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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와 티니핑, 사람일까? 동물일까?

  • 2025.03.13(목) 07:00

드라마로 보는 애매모호한 품목분류 에피소드

중소기업의 현실을 다룬 웹드라마 '좋좋소(좋소 좋소 좋소기업)'. "내 이야기 같아 소름 돋는다" 평이 넘쳐서였을까. 공개된 지 4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유튜브 댓글 창에서 활발한 반응을 얻고 있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은 무역 회사인 '정승네트워크' 사무실이다. 회사에서는 무역 용어 테스트를 시키는 상사도 있고, 수입 물품(인형)의 HS코드를 잘못 입력하는 신입사원도 등장한다. 이렇듯 드라마에서 무역 실무를 다루는 장면은 꽤 많다. 이에 드라마 속 무역과 관련한 세금 이슈를 풀어보고자 한다. 

 

#. 정승네트워크의 새로운 업무인 좋소개팅 어플리케이션 개발 업무를 위해 이예영(진아진)은 계약직 인턴사원으로 들어온다. 예영은 별다른 회사 재직 경력은 없고, 취업 준비 학원 선생님의 도움으로 사실상 무임승차한 포트폴리오만이 경력의 전부다. 어찌저찌 출시한 좋소개팅의 매출은 좋지 않다. 이에 예영은 사장으로부터 좋소개팅 업무와 무역 업무를 병행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죄송합니다. 제가 무역(품목)분류 코드를 잘 몰라서…

드라마에서 예영은 수입 물품에 대한 코드(HS)를 잘못 입력해, 업체로부터 "코드가 다르면 세금도 다른 것을 모르냐"는 항의 전화를 받는다. 업체는 사람 인형 코드를 넣어야 하는데, 예영이 동물 인형 코드를 넣었다고 항의한 것이다.

상급자는 "그 쉬운 걸 왜 틀리냐"고 예영을 타박했다. 하지만 예영은 억울한 마음에 스머프 인형을 보여주며 "이거 동물 인형 아니에요?"라고 되묻는다. 상급자는 "하, 애매하네. X발"이라고 혼잣말을 한다.

스머프는 동물(비인간)입니다

수입 물품의 관세율은 국제협약(HS협약)에 따라 HS코드에 의해 결정된다. 겉보기에는 비슷해도 적용되는 HS코드에 따라 영세율(0%)이 적용될 수도, 높은 관세율이 부과될 수도 있다.

인형에 대한 HS코드는 '9503.00.2xxx(인간 모형), 9503.00.34xx(동물이나 비인간 모형)'로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스머프 인형은 어느 쪽에 해당할까. 관세평가분류원 관계자는 "스머프는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드라마 속 업체가 항의한 것이 잘못된 셈이다.  

관세율표 제9503호에서 동물·비인간 인형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분류할 땐 '인간의 신체적 특징을 현저하게 갖춘 것인지'는 판단의 잣대로 쓰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사람처럼 팔과 다리가 있고 걸어다닌다는 특징이 있더라도, 이는 인형의 유형을 결정하는데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예컨대, TV 만화 '캐치티니핑'에 등장하는 티니핑의 경우에는 사람처럼 팔과 다리가 있고 걸어다니면서 손을 사용하지만, 요정을 모방한 비인간 인형으로 본다. 사람 인형으로 분류하지 않는 것이다. 

'인형 관세' 결정하는 것은?

인형의 기본 관세율은 8%다. 일반적으로 스머프 인형이 사람으로 분류되든 아니든, 8% 세율이 붙는 건 매한가지라는 소리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형이 아니라, 인형이 ①어떤 재질로 되어있는지 ②어느 국가에서 수입되는지 여부다. 이 두 가지가 관세율을 결정짓는다.  

드라마 속 스머프 인형은 관세율표상 '9503.00.3411(방직용 섬유 재료로 만들어진 비인간 인형)'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 고무, 플라스틱, 유리, 나무로 만들어졌다면 각각 다른 HS코드로 구분된다.

관세청 관계자는 "물품의 성질·형상·본질적 특성 등에 따라 세율이 달라질 수도,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어서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현재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국가로부터 수입한 물품은 모두 영세율을 적용받는다. 

다만,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관세 국가라면 인형의 재질에 따라 다른 세율이 적용된다. 실제 고무나 나무 등으로 만들어진 비인간 인형을 WTO 국가로부터 수입했다면 별도 요건 없이도 영세율이 적용되는 반면, 재질이 방직용 섬유일 때의 관세율은 13%다. 

이 때문에 FTA가 체결된 국가(중국 등)로부터 수입한다면, 반드시 수출자로부터 'FTA 원산지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FTA 적용 요건을 갖췄을 때는 영세율을, 그러지 못했다면 8%의 기본세율을 적용받는다. 

'영세율 인형' 세관은 왜 8% 매겼나

#. 2020년 8월, 한 수입업체는 플라스틱 완구(피규어)를 '기타의 조립 세트와 조립식 완구'로 판단, 영세율로 신고했다. 그런데 안양세관에서는 이는 품목분류 오류라며, 사람 모형의 인형으로 분류해 관세(8% 세율 적용)를 부과했다. 업체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조세심판원 심판정에 의사봉이 놓여 있다. [사진: 이대덕 기자]

관세 부과와 관련된 불복 사례 중 가장 자주 등장하는 쟁점은 품목분류다.

안양세관에서는 조립식 완구는 반복적인 조립·해체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난감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안양세관은 해당 피규어가 ①조립 불가능한 일체형 제품이고 ②한번 조립 후 완성되면 그대로 사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조립식 완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람 모형의 인형은 조립식 완구 여부를 따지기 전에, 해당 세번(9503.00.2130)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세관의 패배였다(인용). 심판원은 해당 피규어를 두고 머리·팔·다리 등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어, 조립식 완구의 특성이 있다고 봤다. 국내외 분류 사례에서도 비슷한 제품들이 조립식 완구(관세 0%)로 인정됐다는 점도 들었다.

해당 사례에서는 납세자가 승소했지만 실제로는 품목분류 관련 심판청구에서 납세자가 승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관세청이 유리한 결정을 받는다. 해당 사례가 특이한 경우였다. 실제, 2023년 기준 심판원에서 처리한 193건의 관세 사건 중 25.7%만이 인용 결정을 받았다.

만약 유사 제품의 HS코드가 애매하다면, 사전에 세관에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요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입업자가 사전심사 결과로 나온 HS코드를 적용해 수입신고를 한다면, 세관에서는 이를 그대로 인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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