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지받은 세금이 억울해 세무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직접 세무대리인을 수소문하고 찾아가 도움을 받을 형편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세청은 경제적 사정으로 세무대리인 선임이 어려운 영세 납세자를 위해 무료로 불복대리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 국선대리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선 세무대리인이 도입된 2014년에는 청구세액이 1000만원 이하인 개인 납세자만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는 청구세액 5000만원 이하인 개인·법인 납세자도 지원이 가능하도록 대상 범위가 넓어진 상태다.
28일 서울지방국세청 대강당에서 '국세청 국선대리인 성과공유대회'가 열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영세 납세자들을 구제한 우수 세무사·회계사·변호사를 선발, 포상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국선대리인은 총 322명이다. 이날 소개된 우수 국선대리인은 김현수·손인선·신열호·정순재·이재원·황슬기 등 세무사 6명과 조승연 변호사, 조인영 회계사 등 8명이다.
이들 대리인의 도움을 받아 억울한 세금이 취소된 납세자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A씨는 부도 상태에 이른 회사를 인수해 대표이사에 올랐다. 회사를 살리려는 선택이었지만 결국 실적을 내지 못했고, A씨는 매출이 없다고 생각하고 법인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세무서로부터 법인세 무신고로 추계한 소득에 대해 대표이사에게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고지서를 받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 A씨는 국선대리인을 신청했다.
정순재 세무사는 A씨와의 상담을 통해 회사가 진행한 사업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A씨가 대표를 맡게 됐고, 이전에 발생한 모든 소득은 전 대표가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소극적이었던 A씨를 설득해 거래내역과 대금 계약서 등 각종 증빙자료를 수집했고, A씨의 소득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
정 세무사는 "모두 알고 챙길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 마저도 많은 납세자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면서 "마찬가지로 국선대리인 제도 역시 모르고 혜택을 못 받는 납세자가 있을 수 있어 홍보가 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택을 가진 자녀가 세대원으로 있어 1세대1주택 비과세 혜택에서 제외된 고령의 청구인 사례도 있었다. 대리인을 맡은 황슬기 세무사는 청구인이 기록한 가계부와 자녀들의 생활비 영수증을 정리해 독립생계를 유지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황 세무사는 "청구인이 연세가 많아서 자녀들이 대신 찾아와 상담을 했는데, 자녀분들도 근로소득이 없었던 상황이라 과세처분 취소를 정말 고마워 하셨다"고 말했다.
국선대리인이 도움이 된 사례는 스스로 증빙자료를 확인하고 수집할 수 없는 상황에 있거나, 실제 잘하고 있다고 오해를 한 납세자가 대부분이었다.
신열호 세무사는 "청구인이 하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면 세무대리인은 서류와 법령을 참고하고 증빙 서류를 제출해 대응할 수 있다"면서 "국세공무원도 사실판단이나 적법과세에 필요한 서류를 확보할 수 있어 윈윈하는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