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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출신 전관, 그들은 정말 로비창구일까?

  • 2024.10.31(목) 07:00

<최근 5년간 퇴직자 158명 재취업 빅데이터 분석>

세금을 매기고 걷는 국세공무원들이 국세청을 떠나 다른 곳에 취업하면 무슨 일을 하게 될까. 대부분의 직장인이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에서 쌓은 경력을 기반으로 이직할 회사를 찾듯, 국세공무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퇴직 공무원은 그 지위와 업무 성격에 따라, 퇴직 후 일정 기간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업이나 기관에 재취업하기 위해서는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전 직장에서의 업무 정보를 민간기업에서 부당하게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렇다면 취업심사를 받은 국세청 퇴직자들은 어느 기업에, 어떤 직책으로 많이 갔을까. 최근 5년간 심사 승인을 받은 158명의 재취업 기업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업종별로 분류해봤다.

33명이 세무·회계·법무법인行

경력과 밀접하게 관련된 세무·회계·법무법인 재취업자는 33명으로, 세무법인 15명, 회계법인 14명, 법무법인 4명 순이었다. 

세무법인들은 주로 5~7급 공무원을 실장·이사급으로 영입했다. '국세청 출신 세무대리인'을 경쟁력으로 삼는 세무법인은 실무를 맡길 하위직 외에 4급 이상 전관 영입에도 공을 들인다. 세무법인이 하위·고위직을 가리지 않고 국세청 출신을 대거 영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세금 사건 등을 직접 해결하는 실무에서는 하위직원 출신들이 훨씬 일을 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무법인들이 로비를 위해 고위직 출신들을 데려온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옛말"이라면서 "전관을 영입하는 이유는 현직에 있을 때 조사를 하면서 쌓은 네트워크가 있고, 이를 활용한 영업효과가 있다는 것 뿐"이라며 "전관을 영입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도 주변 평판과 영업 마인드가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국세청 출신 전관이 가장 많은 세무법인은?)

회계법인으로 취업한 국세청 출신도 세무법인 못지 않게 많았다. 특히 삼정회계법인은 5년간 7명이 진출해, 전체 기업들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취업했다. 삼정을 포함한 빅4 회계법인에 속하는 안진과 한영도 각각 1명을 영입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은 조직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관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업 고객이 많아 비교적 규모가 큰 세금 문제를 다뤄야하기 때문에, 그런 경험이 있는 국세청 퇴직자들을 많이 영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근래 회계감사 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회계법인들이 비교적 매출이 일정한 세무로 수익 창출을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삼정회계법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세무자문 매출은 2021년 1124억원, 2022년 1302억원, 2023년 1453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세무조사 대응이나 세무 컨설팅 등이 포함된 기타세무 부문 매출은 2021년 890억원, 2022년 1042억원, 2023년 1173억원으로 세무자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권 증권사 이직 늘어난 이유는?

업종으로 보면 전문 분야인 세무법인(15명)보다,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권(24명)으로 재취업한 국세공무원이 훨씬 많았다. 증권사가 가장 많은 12명을 영입했고, 은행이 10명, 보험사가 2명이다.

금융권이 세금 관련 실무에 투입할 6~7급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은행보다 증권사로 향하는 국세청 출신들이 늘어 눈길을 끌었다.

금융사를 경험한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증권사에서 고액자산가를 타깃팅한 세무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아무래도 기업 입장에서는 VIP 고객 컨설팅을 맡길 때, 하는 일은 똑같아도 개인 세무사보다는 국세청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공기업·공공기관으로 향한 국세공무원들은 11명이다.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선 국세청 3급 출신을 감사자문위원으로 영입했고, 중부청과 본청 6·7급 공무원은 각각 한국부동산원 사무국장으로, 한국철도공사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에는 19명이 재취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LG전자·LG화학·코오롱인더스트리·포스코플로우는 국세청·서울청·중부청 출신 6~7급 공무원들을 영입했고, 카카오·쿠팡·비바리퍼블리카(토스)도 각각 1명씩을 데려갔다.

한때 소유주 논란이 있었던 빗썸의 관계사인 버킷스튜디오·비덴트에는 서울청 출신 3명이 각각 감사·사외이사·준법지원인 직책으로 재취업했다.

이밖에 국제약품·안국약품·제일약품 등 제약사는 4~5급 공무원 7명을 사외이사 또는 감사로 영입했다. 리베이트와 세무조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업계 특성상 관련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위직 2명도 각각 디지털대성과 쌍용씨앤이 사외이사로 재취업했다. 인천청 출신 4급 공무원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상임감사로, 서울청 4급 공무원도 스포티비 비상근감사로 영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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