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로 물건을 사고, 투자를 하거나 대출을 받은 기업들은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게 되면, 손실 또는 이익이 늘어나 재무에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업들이 환율 변동으로 달러 채권이나 채무를 처분해 발생한 손익은 과세소득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고 팔거나 결제하지 않고 장부에 기록만 있는 외화 자산과 부채는 손익을 평가해 과세소득으로 반영할 수도,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과세 여부는 기업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외화를 주로 취급하는 기업인이 환율 변동이 큰 상황이 닥쳤을 때, 절세를 위해 알아야 할 팁은 무엇일까.
'외화평가손익'은 외화로 표시된 자산이나 부채의 가치가 환율 변동에 따라 달라지면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손실을 말한다. 다만 자산을 처분하지 않았으므로 외환차익·외환차손이 아닌 평가를 통한 평가손익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외화 통장에 10만 달러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취득할 때 환율은 1200원이었는데, 결산일 당시 환율이 1380원이 됐다면 달러당 180원의 이익이 난 것으로 평가해 손익계산서에 1800만원을 환산 이익으로 반영한다.
반면, 부채 10만 달러가 있는 기업은 환율 변동으로 인해 채무가 더 늘어 1800만원을 환산 손실로 기록한다.
세법에 따르면 이러한 평가손익은 실제로 실현된 이익과 손실이 아니므로 세금 납부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원자재를 수입해 물건을 만들어 파는 기업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값이 오르기 때문에 실적이 악화된다. 이처럼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이 크다면 평가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과세표준을 낮춰 세금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외화평가손익을 과세소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법인세를 신고할 때 '화폐성 외화자산 등 평가방법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신고서를 제출하면 5년간 해당 평가방법을 유지해야 한다.
즉, 기업의 외화 자산과 부채에 대해 이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5년간은 결산일 기준 환율로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세무 전문가는 기업인 입장에서 결산일 기준 평가방법이 5년 사이 과세소득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도 있으니,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전자공시시스템(다트)에 공시하는 상장기업들은 대부분 회계기준에 따라 사업연도 결산 시점 환율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외화평가손익은 감사인의 주요 검토 항목 중 하나다.
하지만 일반 중소기업은 환율 변동성 관리가 쉽지 않아, 따로 신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취득시점 환율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취득일 환율 평가방법은 결산일 현재 환율 변동으로 인한 외화 자산과 부채의 실제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미리 인식하지 못해 더 큰 손실에 노출될 수 있다.
이소민 세무사(소민택스)는 "기업들 중 외화환산 손실이나 이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사가 상당히 많은데, 손실이 크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절세 혜택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한번 선택하면 결산일 환율 평가방법을 5년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환율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평가손익 규모를 관리하는 환헤지 상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