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관세율이 얼마냐고요?
수입하는 물품에 매겨지는 관세의 세율은 국제협약(HS협약)에서 만든 HS코드라는 코드값에 결정되는데, 이 HS코드 분류를 두고 수입업체(납세자)의 항의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겉보기에는 비슷한 물품이라도 어떤 HS코드냐에 따라 영(0)세율을 적용할 수도, 높은 관세율이 부과될 수도 있다.
HS코드의 결정(자진신고) 주체인 기업 입장에서는 헷갈리는 품목이 많다. 만약 다리살이 붙은 돼지족발이라면, 냉동 돼지고기와 같은 높은 관세율이 매겨진다. 반면 발목 부분까지 절단된 족발은 '냉동 돼지의 부스러기'로 보고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이렇다 보니, 관세부과에 대한 불복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쟁점도 '품목분류'다. 이런 다툼에서 대부분은 관세청의 결정이 받아들여지지만, 기업이 과세 취소를 받아 낸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국무총리실 산하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지난해 납세자가 심판원에 관세 관련 심판청구를 제기한 건수는 143건이었다. 이월된 사건까지 포함했을 땐 268건으로, 전년(252건·이월 포함)에 비해 16건이 늘었다. 관세 관련 심판청구 건수는 2020년 288건에서 이듬해 232건으로 줄어든 뒤, 다시 증가세다.
최대 쟁점은 수입물품의 품목번호다. 관세청 관계자는 "물품의 성질이나 용도 등 약간의 차이로 세율이 0~10%로 다르게 적용돼 업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과거든 현재든 품목분류에 대한 불복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심판원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심판결정례를 분석한 결과, 결정일 기준으로 지난해 155건이 처리됐고 이 중 83건(53%)이 물품에 대한 품목분류가 쟁점이었다. 심판청구통계 처리 건수(193건)와 차이를 보인 이유는, 청구 사건에 대한 납세자의 비공개 요청 때문이다.
수입 스포츠용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한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A사는 각종 신발을 수입하면서 이를 '운동용 신발'로 판단해 관세를 신고했다. '테니스화·농구화·체조화·훈련화나 이와 유사한 것'에 분류되는 물품은 저세율을 적용받는데, A사가 수입한 신발도 이 범위에 들어간다고 봤다. 해당 물품은 착용자의 스포츠 활동을 위해 설계, 제작, 테스트를 거쳐 양산이 결정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A사는 심판원으로부터 기각 판정(조심2022관0016)을 받았다. 심판원은 ①운동용 신발은 단순히 운동에 필요한 편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②경쟁적 상황에서 요구되는 치열한 움직임에 적합할 정도로 '특정 스포츠'만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신발만이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사의 수입 물품은 일상 영역에 각종 기능이 부가된 기능적 일상화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고 수입업체만 품목분류 오류를 범했던 것은 아니었다. 품목분류 관련한 사건(83건)의 19%(16건)가 관세부과 취소 판정을 받았다.
전체 관세 사건으로 범위를 넓혔을 때, 2023년 기준 인용률은 25.7%였다. 100건의 과세 건 중 25건은 돌려줬단 의미다. 대구세관은 2022년에 이어 작년에도 '100%'의 인용률을 보였다. 대구세관을 상대로 한 관세 불복 쟁점을 묻고자 심판원에 질의했지만,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불복을 제기한 쟁점을 키워드로 보면 품목분류 외에 과세가격 재산정, 특혜관세(또는 협정관세율) 적용, 가산세 면제 등이 많았다.
통관 다툼 잦았던 성인용품, 이젠 사라져
'이 물건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불과 몇 년 전까지 남성이나 여성의 성기 등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듯한 각종 성인용품이 '통관 퇴짜'를 맞는 경우는 잦았다. 통관을 불허한 관세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심판원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심판결정례를 분석한 결과, 2022년 이후부터 자위, 성인용품, 풍속, 음란 등과 관련한 쟁점으로 심판청구를 제기한 경우는 없었다. 리얼돌(여성의 신체를 정교하게 재현해 만든 성기구) 수입을 허가하라는 대법원의 판결(2021년)로, 성인용품의 통관규제가 완화된 탓이다.
심판원 관계자는 "미성년자나 특정인을 묘사한 게 아니면 관세청이 대부분 규제를 풀어주는 식으로 내부 기준을 마련하면서, 성인용품 통관 관련한 불복도 최근엔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관세청은 지난 2022년 말 납세자가 제기한 성인 형상을 한 리얼돌 통관보류 취소소송에서 패소하자, '리얼돌 수입통관 지침'을 개정했다.
관세청은 현재 미성년·특정인물 형상하거나 전기제품 기능이 포함돼 안전성 확인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성인 형상을 한 전신형 리얼돌의 통관을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