위원회 위원과 국세청 홈택스 자문단을 맡고 있는 조남철 세무사(세무법인 넥스트 대표)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삽화=강원희 기자·DALL-E

인공지능의 발달은 모든 산업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운전대가 없는 자동차가 나왔고 만약 규제를 통과한다면 그 동안 학습된 압도적인 자율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을 독점한다는 일론 머스크의 원대한 목표가 그저 꿈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전 산업분야에 영향을 줄 것이고 비단 법률, 세무회계, 의료 등 전문직 분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특히 전문직 시장의 경우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플랫폼 기업들이 더욱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법률, 세무회계 업계의 인공지능과 플랫폼기업을 둘러싼 분위기는 과연 어떠할까.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리걸테크 플랫폼인 로톡은 변호사시장에 대한 플랫폼이다. 2014년 로톡 서비스가 출시가 된지 어느 덧 10년이 지났고 변호사의 15%가량인 4000명까지 가입이 되자 변호사업계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 변호사협회는 광고규정을 개정해 로톡 이용을 금지했고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작년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회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법무부는 변호사협회의 로톡 변호사 징계 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달 법원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변호사협회에 부과한 과징금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졌다. 

또 올해 9월 변호사협회는 AI대륙아주 플랫폼에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제공한 법률정보기술 스타트업 넥서스AI가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하고 무료 법률 상담을 표방한 것이 무료 또는 부당한 염가를 표방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변호사법 광고규정에도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이에 대륙아주는 변호사협회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어서 향후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법률시장에서 변협이 로톡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면 한국세무사회는 세무플랫폼 '삼쩜삼'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다만 쟁점이 조금 차이가 있다. 삼쩜삼은 누적 가입자 2000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세금환급신고 플랫폼이다. 

한국세무사회는 소득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원천납세의무자가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만을 자동으로 수입으로 집계함으로써 납세의무자가 자신의 수입금액과 경비처리를 성실히 해야 하는 신고과정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서 탈세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쩜삼 측은 환급신청이 100% 자동화 프로그램에 따라 진행하기에 탈세조장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 제대로 신고하는 것은 100% 자동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프리랜서 소득을 얼마를 받았는지를 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100% 신고를 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소득 지급자가 과소 신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소득자에게 정확한 수입금액을 확인해야하고, 경비처리도 경비처리 가능여부도 소득자에게 개별적으로 그 사업상 경비 적격성을 확인하고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삼쩜삼은 코스닥 상장에 실패했다. 한국거래소는 국세청이 무료 세금환급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면 삼쩜삼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삼쩜삼, 토스 등 세무플랫폼의 탈세조장, 국세행정력 낭비 문제를 지적하고 국세청의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또한 "허위과장 광고는 국세청이 직접 조사해서 공정위에 조사를 의뢰해야 한다"며 국세청에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강민수 국세청장은 "세무플랫폼의 부당공제, 소득이 있던 없던 모두 공제대상 된다는 과장광고는 문제가 있다"면서 "사기업의 영리목적으로 국가의 전산자원을 대폭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기존 인적용역 소득자의 소득 3.3%원천징수세율을 1.1%로 낮춰서 기존 1998년 수준과 같은 세율로 원천징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삼쩜삼은 자동화시스템에 불과하고 저소득 프리랜서 대상이라서 업무영역이 겹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 단계에서는 소송 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에 자기방어 논리를 만들고는 있지만 이번 고비를 넘기게 되면 또 다른 서비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업자 대상으로한 유사한 서비스 비즈넵은 처음에는 API활용 데일리 스크래핑 프로그램을 활용한 손익관리로  영업을 했고 이후 세금환급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지금은 저가 기장영업 광고를 하고 있다. 기존 당초 세무대리인을 유치했던 '우리매장매출, 세금관리'라는 본 서비스는 지난 달 말로 서비스를 종료한 상황이다. 

이러한 인공지능을 활용한 플랫폼 기업의 출현, 성장을 위한 피보팅(pivoting·사업방향전환)은 법률, 세무회계 업계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서 보편화 될 것이고, 각 산업분야에 있어서 해당 분야의 질서가 재편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그 질서도 더 나은 기술이 출현하면 다시 질서가 재편 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서빙도 하고, 커피도 만들고, 치킨도 만들고 있다.

물론 법률, 세무회계도 아직까지는 법제도 등으로 제한적이지만 머지않아 인공지능이 못할 것은 없고 점차 그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의 무분별한 광고와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 그리고 기존 각 분야별 전문직시장의 큰 혼란을 주는 문제에 대해서는 플랫폼 운영사, 각 전문직 단체에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응해야 할 문제로 판단된다. 

최근 들어 ChatGPT, Google Gemini, Claude, Perplexity, 뤼튼 등 수 많은 인공지능 기술 활용 서비스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변호사, 세무사, 의사 등 전문직뿐만 아니라 전 산업분야에서 이를 업무에 활용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플랫폼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이들 기술이 모든 전문직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는 더 이상 단순 반복 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복잡한 인지적 분석과 의사결정 업무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에는 AI로 대체가 어렵다고 여겨졌던 고소득 전문직까지도 대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복잡한 업무도 인공지능의 대체가능성이 더 높아져가고 있다. 수많은 판결문 분석이나 숫자계산은 인공지능이 더 잘 할 수밖에 없다. 

의사의 경우 질병 진단 및 처방과 같은 의사결정 업무에서 AI가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회계사의 재무제표 작성 업무도 AI가 대체 가능한 분야이다. 하지만 환자와의 대인 커뮤니케이션이나 복잡한 법규 해석을 통한 종합적인 전략수립 등의 업무는 아직 인간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문직 종사자들은 AI에 대체되지 않는 영역에 집중하고, AI도구를 잘 활용하거나와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인공지능과 플랫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가, 프롬프트 엔지니어, AI강사, 대인관계 코치, AI 솔루션 개발자, 디지털 마케터 등의 직종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전문직 역할도 변화가 필요하다. 의사와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은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해야한다. 

결국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전문직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5년 안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전문가와 그렇지 않은 전문가의 극명한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익의 격차는 더 심화되고 전문직 일자리에 대한 수요도 더 줄어 들고 대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 변화에 따른 해당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함으로써 이러한 변화에 자기사업과의 연계성을 만들어야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가지게 될 것이다. 최근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해온 독보적인 입지가 인공지능 메모리 시장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만년 2등이였던 SK하이닉스에게 1위 자리를 내줄 위기에 처해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도 인공지능시대 최대 수혜기업 엔비디아(NVIDIA)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하지 못해서 위기에 봉착해있는 반면에 SK하이닉스는 빠르게 AI메모리로 각광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와 엔비디아와의 깊은 협력관계를 구축해서 오히려 삼성전자를 넘어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져왔다는 점을 우리가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그레고리 맨큐는 "핫도그와 햄버거 또는 영화 티켓과 비디오 렌탈은 어느 한 제품을 다른 제품으로 대신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대체재의 관계에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영화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영화사나 렌탈업체가 아닌 영화 중개 플랫폼인 넷플릭스이다.

처음에는 OTT 시장을 개척하더니 시장을 키워서 점유율을 절반 가까이 가져가고 있다. 현재 전문직 시장은 과거 소니가 휴대폰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를 시장의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못해서 도퇴되었고, 2000년 초반 세계휴대폰 점유율 1위였던 있던 노키아가 스마트 폰의 위협을 인식하지 못하고 쇠멸의 길을 걸었던 것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조남철 세무사는?
국내 최초의 법인 컨설팅 전문 세무법인 넥스트를 설립하고, 2023년에는 AI 세금환급 서비스 헤이택스를 출시했다. 네이버 인플루언서 '조남철의 부자학교'를 운영하며,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가업승계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한국세무사회 전산솔루션위원회 위원, 국세청 홈택스 자문단을 맡고 있다.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