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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CCTV 되는데, 품목분류는 언제?…관세청 AI 현주소는

  • 2024.11.08(금) 07:00

#. 마약을 밀반입한 전력이 있는 우범여행자가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보안 담당자는 수많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곧바로 우범자를 찾아 위치를 확인하고 행동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이 미리 학습한 우범자의 얼굴 데이터를 읽고 세관 직원에게 정보를 전송한 덕분이다. AI는 입국한 사람뿐만 아니라 갖고 들어온 가방과 일행까지 추적하고 알려줘, 관제센터는 우범자의 이상 행동을 미리 감시할 수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바뀔 공항 관제센터 모습이다. 앞으로는 공항에 몰래 입국하거나 물건을 들여오는 일은 생각조차 어려울 만큼 관세청의 감시망이 촘촘해진다. 출입국 관리와 통관 절차에 첨단 기술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최근 관세청은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연구·개발한 관세현장 맞춤 기술들을 시연했다. 관세청이 개발을 마치고 도입을 준비 중인 AI 장비와 시스템은 무엇일까.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AI CCTV는 세관이 갖고 있는 우범여행자 얼굴 등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자동으로 인식하도록 개발됐다. 

지금까지는 세관 직원이 CCTV를 통해 우범자를 찾고 계속해서 동선을 주시하면서 다른 직원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등 직접 모니터링이 필요했지만, AI CCTV로 그 절차가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것이다. 

현장에서 AI CCTV 기술을 설명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는 이미 AI CCTV를 활용 중인데, 거리 곳곳에 설치된 CCTV로 추적 범죄자를 식별하고 있다"면서 "공항에서도 빨리 활용될 수 있도록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천공항 테스트 작동 후 이르면 내년 도입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우범여행자 AI CCTV 시스템. 데이터를 입력해놓은 얼굴 외에 다른 얼굴들은 모두 지워져 있다(왼쪽화면). 거리에 설치된 CCTV에서 등록된 데이터를 통해 범죄자를 식별하고 있다. [사진: 강지선 기자]

이제는 아무리 작은 물건에 숨겨 소량으로 들여오는 마약도 AI의 레이더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소형화물 검색용 복합 엑스레이 장비에 적용된 AI는, 두꺼운 물질에 숨겨놓은 마약까지도 성분을 확인해 탐지하고 자동으로 위험물품에 분류한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복합형 엑스레이 검색기에 적용된 AI는 흉기·마약 등 반입금지 물품을 300개 이상 학습해 자동으로 판독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관에서 사용 중인 외국산 엑스레이 장비는 다른 두꺼운 물질에 마약 등 위험물품을 숨겼을 경우 판독이 불가능하다. 또한 우편 등을 통해 반입하는 마약 역시, 세관 직원이 일일이 봉투를 뜯어볼 수 없기 때문에 검사에 한계가 있었다. 

관세청 관계자는 "LSD와 같은 신종 마약은 가루가 아닌 붙이는 패치 형태이기 때문에 다른 물건들과 섞이면 구분이 어려운데, 복합형 엑스레이 검색기는 그런 소형화물에 숨긴 위험물품까지도 AI가 탐지하고 알려준다"고 말했다. 

다만, 복합형 엑스레이에 탑재된 AI는 아직 자가학습이 가능한 단계는 아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위험물품을 학습시켜야만 탐지가 가능한 수준이다. 관세청은 "내년 하반기 국산 장비 도입 후 지속적으로 기능을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형화물 검색용 복합 엑스레이 검색기. 캐리어를 검색기에 통과하면 1초 만에 가방 안의 내용물이 어떤 물질인지 AI가 분류해준다. [사진: 강지선 기자]

매일 방대한 양의 통관 물품을 눈으로 확인하는 세관 직원들도, 나날이 발전하는 밀반입 기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세청은 AI 기술로 세관 직원의 엑스레이 영상 판독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현재 사용 중이다. 

AI 엑스레이 판독 트레이닝 시스템은 실무에서 구분이 어려운 불법화물 영상을 토대로 AI가 여러 가지 3차원 영상을 생성해 직원들이 학습하게 한다. AI는 마약·총기류 등 불법물품 여러 개가 함께 섞여있거나, 하나의 불법 물품의 모습이 찍힌 두 가지 영상을 합성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이 학습할 새로운 영상을 자동으로 만든다. 

이 기술을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 연구 책임자는 "실제로 많은 해외 세관 직원들이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해온 것으로 안다"며 "이 시스템에서 AI는 마약 또는 흉기 등 직원들이 검색에 취약한 항목을 분석해 집중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품목분류도 'AI 시대' 가능해질까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우범여행자 관리도 중요하지만, 관세청 입장에서는 품목분류도 핵심 업무 중 하나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빠른 통관과 정확한 품목분류가 바로 수출입 분야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같은 물건이라도 HS코드가 무엇이냐에 따라 관세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품목분류가 수출입의 첫 단추라고 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족발을 예로 들자면, 다리살이 붙은 돼지족발의 경우 냉동 돼지고기와 같이 높은 관세율을 적용한다. 하지만 발목 부분까지 절단된 족발은 '냉동 돼지의 부스러기'로 보고 낮은 관세율을 적용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HS코드를 적용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품목분류와 관련한 불복도 상당히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세청은 지난 2월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생성형 AI 기반 품목분류 추천모델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생성형 AI를 통한 품목분류 추천은 아직 개발을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우영 관세청 빅데이터담당관은 "현재까지는 관세청 빅데이터 포털 내부에 직원들이 키워드 검색으로 품목분류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을 발전시켜서 추천 AI를 구축하려고 검토중"이라며 "품목분류에 관해 어려움이 있는 납세자 분들은 관세청 대민포털 서비스에서 사례를 확인하고 도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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