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세제 혜택을 잘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무리스크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 별 것 아니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세무 문제를 대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무리스크는 단순히 과태료나 세금 추징 등 재정 손실에서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악의 경우, 탈세나 분식결산 등으로 인한 기업의 신뢰도 저하, 주주 가치 훼손, 나아가 경영진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중에서도 CEO가 경계해야 할 대표적인 세무 리스크는 가지급금, 분식결산, 감가상각이다. 단순한 회계나 세무항목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를 잘못 관리를 했다가는 세금 추징은 물론 법적인 책임까지 질 수 있다.
세무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기업 운영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체크포인트1. 가지급금
국세청의 기획 세무조사에서 자주 거론되는 항목 중 하나가 '가지급금'이다.
가지급금은 법인에서 현금 지출이 있었지만 이를 어디에 사용했는지 거래 내용이 명확하지 않거나, 거래가 완전하게 종결되지 않아 계정항목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 일시적으로 표기하는 계정항목이다.
대개는 법인과 경영진 사이에 금전이 오가는 관계에서 발생하는데, 예를 들어 대표가 현금이 필요할 경우 법인으로부터 돈을 빌려다 쓰는 것이다. 영업활동을 위해 리베이트나 접대비로 현금을 사용하고 증빙이 없는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대표가 돈을 빌려다 썼다면 다시 법인에 상환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가지급금을 상환하는 대신 편법으로 정리해 문제가 된다. 이럴 경우 나중에 세금을 토해내는 일은 물론 세무조사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업무무관 가지급금'이다.
같은 가지급금이라도 업무와 연관이 있고 정산만 문제없이 한다면 세무상 불이익이 적은 편이지만, 업무와 무관한 가지급금은 손금 불산입(비용 불인정)하기 때문에 법인세가 늘어나게 된다.
더 억울한 것은 이자다. 법인이 대표 등 특수관계인에게 가지급금을 지급한 경우 세법상 이자를 받았다고 간주한다. 실제로는 대표가 가지급금 이자를 법인에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법상으로는 법인이 이자소득을 얻은 것으로 간주한다.
이자는 가중평균이자율 또는 당좌대출이자율을 적용하는데, 원칙적으로는 가중평균이자율이 적용된다. 가중평균이자율은 법인이 빌린 돈의 이자율을 평균을 낸 것으로, 빌린 돈의 액수에 따라 가중치를 둔다. 이때 특수관계인에게 빌린 돈의 이자는 포함시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A은행의 대출 10억원에 대한 이자율은 5%, B은행은 20억원·이자율 4%, C은행은 15억원·이자율 6%라고 했을 때 가중평균이자율은 4.89%가 나온다. 법인이 대표이사에게 지급한 가지급금의 이자율은 4.89%라는 의미가 된다.
당좌대출이자율은 법인이 은행 등 외부차입금이 없어서 가중평균이자율을 계산하지 못할 때 적용한다. 당좌대출이자율은 현재 4.6%로 고정돼 있다.
가지급금을 받은 대표 입장에서는 가지급금이 상여로 간주돼 근로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국세청이 공개한 가지급금 정리 불성실 신고 사례에 따르면 한 법인은 법인 소유의 특허권을 대표 명의로 등록해 대표자가 해당 특허권을 법인에게 유상양도한 것으로 위장하는 방법으로 가지급금을 정리한 것이 적발되기도 했다.
국세청은 해당 법인에 대해 특허권 양도대금을 손금 불산입하는 한편 대표는 상여처분해 근로소득세를 부과했다.
손서희 넘버스세무회계에스 대표세무사는 "가지급금이 계속 쌓인다면 세법상 불이익을 받을 뿐만 아니라 기업신용에 좋지 않다"며 "어쩔 수 없는 가지급금이 발생했다면 회사와 대표이사 등이 금전소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체크포인트2. 분식결산
분식회계라는 용어는 익숙할 수 있지만, 분식결산은 비교적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분식결산은 기업의 영업실적을 좋게 보이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해 매출액이나 이익을 크게 부풀려 결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로 자산과 매출을 실제보다 더 많이 계상하거나 비용과 부채를 과소 계상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보통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지만, 이 경우에는 세금을 더 내기 때문에 일반적인 탈세와는 다르다.
분식결산과 분식회계의 차이는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수준과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분식결산은 특정 결산기 등 일회성으로 특정 항목에 대해 조작한다면, 분식회계는 장기간 동안 광범위한 규모로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것이다. 분식결산이 반복되면 분식회계가 된다.
대표 등 경영진이 분식결산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 영업이익 등을 좋게 보이게 해 주가를 높여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거나, 기업주가 주식을 고가에 처분하기 위해 이뤄진다.
분식결산은 재무상태나 영업실적을 믿고 투자한 채권자나 주주에게 많은 손실을 끼치는 것은 물론 국내증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결국에는 외국투자자본의 투자 감소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세법에서도 엄격하게 보고 있다.
법인이 과거 분식결산으로 과다 납부한 세금을 환급 신청할 경우, 국세청은 이를 탈세와 같은 수준으로 보고 처리하고 있다. 분식했던 항목 뿐만 아니라 다른 항목에서도 탈세가 있는지 점검한 뒤, 과다납부한 세액을 즉시 환급해주는 것이 아니라 매년 20% 한도로 법인세액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환급한다.
체크포인트3. 감가상각
감가상각은 기업의 건물, 기계, 설비 등 고정자산 또는 영업권이나 특허권 등을 사용하면서 감소된 가치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CEO가 왜 감가상각을 알아야 할까?
감가상각을 잘하면 절세가 되지만, 이를 과도하게 비용처리하면 탈세가 되기 때문에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감가상각 비용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세법상 인정되지 않은 감가상각비용이 발생하면 손금 불산입이 돼 세금을 추징당하거나 가산세도 낼 수 있다.
감가상각을 잘못 처리하면 기업의 신용도 떨어지는데,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는 에비타(EBITDA)와 자산 내역을 분석해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 때문이다.
에비타는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에서 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용 등을 빼기 전 순이익을 뜻하는 것으로 '감가상각전영업이익'으로도 불린다.
감가상각비용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사례는 업무용 승용차이다.
2015년까지는 업무용 승용차 구입비나 유류비, 보험료, 수리비, 통행료 등을 한도없이 전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기존에 보유한 법인 명의 차량을 처분한 뒤 슈퍼카를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정부에서 제동을 걸었다.
정부는 2016년부터 법인 차량의 감가상각비를 연간 800만원까지만 인정하고, 한도 초과액은 다음 연도로 이월해 공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만약 1억원의 차량을 법인 명의로 샀다면 차량 비용을 전액 감가상각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최소 13년이 걸리는 것이다.
감가상각 대상 자산은 유형자산(건물·차량·설비·항공기·동물 등)과 무형자산(영업권·특허권·어업권·개발비·주파수이용권 등)이다. 감가상각 방법은 자산별로 다르며, 법령에 명시된대로 처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