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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오타니 절세법'이 통하지 않는 이유

  • 2024.02.09(금) 12:00

[프리미엄 택스리포트]택스형

미국 프로야구(메이저리그, 이하 MLB) 역사상 초유의 대형계약을 체결한 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는 국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야구선수입니다. 

국내 야구리그(KBO) 환경과 달리, 고도로 산업화 된 MLB 시장에서는 선수 한명의 연봉이 적게는 몇 억원에서 많게는 몇 백억원을 오고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화에서나 나오는 투타겸업 선수로 양 분야에서 모두 괴물 같은 성적을 낸데다, 일본 야구팬들의 구매력까지 자극할 수 있는 흥행성을 지닌 오타니 선수에게 LA다저스가 안겨준 금액은 무려 7억 달러(한화 약 9200억원). 계약기간이 10년이니 매년 900억원 이상을 연봉으로 받게되는 셈이죠(솔직히 정말 부럽습니다). 

그런데 이 오타니 선수의 계약 내용을 둘러싸고 이러쿵 저러쿵 논란이 양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현지 정부(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단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주세법까지 바꿀 수 있다는 뉴스가 나와 관심을 끕니다. 

미국은 물론 한국 야구팬들까지 충격에 빠뜨렸던 오타니 선수의 10년 7억 달러 FA계약은 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일까요?
 
오타니 선수의 계약 핵심은 액수보다는 '디퍼(defer) 계약'이라는 점입니다. 디퍼 계약이란 이른바 '지불유예' 개념으로 구단과 선수의 합의에 따라 계약한 금액 중 일부만 계약기간에 받고, 나머지 일부는 계약기간 이후 받는 계약형태죠.

샐러리캡 제도에 구속되어, 정해진 액수 이상의 연봉을 선수단에 쓰게 되면 '사치세'라는 규제를 받게되는 구단 입장에서는 지불유예를 통해 당장 추가 선수 영입을 위한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선수는 추후 지불되는 액수에 이자가 붙게되어 실질적으로 더 많은 돈을 받는 결과가 되니 표면적으로는 분명 '윈윈(Win Win)'이 됩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구단들이 스타플레이어 선수들과 계약 과정에서 '무이자 디퍼 계약'을 제시하는 경우가 생겼고, 이를 자신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구단의 횡포(?)로 받아들인 선수들이 계약기간 동안 온전한 액수의 연봉을 준다는 계약을 제시한 구단에 입단하는 케이스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MLB 대표 스타플레이어인 브라이스 하퍼 선수가 지난 2018년 원 소속팀인 워싱턴 내셔널스로부터 엄청난 연봉 액수만큼 엄청난 수준의 지불유예 조건이 붙은 FA계약서를 제시받은 후(연봉 일부를 만 80세까지 분할지급하는 내용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마상'을 입어 13년 동안 3억3000만 달러의 연봉을 에누리 없이 지급하기로 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계약을 맺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타니 선수의 계약이 전례가 없는 파격적 내용의 디퍼 계약이었다는 것이 알려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LA다저스는 오타니 선수에게 계약기간 10년 동안 매년 200만 달러씩, 총 2000만 달러만 지급하고 나머지 6억8000만 달러는 계약 종료 이후 10년 동안(~2043년) 매년 6800만 달러씩 나누어 주기로 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불유예에 따른 이자는 안 쳐주는 것으로 양측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이 때문에 향후 물가상승을 감안해 오타니 선수의 계약가치는 10년 4억6000만 달러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은 바로 '세금'입니다. LA다저스가 속한 캘리포니아 주정부 입장에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오타니 선수에게 연봉 200만 달러에 대한 세금만 부과할 수 있고, 계약기간 종료 후 10년 동안 받게 되는 6억8000만 달러에 대한 세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생겨버린 것이죠. 

미국의 경우 주 마다 소득세 체계가 다른데, 오타니 선수가 계약기간 종료후 상대적으로 소득세율이 낮은 주로 거주지를 옮겨버리면 캘리포니아주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 

즉 오타니 선수는 10년 동안 매년 200만 달러에 대해 연방세(Federal tax) 37%(최고세율 기준) 외 13.3%의 주세를 합쳐 50% 이상의 세금을 내야하지만, 계약기간 종료 후 주세가 0%인 텍사스주로 이사를 가면 그만큼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계약기간 종료 후 10년 동안 받는 금액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크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정부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세수입 손해를 보게 되는 거죠. 

오타니 선수의 디퍼 계약의 모토는 '우승경쟁력'을 위한 선택도 선택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절세를 위한 포석'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게 된 이유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세법을 바꿀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부랴 부랴 법을 고치더라도 소급과세는 어려울테고 당장 소득이 그만큼 발생하지 않는데 세금은 당겨 받는다는 것도 '미실현소득에 대한 과세'나 다름없으니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오타니 선수의 절세 전략은 물론 향후 유사한 사례를 막아낼 뾰족한 방법이 당장은 없어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창의성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나라에도 뒤지지 않은 나라이니, 어떤 해결책을 찾아 내놓는지 흥미롭게 지켜볼만한 대목입니다. 

오타니 선수가 10년 계약기간이 종료되는 시점, 어떤 선택을 할 지 여부와 별개로 주 별로 세금체계가 다른 미국이 아닌 이상 오타니 절세법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남의 나라 남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 야구리그도 1999년 FA제도가 도입된 이후 선수들의 연봉계약 규모가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이제는 스타급 선수들이 100억원 이상의 FA계약을 맺고 10억~20억 수준의 연봉을 받는 케이스가 크게 늘었죠. 2022년 양의지 선수가 두산 베어즈와 FA 계약을 맺으면서 152억원(계약기간 4+2년)을 받은 것이 최고액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느 시, 어느 도에 살든 소득세율은 과표구간별 6~40%로 동일합니다. 

선수가 많은 연봉에 대한 세금을 줄이고 싶다면 기부를 많이 한다거나 직업 유지를 위해 사용한 비용 등을 꼼꼼하게 장부 작성하고(일정규모 이상 연봉을 받는 경우) 제출하는 등 법이 정해져 놓은 틀 안에서 노력을 경주해야 합니다. 미국 처럼 띡, 거주지 옮기는 것으로 세금이 주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죠. 

특히 세계적 수준의 야구스타로 광고료 등 경기외적으로도 천문학적 수익을 내 연봉이 아니라도 먹고 살기 충분한 오타니 선수와 달리 경기외적 수입을 크게 기대하기 힘든 국내 선수들 입장에서 높은 수준의 이율을 보장하지 않는 한 디퍼 계약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런 득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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