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국세청이 세무 행정에 인공지능(AI)의 손을 빌리고 있다. 복잡한 세정환경으로 과거에 사람이 수기로 하던 분석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AI의 탐지 능력이 필수로 자리 잡았다.
특히, 과세당국의 인력 부족으로 AI는 사람을 대신해서 일할 수 있는 효율적인 도구로도 평가된다. 그렇다면, 각국의 국세청은 세무 행정에 AI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해외 국세청 10곳 중 6곳 "탈세 적발에 AI 활용"
대부분의 과세당국은 '탈세 위험 분석'에 대한 AI 기술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가 최근 발표한 '조세 행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8개국(OECD 회원국 포함)의 과세관청 중 63.8%는 위험 분석에 AI(머신러닝 포함) 기술을 쓰고 있다. 이 비중은 5년 전(2018년)과 비교해 34%포인트가 늘었다.
특히 과세관청의 절반(49%, 디지털화에 관한 글로벌 설문조사를 완료한 52개국 기준) 가량은 세금 포탈 등 적발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AI가 다양한 출처(납세자의 세금 신고서 및 재무제표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소규모 기업의 탈루 가능성이 높은 거래를 선별한다. 2022년에 AI 분석으로 평균 추징세액이 40% 더 걷혔다. 프랑스는 AI를 임대소득 신고 누락 탐지용으로 쓴다. 이때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사례 중 약 50%에서 추가 세금이 징수되는 성과를 거뒀다.

탈세 위험을 정교하게 분석하기 위해 특정 납세자 집단(대기업, 고액 납세자)을 겨냥한 조직이나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 국가의 조세수입 30~60%가 고액 납세자를 통해 구성되어 있고, 평균 1.7%의 대기업이 조세수입의 44%(원천세 등 포함)를 차지한다.
과세당국 중 80%는 업무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으며, 활용 목적으로는 신고액의 검증(98%)·동향 확인(73%)·세수 예측(60%) 등 순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데이터 접근성이 증가하고, 정교한 분석 모델 및 AI가 도입되면서 세무당국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있는 신고서나 청구 또는 거래를 더 효과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국세청 곳곳에 'AI 세무상담관'
AI를 통한 납세 서비스도 증가하는 추세다. 58개국의 과세관청 중 63.8%는 납세 서비스에 AI 기술을 쓰고 있다. 5년 전(2018년, 29.8%)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른바 'AI 세무 상담관'이 이젠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게 된 것이다.
특히, 챗봇(채팅과 로봇 합성어) 등 가상서비스를 쓰는 과세당국의 비중도 같은 기간 34.5%에서 63.8%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튀르키예는 AI 기반의 챗봇 서비스인 '디지털 세무 어시스턴드(GIBI)'를 도입한 바 있다. 납세자에게 세법 관련 정보나 전자 납세 서비스 안내를 24시간 연중무휴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AI를 통해 상담 인력 부담을 줄이면서,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각국 과세관청은 가상서비스를 활용해 더 복잡하고 개인에 맞춤화된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항상 사람이 책임" 핀란드가 꺼낸 원칙
세금은 더 걷혔고 납세자의 서비스 경험을 개선했다고 하니, 세무 행정에 AI를 쓴 효과는 이미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공적 업무에 AI를 활용할 땐, '윤리적 문제'가 따라붙는다. 예컨대, "왜 세무조사 대상이 됐는가"를 설명할 수 없는 AI는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핀란드 국세청은 AI 사용에 대한 윤리 원칙을 둔다. 이 원칙은 'AI의 행동에 대해서는 항상 사람이 책임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AI가 내린 판단이나 조언은 공무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는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 신뢰 가능한 데이터만 쓴다. 특히, 1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 윤리 점검 그룹을 두고 있으며, 이들은 정기적(매달 1회)으로 AI 프로젝트의 윤리적 적합성을 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