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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보이와 스마트 오더…술 온라인 판매는?

  • 2024.06.27(목) 15:39

"술 구매 온라인으로" 규제 개선 요구 많아
"한국은 주류 접근 규제 약해" 신중론도 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에 가면 '맥주보이'를 흔히 볼 수 있다. 2016년 식품위생 및 주류 규제로 인해 맥주보이가 사라질 뻔했지만, 야구 문화의 일부로 인정받으면서 이제 맥주와 야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주류에 대한 규제는 소비 문화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풀어져 왔다. 최근엔 푸드테크(식품과 기술의 합성어) 산업이 주목받으며, 전자상거래의 활성화 차원에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생각하면, 주류 판매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단 의견도 적지 않다. 청소년의 제한 없는 주류 구입 가능성이라든지, 주류 도·소매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단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쟁점이 얽혀 있는 만큼, 주류 판매의 규제를 푸는 데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주류 통신판매 규제, 어떻게 바뀌어왔나 

현재 원칙적으로 주류의 통신 판매(전통주만 허용)는 금지되어 있지만, 제한된 방식으로 규제를 풀고 있다. 주류 주무부처인 국세청은 관련 고시·규정을 손질할 때마다 "변화된 현실을 반영했다"는 이유를 든다. 

1998년 당시, 전통주 시장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단 평가가 따라붙었다. 이런 이유로 시행된 게 통신 판매다.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1998년 8월 전통주에 한해 우체국을 통한 통신 판매를 허용했다. 이후 2016년 7월엔 '1인 1일 100병 이하'의 수량 제한을 둔 규제를 없앴고, 맥주보이·치맥페스티벌 등 한정된 장소에서 주류 판매가 이루어졌다. 이듬해 전통주는 일반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2020년엔 국세청이 관련 고시를 고쳐 '1회당 총 주문받은 금액 중 주류 판매 금액이 50% 이하인 주류'는 음식과 함께 통신 판매가 가능하게 했다. 그해는 전통주 외에 주류에 대한 스마트 오더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를 두고 청소년이 손쉽게 주류를 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두 차례 성인인증(주문·결제, 주류 인도)을 거친다는 점에서 논란은 금방 식었다. 

주류산업 구조가 변화하면서 접근성 규제는 더 풀었다. 2021년에 편의점 내 무인 주류 판매기가 설치됐고, 지난해부턴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를 구매(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주류를 주문·결제한 뒤 공항 인도장·면세점에서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재계 "주류 판매 온라인 허용" 외치는 이유

이제 주류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사업자에게도 편리한 거래의 대상이 됐다. 주류를 구매할 창구도 많아졌다. 그런데 재계는 규제를 더 풀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콕 짚어 말하면 대면 거래만 할 수 있는 소주, 맥주 등 주류에 대한 '온라인 판매 허용'이다. 현 규제가 소비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단 이유를 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4월 '2024년 킬러·민생 규제개선 과제' 100건을 정부에 전달하면서,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 중 하나로 온라인 주류 판매 금지를 지목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주류의 온라인 및 통신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폴란드뿐이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런 주장은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지난해 발간한 '규제 백서'와 궤를 같이한다. 당시 .ECCK측은 "지나친 규제는 한국 주류산업의 창의적 활동을 저해할 뿐 아니라 수출할 수 있는 잠정적 기회 또한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주류의 온라인 판매 금지라는 규제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인터넷 판매를 허용하잔 측의 주장을 정리하면, 주류산업의 경쟁력이 세진다고 한다. 판매 단계에서의 유통비용 등 마진이 낮아져,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주류를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주류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발을 들여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단 부분이 장점으로 거론된다.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로는 청소년의 주류 구매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단 점이 지목된다. 성인인증을 거치더라도 실제 구매자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우려 때문이다. 탈세로 이어질 수 있단 시각도 존재한다. 무면허 업자가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주류를 구입한 후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무자료거래가 양산될 수 있어서다. 전통주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해외선 온라인 판매 허용한다지만

지난해 10월. 국세청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에 '해외 각국의 주류 통신판매 현황'이란 주제로 연구용역을 의뢰했었다. '지나친 규제·국민건강의 폐해'라는 상반된 견해가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주요국이 어떻게 규제하는지를 살펴보고 정책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서다. 

조세연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선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체로 미국은 와인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직접 배송을 허용하나, 주별 맥주나 증류주의 직접 배송에 제한을 두기도 한다. 영국은 주정부 산하 판매점에서만 팔고, 일부 주에선 높은 도수의 주류를 팔지 않는다. 일본은 수입 주류와 과세 수량이 3000KL 미만으로 제조자가 제조·판매하는 주류에 한해 인터넷서 살 수 있다.

다만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국가들도 규제 장치를 두고 있다. 조세연은 "한국은 OECD 회원국들보다 주류의 소비·판매와 관련한 규제가 약해 주류 접근성이 비교적 높은 국가"라며 "주요 국가들이 통신 판매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한국 또한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피상적이고 1차원적인 접근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신중한 논의 필요"

주류의 통신 판매를 허용하냐 마느냐는 꽤 오래된 논쟁거리다. 조세연에 따르면,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의 후생 증진과 규제 완화'를 이유로 들며 통신 판매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일부 부처가 세원 확보, 국민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반대하며 무산된 바 있다. 현재까지 보건복지부, 관세청, 교육부, 여성가족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 내에서도 통일된 목소리는 없다.

조세연은 "주류 통신판매 정책은 이해관계인뿐 아니라 국민 전체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치므로, 관계부처·전문가 집단·국민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한 충분한 숙의를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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