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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투자자들은 왜 '금투세' 도입을 반대할까?

  • 2024.05.20(월) 14:27

[프리미엄 리포트]택스형

내년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논란이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 과세한다는 규정인데요.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이 제도를 윤석열 정부가 '폐지'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면 볼 수록 이상한 점은 제도의 기술적 문제 등이 논란의 본질이어야 함에도 이는 온데간데 없고, 전형적인 정쟁 테마인 진보vs보수 대립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도 도입 경과를 복기해 보면 2020년 도입 법안이 통과될 민주당이 집권여당이었고, 국민의 힘이 야당이었죠. 

당시 여야 합의를 통해 2023년 시행을 목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가, 시행 직전인 2022년 12월 정기국회에서 2년 시행 유예 또한 여야 합의로 결정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두 '여야 합의'라는 민주적 절차가 지켜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야당이 여당됐다고, 손바닥 뒤집 듯 과거 합의는 내팽게친 채, 제도 유예도 아닌 아예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2020년 제도 도입을 주도했던 민주당은 2024년 현재 집권여당 자리에서 내려와 야당이 됐지만 그냥 야당도 아닌 175석(범야 192석)을 가진 '거야'의 지위를 차지한 상태라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민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국민의 힘이 아무리 제도 폐지(적어도 유예)를 밀어부쳐도 목표달성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정치구도상의 불리함 등이 명확하다보니 대통령까지 나서 이 제도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며 여론전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이죠. 언론들도 적극적으로 참전, 연일 시장 참여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불쏘시개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유튜버가 개인 방송에서 내놓은 개인 의견까지 끌어다가 기사를 내보내는 상황까지 전개되고 있죠. 새로운 조세부과 제도의 도입은 언제나 찬반 논란을 동반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금투세 도입 논란은 어딘지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제도 설계상 적용대상자, 즉 과세대상자는 투자수익 등으로 5000만원 이상을 벌어 들인 개인투자자들인데 2022년 기준 5대 증권사(미래에셋·삼성·한국투자·NH투자·키움)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전체 개인투자자 2309만명 중 0.9%에 불과한 20만명이었습니다. 

꽤 높은 세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조세저항이 거세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어찌된 일인지 정부와 여당, 언론에서는 과세대상도 아닌, '개미투자자'들을 전면에 내세워 제도 시행에 대해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마치 과거 '종합부동산세 논란'이 그랬던 것 처럼, 돈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무겁게 하면 돈 없는 사람들이 그 피해를 뒤집어 쓴다는 식의 '조세의 부정적 낙수효과' 논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 것일까요?  좀 더 깊게 살펴보겠습니다. 

찬성론자들이 견지하고 있는 논리는 긴 설명도 필요없이 단순명료합니다. 

대다수 선진국들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며 대표적 '불로소득'인 투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 입니다. 

반면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금투세 대상이 될 연 5000만원 이상 투자수익자들이 굴리는 자금규모(150조원 추정, 전체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2500조원의 6% 수준)를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해 고율의 세금을 내도록 한다면 이들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철수시키면서 기초체력이 약한 국내 주식시장이 무너지면서 그 피해가 전체 투자자의 99%인 개미투자자들의 경제적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논리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될 것"이라며 "1400만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언급했었죠. 

문제는 이 '대규모 자금이탈'의 실증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일한 실증이라고 할 만한 사례가 대만인데, 1988년 주식양도차익 과세제 시행을 발표했다가 주식시장이 일시 붕괴되는 대혼란을 겪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만 가지고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고 단정짓는 것은 지나친 추측이 아닐까 합니다.  

2020년 당시 제도 도입시 자금이탈 우려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놓았던 기획재정부는 4년이 지난 현재 대규모 자금이탈 우려가 있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합리적인 근거는 내놓고 있지 못한 형편입니다. 특히 과세 대상에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제외되어 있어 자금이탈 우려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죠. 

이를 감안하면 반대논리의 핵심인 대규모 자금이탈, 그리고 증시붕괴 가능성 등은 제도 폐지의 이상적 명분만을 부여하기 위한 '공포마케팅'으로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물론 실질적인 한국 증시의 구조적 측면 등을 세세하게 따져보면, 반대론자들의 논리는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이들도 과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더 발전하고 그에 발맞춰 주식시장도 선진화가 이루어진 뒤에 제도를 시행하자는 것입니다. 

그 때가 오면 수용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한국 경제가 발전해야 하는 것이며, 주식시장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느 정도까지 성숙해져야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금투세 논란의 본질은 굉장히 왜곡되어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이 논란의 본질은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가 정당한가, 정당하지 않는가 입니다. 

증시붕괴, 코리아디스카운트 등 부분은 '곁가지'여야 합니다. 

하지만 비정한 정치가, 이 논란의 본질을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마치 금투세라는 제도가 소시민들의 주식시장에서의 부 축적 기회를 박탈하는 원흉으로 인식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개미투자자들이 실증이 부족한 증시붕괴론까지 운운하며 대형투자자들의 세부담 발생을 걱정해 주는 만큼, 주식시장의 패권을 쥐고 있다는 대형투자자들이 개미투자자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수익률을 걱정해줄까요?  

혹여 개미투자자들의 부 축적에 대한 욕망을 이 논란에 의도적으로 투영해, 개미투자자들 스스로가 부지불식간에 대형투자자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투사'가 되게끔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가 힘듭니다. 

논란의 금투세, 과연 도입하는 것이 맞을까요? 폐지하는 것이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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