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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법인의 前官들]③ 법망 비웃는 '꼼수'

  • 2014.04.16(수) 09:37

로펌·회계법인, 세무법인 세워 국세공무원 영입
세무사 재취업 예외조항 삭제 논의…법 개정 추진

세무 공무원들은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공직자윤리법에서도 피해나갈 구멍이 많다. 국가에서 국세 경력을 인정해 자동으로 안겨주는 세무사 자격증이 재취업의 '마패(馬牌)' 역할을 담당한다.

 

공직자윤리법에는 퇴직 전 5년간 소속한 부서와 업무 관련성이 있는 기업에는 2년 동안 취업을 금지하지만, 세무사 자격이 있으면 세무법인에 취직할 수 있다. 퇴직한 국세공무원이 세무법인 임원으로 새출발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이런 예외조항 때문이다.

 

다만 세무사 자격증을 보유한 국세공무원이 법무법인(로펌)이나 회계법인에 취업하는 것은 제한된다. 그렇다고 해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로펌과 회계법인에서는 전관을 모셔오기 위해 아예 별도의 세무법인을 만들어 운영하기도 한다. 법의 미비점을 교묘하게 피해 실리를 챙기는 전략이다.

 

◇ "세무법인 차리면 되잖아"…'전관 우회'

 

로펌이 세무법인을 만들어 전관을 영입하는 관행은 법무법인세종이 '원조' 격이다. 2005년 열린세무법인(세무법인SJ)을 설립해 로펌과의 유기적인 협조와 분업화를 추구했고, 노형철 전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과 장덕열 전 고양세무서장 등 국세공무원들을 영입했다.

 

법무법인율촌의 파트너 출신인 김정봉 세무사는 지난해 세무법인택스세대를 만들었는데, 율촌 택스그룹과도 가까운 거리에서 업무를 공조하고 있다. 최근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이승호 전 부산지방국세청 등 국세청 고위직들을 회장으로 추대하기도 했다.

 

▲ 노형철 전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이승호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우종안 전 서울세관장, 주영섭 전 관세청장, 허용섭 전 관세청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회계법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업계 1~2위인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은 자체 연구소나 세무법인을 통해 전직 고위공무원들을 영입했다. 현재 삼일회계법인에 허용석 전 관세청장, 안진회계법인에는 주영섭 전 관세청장이 각각 '우회' 경로를 통해 근무하고 있다.

 

관세분야에서는 지난해 법무법인 화우가 관세법인을 만들어 법률과 관세 서비스를 묶었다. 우종안 전 서울세관장이 대표 관세사를 맡고, 관세청 출신 공무원들도 합류했다.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로펌이나 회계법인이 세무법인을 만드는 이유는 공직자윤리법을 피해 국세공무원을 영입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제로는 사무실도 같이 쓰고 영업도 함께 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물론 국세청에서도 다 안다"고 말했다.

 

◇ "국세공무원 특혜 없애자"

 

국회에서는 국세공무원들의 재취업 과정에서 적용하는 예외 조항을 없애고, 전관예우나 비리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여야는 국세공무원에 대한 특혜 대신,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은 세무사 자격증을 소지한 퇴직공직자에 대한 예외 규정을 삭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냈고, 현재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같은 당의 이언주 의원도 정무직 고위공무원에 대해 퇴직 후 사기업체 취업을 금지하고,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법안을 제출했다.

 

세무공무원이 퇴직 직전 근무지에서 세무사로 개업하는 관행도 사라질 조짐이 보인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공직 퇴임 세무사가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세무관서에서 처리하는 사건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내놨다.

 

지난 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국세청을 상대로 세무서장 퇴직 후 재취업에 대한 관리를 요구하는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 기재위는 "세무서장이 마지막 근무지에서 사후관리를 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최종 근무지 개업 금지에 관한 제도개선 건의 등 부작용 근절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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