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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MP3·맥주제조키트의 공통점은 무엇?

  • 2024.11.07(목) 07:30

과거 수입통관 금지 품목…시대 따라 통관정책 변화

관세청을 다른 말로 '경제 국경을 지키는 경찰'이라고도 합니다.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공무원이 무슨 경찰인가 싶지만, 실제로 관세청의 조사국 직원들은 특별사법경찰 지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특사경 지위를 가졌다고 해서 경제 국경을 지키는 경찰이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세청의 핵심 업무는 수출입통관인데요. 이 업무 때문에 이런 별칭이 생긴 것입니다.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죠. 그 과정에서 관세청은 수입물품의 안전성까지 확인합니다. 국민 안전을 위해하는 물품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관세청의 역할이죠.

그런데 같은 수입물품이라도 과거에는 수입이 금지됐지만, 세월이 흘러서 통관이 가능해진 것도 있습니다. 국민 안전을 위해하는 식품이나 마약, 도검류와 총기류 등을 수입 금지를 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게임기나 의약품, 성인용품 등은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성인용품 중 하나인 '리얼돌'이죠. 비디오 게임기, MP3 플레이어, 수제맥주 제조 키트 등도 과거에는 통관이 금지됐다가 지금은 수입이 가능해진 품목입니다.

#. 비디오 게임기: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등의 게임기는 인기가 많죠. 현재는 이런 게임기를 사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됐지만 1980~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게임기의 한국 유통은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당시 1990년대 초반 닌텐도와 같은 콘솔 게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일본이었는데, 우리나라의 반일정책 또는 반일감정 때문에 일본의 콘솔 게임기를 수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요.

더구나 게임 중독 우려와 교육 저해 등 청소년 유해 논란이 일어나면서 정부의 규제로 수입이 금지됐습니다.

이에 국내기업들은 우회 전략을 사용합니다. 일본 게임기를 기반으로 한 게임기를 국내 브랜드로 출시해 유통하는 것이었죠.

삼성전자가 1989년 출시한 '겜보이'는 일본의 세가 마스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것이고, 1990년 출시된 대우전자의 재믹스는 일본의 MSX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기입니다. MSX는 일본의 아스키(ASCI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로 게임 콘솔로 활용됐습니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중반 게임도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인식되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는 게임기 수입이 허용됐습니다.

#. MP3 플레이어와 음원: MP3 플레이어가 처음 나왔을 때는 그야말로 혁신과 같았죠. 그 전까지 대중적으로 사용했던 CD 플레이어는 크기도 크기이지만, 원하는 음악을 듣기 위해 CD를 사야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번거로운 점이 많았습니다.

MP3 플레이어는 음원만 구매해 플레이어 안에 넣으면 되기 때문에 간단하고, 휴대성도 높았죠. 

이렇게 편의성을 높인 MP3이지만,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저작권 보호에 대한 개념이 많이 약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MP3 플레이어와 음원의 수입을 제한했죠. 

하지만 디지털 저작권 관리 기술이 발전하고 불법 복제 방지 기능이 강화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MP3 플레이어와 음원에 대한 수입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MP3 플레이어는 우리나라에서 탄생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새한정보시스템이 1998년 개발한 '엠피맨 F10(MPMan F10)'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MP3 플레이어입니다. 이후 레인콤의 아이리버, 삼성전자의 옙(YEPP), 거원시스템의 아이오디오(iAudio) 등이 쏟아져 나왔죠. 

정부가 MP3 플레이어 수입을 2000년대 초반까지 제한했지만, 국민들이 타격을 받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 수제맥주 제조 키트: 요새 집에서 막걸리나 맥주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죠. 하지만 2019년만 하더라도 수제맥주 제조 키트는 개인이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주류를 제조하려면 제조면허가 있어야 하는데, 일반 소비자들은 이런 면허가 없기 때문에 집에서 나만의 술을 만들어서 마시는 것이 불가능했죠.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2019년 주세법을 개정해 주류 제조 면허가 없더라도, 주류 제조 키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주세법을 개정했는데요. 이 주세법은 2020년부터 시행됩니다.

이는 해외 주류 제조 키트에도 똑같이 적용됐습니다.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2019년까지는 해외 수제맥주 제조 키트도 수입이 금지됐지만, 2020년부터는 수입이 가능해졌는데요. 

이제 집에서 손 쉽게 주류 제조 키트를 구매해 나만의 술을 만들어먹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 됐습니다.

#. 성인용품 '리얼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성인용품 '리얼돌'은 불복 제기가 가장 많이 된 품목 중 하나였습니다.

관세청은 사람의 형상을 한 리얼돌에 대해 미풍양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보고 수입 통관을 보류해왔는데요. 

한편에서는 리얼돌 수입 통관 금지는 개인의 성적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발이 거셌습니다. 더구나 이를 수입하는 사업자들은 관세청이 고리타분하다며 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무더기로 제기했는데요.

2019년 대법원은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수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에 리얼돌의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에만 26만명이 동의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법원에서 리얼돌의 수입 통관을 허용하는 판결이 계속되면서 관세청은 2022년 12월 리얼돌의 수입 통관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미성년자의 형상을 하거나 전기를 사용하는 리얼돌은 수입이 여전히 금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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