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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든 증세든…이달 넘기면 사라질 세법 746개

  • 2024.05.14(화) 11:40

21대 국회 '계류 세법개정안' 분석해보니

21대 국회의 임기 만료(5월29일)까지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처리가 시급한 산업·민생 관련 법안들이 쌓여 있다. 이 기간을 넘기면 2만5000여건에 달하는 법안이 자동 폐기되면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따가운 여론의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적지 않은 수의 조세 관련 입법안도 쓰레기통 행을 앞두고 있다. 세법을 심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에 계류(미처리)된 법안 중 절반 넘게 세법과 관련된 법안이었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기재위에 계류된 법안 53%는 세법

택스워치가 21대 국회 임기(2020년 6월~2024년 4월) 내 기재위의 법률안을 분석한 결과, 위원회에 접수된 법안은 모두 2372건(결의·규칙안 제외). 이 중 42%인 984건만 처리되고, 나머지 1388건(의원안 1380건·정부안 8건)은 계류되어 있다. 계류 법안 중에서 조세특례제한법, 법인·소득세법 등 세법개정안은 746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폐기 처분 예정인 세법개정안의 대다수가 '감세'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비과세·감면 부분의 운용이 많은 조세특례제한법이 349건으로, 타 세목과 비교해 가장 많았다. 비율로는 절반에 달한다. 그 다음은 소득세법(113건), 국세기본법(40건), 법인세법(39건), 부가가치세법(32건), 개별소비세법(31건) 등 순이었다.

경력인정에 따른 시험면제 범위를 1차 시험으로 제한하는 세무사법, 관세사 시험에서 공무원 응시생에 대한 시험과목 일부면제제도를 폐지하는 관세사법을 포함해 농어촌특별세·교육세·교통세·주세 등 계류된 법안의 갯수가 10건 미만인 기타 세법은 모두 54건이다. 

사실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겠다고 공언한 정부로서는 세금을 깎아주는 선심성 의원입법안에 힘을 실어주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증세' 성향이 짙은 법안도 여럿 있었는데, 정치권은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해서인지 건드리지 않고 있다. 토지의 합산 가격만을 단일 과세표준으로 삼는 토지세, 청년의 일자리로 직결될 수 있는 관련 세목 신설(청년세법)도 현재로선 입법화에 실패한 모양새다.

키워드① 코로나19

21대 국회는 2020년 5월 말에 임기를 시작했는데, 이 기간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때였다. 코로나가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 만큼, 국민과 기업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법안이 많았다. 

마스크의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한다거나, 일정 한도 내 이동통신 요금을 근로소득금액에서 공제·재난에 대비한 예방조치 물품의 가계지출에 대한 새액공제 도입 등을 들 수 있다. 소기업·소상공인 등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세제지원 일환으로 간이과세자 부가가치세 감면 대상 기준금액을 연 1억2000만원까지 올리는 안도 있었다.

2020년 6월 1일부터 7월 8일까지 약 1달만 떼어내서 보면 이 기간 발의된 의원입법안은 37건이었는데, 이 중 8건(제도개선 5건·증세 3건)을 제외하고 모두 감세안이었다. 

키워드② 부동산 투기

수 십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정도로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는 강했다. 부동산 투기를 통해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는 사회적 병폐를 치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부동산 세제개편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바 있다. 이를 반영하듯, 당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유사한 정책 방향을 담은 법안이 대거 나왔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단기매매 시 양도소득세율을 1년 미만은 최대 80%·1년~2년 미만일 땐 70%로 올리는 법안을, 2021년 7월 당시 같은당 이낙연 의원은 토지초과이득세법을 부활시키는 내용(유휴토지의 토지초과이득의 50%를 종합합산과세대상·별도합산과세대상 토지의 세액에 가산)을 담은 안을 냈다. 

부동산 보유 부담을 올리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용혜인 의원(당시 기본소득당)이 발의한 토지의 합산 가격만을 단일 과세표준으로 삼는 토지세법 신설안이다. 2022년 말 국회에서 종합부동산세의 기본공제액을 올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을 낮추면서, 종부세법이 무력화됐다는 게 법안 발의 취지였다. 

키워드③ 세원 발굴 

복지든 기후 대응이든, 이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새로운 조세 재원을 발굴하려는 안도 실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를 신설하는 내용의 '청년세법(장경태 민주당 의원 발의)'을 꼽을 수 있다. 이 세목은 법인을 대상으로 과표 1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1%를 청년세로 부과하는 게 골자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상대로 세금을 더 걷으려는 안도 발의됐다. 법안 이름은 사회연대특별세법(당시 이상민 민주당 의원안)으로, 사실상 '부유세'로 보면 된다. 개인은 과표 1억원이 넘는 57만명, 기업은 과표 3000억원이 넘는 103곳이 과세 타깃이다. 이 법이 시행된다면 무려 18조3000억원 가량의 세금이 더 걷힐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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