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1. A사는 지난 2019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베트남에서 멘보샤를 수입하면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율 0%를 적용받기 위해 '빵가루나 반죽을 입힌 새우조제품'으로 해당 제품을 수입 신고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지난해 2월 A사에 수입한 멘보샤가 관세율 20%가 적용되는 '기타의 새우조제품'이라며 관세와 부가가치세, 가산세 등 7억원을 부과했다.
억울했던 A사는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 반죽은 특정 재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속 재료를 보호하고 재료를 접착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코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세청은 '반죽'이란 것은 밀가루와 물 등의 액체를 섞어 흐를 정도의 점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선살과 타피오카 전분으로 만든 멘보샤의 겉이 반죽옷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심판원은 관세청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 결국 관세청의 손을 들어줬다.(조심 2023관0108)
# 사례2. 오디오를 제조하는 B사는 LCD 모듈을 수입하면서 자의적으로 세율 0%인 '전기식 시각신호용 기기'로 신고했다. 하지만 세관의 관세조사 과정에서 품목분류가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부분품(관세율 8%)을 적용, 관세 등 88억원을 추징당했다.(관세청 'CEO를 위한 필수 관세상식' 발췌)
일반인이 보기에는 별 차이가 없어보이는 품목분류이지만, 수출입 업체 입장에서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왔다갔다 할 정도로 기업의 명운이 달린 일이다.
해당 사례 외에도 지난 4월 삶은 고사리를 데친 고사리로 신고한 수입업체 13곳이 13억원의 부가가치세를 추징당했으며, 한 업체는 냉동녹두를 수입했다가 관세청이 건조녹두를 잘못신고했다며 수억원을 추징당했지만 심판원의 결정으로 세금을 돌려받았다.
이런 사례의 특징은 대개 몇 년 동안 잘못된 품목으로 수입신고를 하다가, 관세조사나 FTA 원산지 자율점검 안내로 몇 년치가 한 번에 드러나면서 업체가 곤욕을 치른다는 것이다.
관세청이 수입통관을 할 때는 아무 말도 없이 가만 있다가, 몇 년 뒤에 갑자기 추징하는 이유는 현재 통관제도 기조가 '선(先) 통관 후(後) 심사'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도입된 '선 통관 후 심사' 정책은 통관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수입업체의 비용을 절감시켰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수입업체들은 통관을 위해 120개의 서류를 각 기관에 일일이 접수해야 했으며, 관세 납부를 위해 줄을 서서 대기했다. 이 과정이 최소 15일에서 23일 정도 걸리면서 물류비용도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이에 관세청은 관세행정정보시스템(유니패스) 개발과 더불어 '선 통관 후 심사' 제도를 도입, 수입업체가 신고한 신고서를 바탕으로 먼저 통관한 뒤, 잘못 신고된 것은 사후심사를 통해 바로 잡도록 했다. 그 결과, 통관에 소요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었지만 반대로 수입업체들은 몇 년치를 한 번에 추징당할 위험을 안게 됐다.
관세조사만 피하면, 사후심사에서 해방될까?
사후심사 하면 관세조사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관세청은 관세조사 외에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 수입업체에 대한 심사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관세조사는 정기 관세조사와 비정기 관세조사로 나뉘는데, 정기 관세조사는 국세청에서 하는 정기 세무조사와 똑같이 5년에 한 번 받는다고 보면 된다. 최근 4년 이상 관세조사를 받지 않았거나 불성실 혐의가 있거나, 또는 무작위로 대상을 선정해 조사한다.
비정기 관세조사는 구체적인 탈세제보가 있거나 신고내용이 잘못 됐다는 것이 분명할 때 착수한다.
하지만 관세조사는 대상이 수입액이 3000만달러 이상인 기업인데다, 수출입안전관리 우수업체(AEO)는 관세조사 대신 종합심사를 하기 때문에 조사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전체 심사건수 중 관세조사 건수는 연간 4% 정도에 불과하다.
종합심사 대상인 AEO 공인업체는 관세청에서 선정한다. 내부통제와 안전관리가 잘 된 업체라는 것을 관세청에서 인증해주고 통관절차 등을 간소화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AEO 공인업체로 선정되면 AEO 시행국에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종합심사를 통해 주기적으로 신고내용 오류를 점검받아야 한다.
심사건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보정심사는 기업이 직접 신청하는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 위험 부담이 제일 적은 심사 방법이다.
기업 스스로 신고가 잘못됐다고 판단된다면 '보정신청'을 하는데, 신청 가능 기간은 관세를 신고납부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다. 보정신청을 받으면 세관은 보정심사 대상과 비대상을 구분해 처리하는데, 부족세액이 드러나 추가납부를 하더라도 가산세 면제 혜택이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심사 방법이다.
이밖에 관세청은 환급심사, 외환검사, 원산지 검증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수출입 업체를 사후관리하고 있다.
세금폭탄 피하는 현명한 방법은 '이것'
사후추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품목분류를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할 수 있다. 나름대로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품목분류를 했더라도, 관세청에서 이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럴 때는 관세청에서 운영하는 사전심사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사전심사는 ▲관세평가 사전심사 ▲품목분류 사전심사 ▲특수관계 과세가격 사전심사(ACVA·아크바) 등이 있다.
관세평가 사전심사는 가격신고를 하기 전에 의문이 들거나, 불안하다면 관세평가분류원에 신청해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 과세가격이 그대로 효력을 발휘한다.
특수관계 과세가격 사전심사의 경우, 말 그대로 가족이나 친인척 등의 특수관계자와의 수입거래에 대해 관세청에서 사전에 심사를 해주는 것이다.
특수관계자간 거래의 경우 과세가격을 낮춰 신고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과세당국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추징당할 가능성이 많다. 이 때 아크바를 활용하면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품목분류 사전심사의 경우 수출입 기업 모두가 활용하면 좋은 제도다.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바로 품목분류인데, 관세평가분류원에 사전심사를 신청해 나온 결과 그대로 세관에서 적용한다.
이밖에 관세청에서는 FTA 컨설팅과 AEO 공인자격 획득을 위한 컨설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FTA 컨설팅을 통해 '원산지 검증 대응'에 대한 도움을 받으면, FTA 협정세율을 적용받으려다 잘못 신고해 세금폭탄이 부과되는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 AEO 컨설팅 역시 기업이 공인자격 획득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자세하게 안내해 줘 기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다만 관세청에서는 컨설팅을 받더라도, 외부 전문가의 도움없이는 이를 이행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리인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재호 서울세관 심사1국장은 "FTA 컨설팅 다음으로 어려운 것이 AEO 공인자격 획득, 이보다 더 어려운 것이 특수관계 과세가격 결정"이라며 "관세청이 제공하는 컨설팅은 기업의 회계자료를 보고 컨설팅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제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세청의 컨설팅을 받더라도, 관세 관련 지식이 없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활용하기 어렵다. 또 대리인이 알아서 과세가격을 결정하고 관세청의 사전심사나 컨설팅을 받지 않았다면 나중에 추징될 우려가 존재한다."며 "최선의 방법은 관세청의 사전심사나 컨설팅을 받는 것과 동시에 관세사나 관세법인, 법무법인 등의 조력을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