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을 퇴직한 공무원들은 세무업계와 인연을 맺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된 거죠. 공무원으로서 고위직까지 올랐다면, 이들을 세무법인 대표나 법무법인(로펌) 고문 자격으로 모셔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고 합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가 세무대리 업계의 영입 1순위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업무 특성상 기업에 대한 지식도 풍부할 뿐 아니라, 대내외에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세금이라는 전문 분야에서 오랜 실무 경험을 가진 데다, 세무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직 공무원들의 까마득한 선배인 전관(국세청 퇴직자)을 방패막이로 앞세워 과세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힘들게 만든다는 비판도 합니다. 특별한 로비나 압력 없이도 그 존재만으로도 일선 세무서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죠. 전관예우는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지는 단골 소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공직자윤리법에서 퇴직 후 취업제한 규정을 두고 있죠. 국세공무원 중 2급 이상(퇴직 전 2년간 근무기관의 일정 업무)으로 퇴직했다면 세무법인 50억원 이상, 법무·회계법인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법무·회계·세무법인 등에 2년 동안 재취업이 불가능합니다.
개인 세무사무소를 열거나 일정 매출액 기준 이하인 법인 등에 재취업하는 것은 가능하죠.
그렇다면 몸집이 큰 세무법인 가운데 국세청 출신을 가장 많이 영입한 곳은 어디일까요? 매출액 상위 30위권 중 직원 명단을 확보할 수 있는 21개의 세무법인에서 일하는 전직 세무공무원은 누구인지 살펴봤습니다.
1위 광교 47명, 2위 다솔, 3위 비앤에이치
한국세무사회와 각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3년 현재 매출액 50억원 이상인 세무법인 21곳에서 근무하는 전직 세무공무원은 총 278명이었습니다. 상위 30위권 법인 가운데 직원 명단을 확인할 수 있는 곳만 살펴봤습니다.
국세청에서 퇴직한 공무원들을 가장 많이 영입한 곳은 광교세무법인으로, 이곳에는 총 47명의 전관 세무사가 있었습니다. 경기 수원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 49개의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죠. 광교에 포진해 있는 세무사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국세청장 출신인 전군표 세무사와 조세심판원장 출신 박종성 세무사가 근무 하는 곳입니다. 김영근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효연 전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등 고위 직뿐만 아니라 세무서장 출신도 19명에 달합니다.
2위는 33명을 영입한 세무법인 다솔이었습니다. 다솔은 전 광주청장 출신 임성균 회장과 국세청 출신 40년 경력 안수남 대표세무사를 중심으로 한 국내 최대 세무법인입니다. 1대 기흥세무서장을 지낸 김광규 세무사, 구미세무서장 출신 김한식 세무사 등 본점 외 서울· 경 기·전라·경 상 등 전국 각 지점에 국세청 출신 전문가들이 고르게 분포하고 있었습니다.
3위는 27명을 기록한 비앤에이치(BnH) 세무법인이었습니다. 2018년 11월 안진회계법인 출신들이 설립, 작년 귀속 재무자료 기준으로 세무법인 매출 1위를 차지한 곳입니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서대원 회장과 최정욱 인천청장, 한재연 대전청장 등이 일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청 조사국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도 다수 근무하고 있죠.
세무법인 이촌·하나는 각각 21명으로 4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촌은 이병국 전 서울청장·정태언 전 중부청장 등 국세청 고위직들이 자리를 잡고 있죠. 세무서장 출신으로는 박외희(종로) 대표세무사를 비롯해 구돈희(영동)·류호석(동안양)·박창규(북광주)·이신희(구로)·전희재(서대문) 세무사가 일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국세청 출신인 이규섭 대표세무사를 중심으로 김정복·김호업 전 중부청장, 정진택 전 개인납세국장 등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김용철(의정부)·안형준(서인천)·한연호(해남) 등 전 세무서장까지 강력한 맨파워를 구축하고 있죠.
세무법인 세광은 18명으로 5위에 올랐습니다. 세광의 강신성 대표세무사는 세무대학 1기 졸업생입니다. 세광에는 김창환 전 부산청장, 백순길 전 삼성세무서장, 박대규 전 서울청 법무1과장 등 실력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전직 세무공무원이 10명 이상 일하는 곳은 세무법인 민우·탑코리아 세무법인(15명), 예일 세무법인(14명), 에이치케이엘 세무법인(12명), 진명 세무법인(11명)입니다.
[대형 세무법인 전직 세무공무원 명단]
▲광교(47명) = 고경희, 구본윤, 권달오, 김길용, 김대훈, 김명돌, 김명섭, 김보남, 김선득, 김성철, 김영근, 김운섭, 김일섭, 나명수, 노기원, 노익환, 류병하, 문승대, 박종성, 배상진, 서정철, 송동복, 송우진, 송정복, 신규명, 신종범, 오동기, 유병관, 이기철, 이영득, 이철균, 이형진, 이호범, 이효연, 장광순, 장남홍, 전군표, 전의목, 정재권, 정정복, 정진오, 정평조, 정희상, 조명석, 조준익, 최병열, 최봉순.
▲다솔(33명) = 강석원, 강종원, 구제승, 김광규, 김금호, 김기동, 김덕수, 김성훈, 김영곤, 김용익, 김한식, 남상두, 노용진, 류형근, 박병정, 서윤식, 성낙현, 신명곤, 신봉일, 신상원, 심철수, 안수남, 양길영, 왕기현, 유무열, 이병안, 이일재, 임성균, 정재덕, 조남복, 조정운, 채남희, 최창수.
▲비앤에이치(27명) = 김상구, 김요성, 김치헌, 마준성, 박일종, 박정헌, 배용현, 변형민, 서대원, 서인근, 석지학, 소진호, 송노용, 양선엽, 오정민, 이동운, 이병호, 이석규, 임종진, 장진범, 조충환, 주요석, 최경순, 최정욱, 한영태, 한재연, 황호현.
▲이촌(21명) = 강태영, 고세관, 구돈희, 김명준, 김종명, 김현덕, 류효석, 박병언, 박승연, 박외희, 박창규, 박현상, 변춘수, 신연철, 우진환, 이병국, 이신희, 전희재, 정연형, 정태언, 천행관.
▲하나(21명) = 고재화, 김용철, 김정복, 김호업, 나태현, 박재억, 안형준, 우신동, 이규섭, 이명식, 이선훈, 이승곤, 전영창, 정광철, 정윤호, 정진택, 조현옥, 최근식, 최영수, 최태영, 한연호.
▲세광(18명) = 강신성, 강태구, 김동호, 김수길, 김창수, 김창환, 박건영, 박대규, 배성진, 백순길, 손종식, 신승식, 이광훈, 이승환, 이재삼, 이종섭, 한상길, 허용선.
▲민우(15명)= 강범준, 김용재, 김종문, 김충호, 김현식, 신상철, 심재복, 윤영식, 이종순, 이창훈, 정보선, 정찬환, 조병일, 최영관, 황상순.
▲탑코리아(15명) = 김민영, 김상현, 김흔영, 노청황, 문우군, 박대근, 백신남, 심영래, 이각수, 이숙희, 이영배, 홍기신, 홍상우, 홍승세, 황선규.
▲예일(14명) = 권오철, 김상진, 김창섭, 김훈중, 류득현, 서재익, 양정필, 이상수, 이인기, 임승환, 장태복, 천영익, 최성일, 한승욱.
▲에이치케이엘(12명) = 김인수, 김재환, 김진현, 마정훈, 문진혁, 박정순, 손창환, 이응봉, 이준, 이판식, 장찬용, 황재훈.
▲진명(11명) = 김홍엽, 김해균, 박정호, 성희웅, 신영찬, 신흥식, 윤남철, 이덕희, 이재한, 정순환, 정진호.
▲이현(8명) = 김용균, 마숙룡, 박종민, 박주일, 송필재, 안만식, 이영학, 한성일.
▲신승(6명) = 김용석, 박호열, 송신호, 장성섭, 전명호, 황재윤.
▲택스홈앤아웃(6명) = 김문환, 김형운, 신웅식, 이민형, 이종권, 전유호.
▲포유(6명) = 백종찬, 이광우, 이재영, 이천길, 이태야, 조기용.
▲미추홀(5명) = 김상돈, 신방환, 유재학, 임기성, 한정운.
▲호연(4명) =문기창, 이명, 이석봉, 한재현.
▲참(3명) = 권경상, 성영호, 채상병.
▲나이스(2명) = 김선웅, 박신형.
▲로고스(2명) = 안동범, 정환만.
▲우덕(2명) = 임종윤, 홍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