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다시 한번 긍지를 느끼는 순간, 바로 경기가 끝나고 시상대에 오를 때다. 이번 파리올림픽(12일 폐막)의 시상식에서는 이전 대회에는 없었던 특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림픽 최초의 시상대 셀카였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활용해 영광의 순간을 직접 촬영할 수 있게 했는데, 이 스마트폰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전원에게 제공됐다.
일반적으로 해외여행 후, 세법에서 정한 휴대품의 면세범위를 초과했다면 신고서 작성에 더해 관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해 국위를 선양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기증받은 스마트폰을 국내에 반입했다면 똑같은 잣대가 적용될까.
값비싼 스마트폰, 국내에 반입했다면
여행자의 1인당 기본 면세범위는 800달러(약 110만원)다. 국내 면세점, 해외 면세점을 포함해 여행지에서 구입(또는 기증받은)한 제품가격 총합이 800달러 이하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 범위를 넘긴 물품을 국내에 반입하려면, 초과 금액에 대해 관세 신고·납부 의무가 생긴다. 수입 물품의 관세는 '수입 물품의 과세가격(한국에 도착된 시점까지 실제로 지급했거나 앞으로 지급해야 할 총금액) × 관세율'로 따지기에, 관세율이 몇 퍼센트인지 확인하면 쉽게 계산되는 구조다.
관세율을 알기 위해선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HS코드를 알아야 한다. 스마트폰은 관세율표상 제8519호의 셀룰러 통신망이나 그 밖의 무선 통신망용 전화기로 분류한다. 세대별(2G·3G·4G 등)로 구분되어 있지만, HS코드는 달라도 관세율은 같다. 기본세율은 8%인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관세 국가라면 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단순하게는 세금 납부 없이 수입 통관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수입 물품엔 부가가치세가 매겨진다.
예컨대, 일반 갤럭시 Z플립6 512GB 모델을 샀다고 치자. 구입가격은 미국 출고가 1219.99달러(약 168만원)로 한다. 800달러를 넘는 물품이므로 여행자휴대품 신고 대상이 되며, 면세 한도를 차감한 419.99달러에 대해 관세·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부과된다. 다만 스마트폰의 경우엔 관세율이 0%이기 때문에 부가세 10%만 내면 된다.
원래 계산식이라면 과세가격은 물건값 외에도 운송과 관련된 비용을 더해야 하는데, 편의상 물품 가격으로만 과세가격(419달러×과세환율 1371.94원)을 따진다면 납부할 세액은 5만7484원(57만4842원×10%)이 된다.
참고로 과세환율은 과세가격을 결정할 때 적용하는 환율이다. 관세청은 일주일 단위로 국세관세종합정보망(유니패스) 홈페이지에 국가별 통화에 대한 과세환율 정보를 게재한다.(기사는 8월 11~17일 과세환율 적용)
'국위선양' 올림픽 국가대표가 받았다면 면세일까?
그렇다면 선수들이 기념품으로 받은 스마트폰의 값어치는 어느 정도일까. 해외 중고 사이트에 기존 출고가보다 많게는 3배 가격에 판매되고 있으며, 11번가·G마켓·옥션 등 대형 오픈마켓엔 무려 800만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하지만 이를 가지고, 과세의 기준이 되는 실제 거래가격을 단정하긴 어렵다.
관세청 관계자는 "선수들이 받은 휴대폰은 실제 거래가격이 없는 물건으로 볼 수 있다"며 "유사물품의 가격을 참고할 수도, 생산원가로 과세가격을 산정할 수도 있지만 이 물건을 정확히 얼마로 과세가격을 산정할지는 복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따져보면 면세한도를 초과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세금을 낸다, 안 낸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과세가격은 총 6가지의 방법으로 결정(1→6방법 순차 적용)되는데, 해당 물품의 거래가격 기반이 되는 1방법을 가장 많이 쓴다. 물품이 무상으로 수입됐을 땐 거래가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2방법인 동종·동질 물품의 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본다. 3방법은 유사물품의 거래가다.
현재 선수들이 목에 거는 메달은 관세법 제94조의 '소액물품 등의 면세' 규정에 따라 관세가 면제된다. 올림픽에서 양궁 선수들이 쓰는 활이라면 '재수입 면세' 조항에 따라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받은 기념품에 대한 면세 규정은 따로 없다. 하지만 ①면세의 경계선에 걸쳐 있다는 시각이 짙고 ②세액 규모가 적다 보니 실익은 미미하며 ③국민 정서상 과세 대상으로 분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관세청 관계자는 "올림픽 참가 선수가 외국에서 선물이나 기념품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면세가 되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너무 엄격한 잣대로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현장에서 어떤 과세가격을 산정할 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선수들이 받은 스마트폰이 면세 한도 범위라면 당연히 내야 할 세금도, 휴대품 신고에 대한 의무도 없다. 부가가치세법 27조에서 여행자의 휴대품으로서 관세가 면제되는 재화는 부가세를 매기지 않는다. 작년 5월부턴 800달러를 초과하거나 별도의 신고가 필요한 휴대품을 제외하고는, 신고서 작성 없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