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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통주라고요?…해묵은 논란 언제쯤 마무리될까

  • 2024.06.26(수) 13:53

# 얼마 전 지인들과 친목을 겸한 저녁 모임을 가졌다. 화제는 막걸리였다. 모임의 한 참석자가 "요즘 인기 있는 술"이라며 12도짜리 막걸리 '경탁주' 한 병을 가져오면서다. 가수 성시경 씨가 출시한 제품이며,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다고 한다. 맛에 대한 평가는 생략. 참석자들에게 "이 술이 전통주로 생각되느냐"고 묻자, "이게? (전통주는)장인이 만드는 거 아니야?"라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전통주라고 하면 머릿속에 어떤 술이 떠오르나. 막걸리가 전통주라는 데는 이견이 없겠지만, 그럼에도 전통주라고 부르지 못한 경우가 있다.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같은 술이다. 다시 말해, 전통주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는 의미다. 

이름이야 어떤들 상관없다, 의미만 통하면 되지 않느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주세를 감면받고 규제(통신 판매)까지 풀어주는 것을 생각하면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국민 정서상 전통주라고 생각했던 술이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법에서는 이걸 전통주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전통주는 옛날부터 내려오던 방식으로 만들어진 술로 인식된다. 지역마다 다르고, 종류도 많다. 대표격을 꼽자면 막걸리와 소주가 있고, 청주·동동주 등도 들 수 있다. 굳이 사전적 의미까지 끌어오자면 '한 나라나 지역 등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양조법으로 만든 술'로 표현된다. 하지만 전통주 등의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주세법에서 규정한 전통주는 결이 조금 다르다. 

①국가가 지정한 장인이 만든 술이거나 ②식품 명인이 만든 술 ③지역 농민(농업법인)이 해당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 세 가지 기준 중 하나를 만족했다면 전통주로 인정된다. 제조 방식보단 누가, 어떤 재료로 만들었냐에 초점을 둔 것이다. 

법상 전통주의 개념이 중요한 데는 '관련 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들어가느냐'를 판단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전통주에 속하면 주세를 50%(일정 반출 수량 이하) 감면받을 수 있고, 온라인 판매의 혜택도 있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주류의 통신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1998년부터 전통주 제조자가 자신이 생산한 술에 한해서만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주고 있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모호한 기준…'이게 전통주냐' 여전히 논란

사실 전통주 분류 기준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전통주 개념에 대해 잡음이 생긴 시점을 콕 짚어 특정할 순 없지만, 2017년 7월쯤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당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처 범위가 우체국 쇼핑이나 자사 온라인쇼핑몰에서 일반 쇼핑몰까지 넓어졌다. 

이러한 혜택이 전통주 논란을 촉발시킨 도화선이 됐다면, 그 불씨를 지핀 건 전통주의 범위로 보는 지역특산주 요건이었다. 

2022년 가수 박재범 씨가 증류식 소주인 '원소주'를 출시했을 때다. 당시 증류주 시장 전체가 들썩일 정도였다. 형평성 논란도 따라붙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닌데, 왜 원소주가 전통주냐는 지적이 빗발친 것이다. 원소주가 전통주로 인정받은 데는 100% 강원 원주산 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역농산물로 외국술인 위스키·브랜디 등을 만들어 전통주(지역특산주)라는 이름으로 판매될 때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반면, 우리 술로 인식되는 지평막걸리·장수막걸리·국순당 막걸리 등은 전통주에 속하지 않는다. 지역특산주나 민속주 면허가 아닌 일반주류 면허를 가진 제조사이고 수입쌀을 사용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논란이 있든, 연예인들의 이름을 딴 지역특산주는 한동안 잇따라 시장에 나왔었다. 지난 2월엔 가수 성시경도 경탁주를 출시하는 등 유명인들이 앞다퉈 주류사업에 진출하고 있어, 전통주 업계의 해묵은 기준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성시경 막걸리 경탁주 12도. [사진 출처: 강상엽 기자]

전통주 개념·범위 손질한다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특산주가 전통주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실제 지난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는 '제2차 전통주 산업 발전 5개년 기본계획'에 전통주의 범위를 전통주(민속주)와 지역특산주로 구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6월에 내놓은 3차 계획에선 전통주의 개념·범위를 재설정하겠다는 방향성까지 제시했다. 손질 대상엔 지역특산주 범위도 올렸다. 민속주는 자격을 갖춘 자가 제조해 전통의 의미에 가깝지만, 지역특산주 조건은 거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이 바뀐다면 원소주·경탁주 등은 더 이상 전통주는 아니고, 지역특산주다. 백세주나 국순당 막걸리 등은 전통주 지위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전통주가 받는 세제 혜택을 받느냐에 대해 이견이 있다. 법적인 전통주로 동일하게 묶인 주류제품을 재료 원산지에 따라 차별했을 땐, 국제 통상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통주 정의에 포함되는 주류 범위가 넓어지면 술의 온라인 판매처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청소년의 주류 접근성과 영세 도소매업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다. 결국 소비자 인식과 동떨어진 전통주 개념이 언제쯤 재정립될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지금까지 제도 정비엔 크게 진척된 것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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