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업무에도 인공지능(AI)이 적용 가능한지 궁금해서 왔어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국관세사회관.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대강당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날은 관세동우회와 한국관세무역개발원, 한국관세사회가 공동 개최한 관세발전포럼 세미나가 열렸다. 100여명의 관세사가 모인 이번 세미나의 주제는 'AI와 관세·무역 업무 혁신'이었다.
최근 더존비즈온이 전국 세무사와 회계사를 대상으로 한 AI 세무회계 로드쇼가 큰 호응을 얻자, 관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AI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열린 행사였다.

이날 세미나 강연자로 나선 지용구 더존비즈온 성장전략부문 부사장은 AI가 일상화된 지금, 기업 경영환경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지 부사장은 강연을 시작하며 본인의 스마트폰 화면을 공유(미러링)해 사용 중인 AI 관련 앱들을 소개했다. 숫자와 기호를 손으로 그리면 곧바로 답이 나오는 계산 앱을 선보일 때, 챗GPT와 사진을 공유하며 사진 속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공유할 때는 나이 지긋해보이는 베테랑 관세사들이 놀라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데이터를 '참조·분석과 연산이 가능한 것'으로 정의 내린 지 부사장은 "AI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반복적인 일을 잘 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며 "앞으로는 데이터를 모아 잘 활용할 수 있는 경영자가 리더십을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다음으로는 더존비즈온의 AI 솔루션인 ONE AI시연을 통한 실무 적용 사례를 설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ONE AI에 신입 관세사가 물어볼 법한 '무역거래 조건을 요약해서 설명해줘'라고 요청하자, 공장인도조건(EXW)·운송인인도조건(FCA) 등 주요 거래조건 11가지를 나열하고 요약해 설명했다.
이어 수출물품의 물대와 부대비용, 환율을 설명한 후 수입업자와 수출업자의 각 선적일 기준 회계처리를 요청하자 역시 ONE AI는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바로 답변했다.
시연에서 관세사들이 단연 주목한 것은 '품목분류 추천'이었다. 원 AI에 '애플의 매직 마우스' 사진을 보여주며 이 물건의 국제 상품분류코드(HS코드)를 알려달라고 하자 "이 사진에 있는 물건은 컴퓨터 마우스입니다. 컴퓨터 마우스의 HS코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HS코드: 8471.60, 이 HS코드는 '데이터 처리 장치 부속품'에 해당하며, 컴퓨터 마우스와 같은 입력 장치가 포함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스테이플러 사진을 보여준 후 같은 질문을 하자 마찬가지로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ONE AI는 "이 사진 속 물건은 스테이플러입니다. 스테이플러의 HS 코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HS코드: 8472.90, 이 코드는 '사무용 기계 및 그 부분품'에 해당합니다."라며 HS코드를 추천했다.

ONE AI 추천 코드를 본 후 행사장 안은 관세사들이 동의하는 소리로 술렁였다. 정확한 HS코드를 결정하는 품목분류는 관세사 역할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요한 업무다. 그동안은 관세사가 직접 관세청 포털에서 일일이 검색해야 했는데, 코드 확인 절차를 감안하더라도 획기적으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이다.
ONE AI 시연에서 렌즈기능을 활용한 HS코드 식별 비율은 90%에 달했다. 텀블러·가위 등 10가지 물품에 대한 HS코드 질문에서, ONE AI는 혼합기능이 있는 칫솔 살균기를 제외한 9가지 물품에 대해 정확한 HS코드를 제시했다. 높은 식별율에 관세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참석 관세사들은 시연이 끝나자 ONE AI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HS코드 추천 정확도 등 질문 내용도 다양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신민호 관세사(대문관세법인 대표)는 "저보다 선배인 연륜이 풍부한 관세사 분들이 질문하시는 것을 보면서 AI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품목분류 추천 등 관세 업무 통합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업무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