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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공무원도 AI 쓰고 싶어요"…4대 세무기관의 고민

  • 2025.04.24(목) 11:24

①기재부 세제실·국세청·관세청·조세심판원, 내부 직원 AI 활용도

인공지능(AI) 바람이 전 산업에 불어닥치면서 정부부처 및 기관들도 AI 열풍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민간에서는 일찌감치 업무 효율과 편의를 위해 서로 앞다투어 AI를 도입하고 있지만, 정부의 경우 보안 문제로 인해 함부로 AI를 들이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기관 중 가장 많은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는 국세청도 마찬가지다. 'AI 국세상담'을 도입하고, 소득세 환급 검토에 AI를 도입하는 등 대국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국세공무원의 내부 행정 업무에는 보안 문제로 AI 사용을 금지했다. 

조세심판원도 보안 문제 때문에 사용을 금지했지만, 높은 업무강도에 직원 대부분은 AI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은 보안이라는 걸림돌을 피해갈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며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직원들의 AI 수요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세무행정 관련 기관들의 AI 활용 현주소는 어떨까? 기재부 세제실과 국세청, 관세청, 조세심판원의 '내부 행정 업무 AI 활용도'에 대해 짚어봤다.

과세정보 다루는 국세청·관세청의 온도차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등 정부기관 정보기술(IT) 서비스에서는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국세청에서도 내부 행정 업무에 대한 AI 활용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보안'.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국세청 입장에서는 그 어느 곳보다 보안이 철저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의 생성형AI 딥시크와 미국 구글의 챗GPT 등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에 더해 국세청이 우려하는 것은 AI의 학습이다. 국세공무원이 AI를 사용할수록 AI의 학습을 통해 더욱 똑똑해지는데, 그럴 경우 국세청의 과세논리나 세무조사 기법 등을 AI가 간파해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챗GPT를 사용하고 있으며, 보안 문제가 해결되면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싶다"며 "보안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AI를 사용하면 AI가 절세가 아닌 탈세 방법을 소개하거나 개인 과세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한 세무서장은 "보안이 완벽하게 유지되고 내부망(폐쇄형)이라는 전제가 있다면 AI 사용에 찬성한다. AI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세청의 업무량을 줄일 수 있다면 AI 사용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윤리 의식에 대한 고민은 남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취급하는 개인의 과세정보 규모는 적지만, 보안 문제에 있어서는 같은 숙제를 안고 있는 관세청의 경우에는 국세청과는 다른 길을 가는 모양새다. 

관세청은 관세조사 분야에 이미 챗GPT를 적극 활용 중이다. 기업의 공시자료를 분석하기 위한 내부 매뉴얼을 만들어 이 절차에 따라 기업의 위험요소를 분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챗GPT 계정을 수십 개 구매해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활용방법은 챗GPT에 기업의 공시자료를 넣고, 정해진 질문을 한 뒤 그에 맞춰 위험요소를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관세청은 정보 유출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수집한 내부자료는 챗GPT에 넣지 않고, 기업의 공시자료만 분석하는데 AI를 사용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관세청은 내부 AI도 개발해 내부자료를 활용하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관세청의 자체개발 AI는 외환 모니터링, 법인심사 대상 선정, 관세조사 대상을 선정할 때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외환 모니터링 과정에서 해외송금 자료나 수출입신고 등을 AI로 분석해 위험 수치를 확인한다. 법인심사나 관세조사 대상 선정 때도 기업의 자료를 AI에 넣어 납세 위험도를 분석한다.

'보고서 생산공장' 세제실, 인트라넷에 '챗GPT' 도입

기재부 세제실은 개인정보를 다루는 국세청이나 관세청과 달리 세법개정안 수립이나 기획 업무를 주로 한다. 따라서 보고서 작성이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기재부는 공식적으로 챗GPT를 도입하기 전에도,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보고서 작성에 AI를 많이 활용해왔다. 오죽하면 올해 초 기재부의 한 고위직은 "젊은 직원들의 보고서 작성 속도와 완성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다.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할 정도였다.

직원들의 AI 수요가 높아지자, 기재부는 지난 2월 인트라넷에 'AI 허브'라는 채널을 만들었다. AI 허브를 클릭하면 챗GPT와 퍼플렉시티의 유료 버전을 쓸 수 있는 창으로 연결된다. 정부기관 최초로 업무에 AI 모델을 활용한 사례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간 기재부에 누적된 노하우가 내부 시스템에 있고, 이를 챗GPT에 물어봐서 크로스체크를 한다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법전에서 일일이 관련 조문들을 찾아봐야 했던 불편함을 덜어준다"고 했다.

기재부 내에선 20~30대 젊은 공무원들이 번역, 보고서 초안 작성, 회의 내용 요약 등 반복적인 업무에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보안 문제를 고려해 내부 포털 아이디를 통해서만 AI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파일 업로드 기능도 막았다. 외부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보안을 강화한 것이다.

높은 업무강도에…심판원도 'AI 도입' 고민중

심판원도 심판청구 사건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AI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심판원 관계자는 "AI 기술을 활용한 심판청구 절차 지원방안이라는 주제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 결과물이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예정된 '개청 50주년' 포럼에서는 AI를 주제로 한 심판원의 중장기 발전 방안도 내놓는다. 

심판원이 AI 도입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과도한 업무량 때문이다. 심판원이 처리한 조세불복 사건 수는 매년 1만건을 훌쩍 넘긴다. 

납세자는 조세불복을 위해 국세청의 심사청구, 감사원의 심사청구, 심판원 심판청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심사·심판청구를 거치지 않고 곧장 조세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있으나, 상당수 납세자는 먼저 심판청구를 택한다.

이런 상황에서 100명 남짓한 심판원 인력(현원 117명)으로는 납세자들이 제기한 심판청구를 신속·정확하게 처리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실제 지난해 심판청구 평균 처리일수는 185일로, 1년 전보다 13일 늘었다. 

현재 심판원 내 사건 분석이나 선례 검색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청구인 주장의 요지를 정리하고, 유사 판례나 예규를 찾아 비교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

심판원 관계자는 "정부기관은 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자체 AI를 써야 한다. 하지만 방법론의 문제일 뿐, 앞으로는 AI를 써야할 것"이라며 "심리자료 요약이나 결정문 작성에 AI를 쓴다면 업무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2편 '국세청·관세청, 'AI 대국민 서비스' 수준은?'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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