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흐른 지금은 인공지능(AI)으로 키워드가 바뀌었지만, 고민의 방향성은 여전히 같은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택스워치 창간 10주년을 맞아 AI가 세무업계와 세무사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현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살펴봤습니다.

# 대형 세무법인 소속 세무사 A씨는 최근 생성형 AI에 상속·증여 관련 판례를 찾아달라고 했다. AI는 사건번호와 함께 그럴듯한 판결 내용까지 내놨다. 하지만 확인해 보니 존재하지 않는 판례였다. 그런데도 A씨는 AI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자료를 정리하거나 쟁점을 잡을 때는 일손을 크게 덜어주기 때문이다.
AI는 이제 세무사들에게 낯선 도구가 아니다. 세법과 예규·판례를 검색하고, 고객 상담을 준비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까지 활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일일이 찾아보고 정리해야 했던 일을 AI가 대신하면서 업무에 들이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인지 AI가 세무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을 넘어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복적인 업무부터 AI가 사람의 몫을 가져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효율성이 높다고 해서 마냥 믿을 수는 없다. 특히 세무 업무에서는 AI의 잘못된 판례나 세법 해석이 곧 잘못된 세금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외면하기도 어렵다. 편리하지만 믿기 어렵고, 불안하지만 안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세무사들이 AI에서 가장 걱정하는 건 '오답'
택스워치가 세무전문가 31명에게 AI를 활용하면서 가장 우려되는 점을 물었더니 45.2%(14명)가 '잘못된 세법·세무정보 제공'을 꼽았다. 기장·신고 등 기존 업무 감소를 걱정한 응답은 12.9%(4명)였다. 당장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기는 것보다 AI가 틀린 답을 내놓는 것을 더 걱정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세무 업무에서도 AI가 내용은 그럴듯하게 정리하면서 엉뚱한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설문에 응답한 세무사들은 "없는 판례번호와 과거 법령 등 잘못된 자료 검색이 많이 되고 있다"거나 "AI에 잘못된 판례나 예규를 검증하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른 세무사는 "AI가 정리한 내용 자체가 틀린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근거자료를 엉뚱하게 가져오는 경우가 있다"며 "근거와 사실관계는 결국 사람이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AI의 '오답'을 그대로 믿었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 한 기업의 GFO(최고재무책임자)는 가업승계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 AI에 답을 구했다. 해결책으로 보이는 법령 조항이 나왔고, 이를 그대로 회장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뒤늦게 확인해 보니 그런 조항은 없었다. AI가 만들어 낸 가짜 법조문이었다.
설문에 참여한 한 세무사는 주관식 답변에 "최신 세법과 예규·판례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현재 유효한 내용인지, 개정되거나 다른 해석은 없는지까지 검증하는 기능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AI의 오답을 줄이는 건 국세청도 고민거리다. 국세청은 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앞두고 AI 챗봇을 확대 운영하면서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실제 보험모집 수당 반환액의 세무처리를 묻자 범용 AI는 과거 예규를 근거로 필요경비 처리가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국세청 AI는 2025년 바뀐 해석을 반영해 총수입금액에서 차감해야 한다고 답했다.
AI가 대신한 저연차 업무…채용에도 영향 줄까
AI가 앞으로 세무사의 일을 어디까지 대신할지를 두고는 전망이 팽팽하게 갈렸다. '세무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38.7%(12명)로 가장 많았지만, '세무사의 업무를 크게 대체할 것'도 35.5%(11명)로 불과 한 명 차이였다.
'일부 반복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응답(16.1%·5명)까지 합치면 절반이 넘는 세무전문가가 AI가 세무사의 업무를 적어도 일부는 대신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반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다.
이미 AI는 기업의 세무 문제를 검토해 의견을 내는 업무에도 스며들었다. 강승윤 세무사(세무법인 센트릭 대표)에 따르면 기업이나 세무조사 과정에서는 사실관계와 관련 법령, 해석사례 등을 검토해 세무 의견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한 건을 만드는 데 보통 일주일, 복잡한 사안은 2주까지 걸리는 작업이다. 하지만 자체 AI를 활용하면 하루 안에도 의견서 초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강 세무사는 "단순히 AI로 검색하는 것보다 의견서를 작성할 때 활용도가 높다"며 "이런 업무를 주로 하는 어쏘 세무사들을 예전처럼 많이 채용할 필요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근 세무사(세무법인 엑스퍼트 논현지점 대표)도 비슷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이 세무사는 "예전에는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제안서나 검토서의 초안을 만들면 이를 다시 다듬는 과정을 거쳤는데, 요즘은 그 과정을 AI가 상당 부분 대신하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직원 채용을 줄이고 AI 활용을 늘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설문 주관식 응답에서도 같은 맥락의 의견이 나왔다. 한 세무사는 "AI를 사용하면서 수습세무사 및 1년 미만 근무세무사 채용의 필요성이 감소되는 것 같다"고 적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회계·세무·감정 전문가를 AI에 '상당한 노출'이 있는 직업으로 분류했다. 다만 AI 노출도가 곧 일자리 감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분석에서도 AI로 인한 고용 감소를 뒷받침할 뚜렷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현장에서는 저연차 세무사가 담당하던 업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향후 세무업계의 고용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