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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법인의 前官들]① 회장님 된 국세공무원

  • 2014.04.14(월) 10:49

취업제한 세무법인 19곳 중 18곳 국세청 출신
임원진도 전관 일색…최고위직 영입 '1순위'

최근 국세청 올드보이(Old Boy)들이 세무법인으로 진출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 들어 전직 국세청장을 비롯, 서울지방국세청장, 조사국장 등 국세행정의 요직을 맡았던 전관(前官)들이 세무법인의 가장 높은 자리를 꿰차며 민간으로 이동했다. 

 

규모가 큰 세무법인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취업이 금지돼 있지만, 국세공무원들은 자동으로 취득한 세무사 자격증이 있어 별도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과세권을 쥐고 있는 세무당국은 다른 기관보다 더 높은 청렴성이 요구되지만, 전관예우 관행은 여전히 뿌리깊다. 전관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이들이 세무법인을 통해 민간에 착근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춘 셈이다. 전관들이 이끌고 있는 세무법인의 현주소를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

 

 

세무법인은 로펌(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과 달리 순위가 공개된 적이 없다.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무법인의 매출은 물론 수임 실적이나 세무사 규모 등 어느 하나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세무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 맡길지 정하려면 공신력 있는 자료 대신, 그저 '입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확한 순위까지는 아니지만 대략 규모가 큰 세무법인 정도는 확인이 가능하다. 안전행정부가 연말에 고시하는 퇴직공직자 취업제한대상 세무법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올해 공무원들이 취업할 수 없는 세무법인은 19곳이다. 이들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연간 매출액이 50억원을 넘는 기준을 충족한다. 즉 400여개의 세무법인 가운데 19개는 연매출 50억원 이상이고, 나머지는 매출 규모가 더 작다는 의미다.

 

세무법인의 매출이 '실력'과 정확히 비례한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납세자들이 많이 이용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그 이면에는 세무법인을 이끄는 임원진의 '맨파워(Man Power)'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 국세청 출신 CEO 95%

 

규모가 큰 세무법인들은 수장을 전직 국세공무원에게 맡기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14일 안전행정부와 한국세무사회에 따르면 매출 상위 19개 세무법인 가운데 국세청 출신이 대표세무사로 근무하는 곳은 18개(95%)에 달했다. 대형 세무법인 중 한 곳만 빼놓고는 국세공무원들이 대표 자리를 독식한 셈이다.

 

고위공무원 출신 중에는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을 지낸 김남문 세무법인명인 회장을 비롯해 김창섭 예일세무법인 대표세무사(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성희웅 세무법인진명 회장(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 눈에 띈다. 조용근 세무법인석성 회장과 박차석 세무법인신화 회장은 각각 대전지방국세청장 출신이다.

 

세무법인오늘의 손윤 대표세무사와 세무법인한원의 정준영 대표세무사는 각각 국세청에서 부이사관으로 퇴임한 인물이다. 세무법인다솔의 안수남, 택스홈앤아웃 김성일, 세무법인하나 최영수, 이현세무법인 안만식 대표세무사도 풍부한 국세청 실무 경험과 인맥을 갖고 있다.

 

반면 천지세무법인의 최기남 대표세무사는 19개 세무법인 가운데 유일하게  비(非)국세청 출신이며, 설립자인 박점식 회장(세무사)도 국세청에는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

 

 

◇ 임원진도 화려한 진용

 

세무법인을 구성하는 임원진들의 면면(面面)도 전관 일색이다. 세무법인다솔은 국세청 고위직 출신의 왕기현 회장(전 중부지방국세청장)과 임성균 회장(전 광주지방국세청장)을 비롯해 조기용 부회장(성북세무서장)과 이광우 부회장(마포세무서장), 서윤식 고문(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등이 이끌고 있다.

 

세무법인하나는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정복 회장과 김호업 고문, 이동훈 부회장(전 대구지방국세청장), 김상현 부회장(전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정진택 부회장(전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을 전면에 배치했고, 세무서장 출신 임원들도 수두룩하다. 세무법인이우에는 3선 국회의원 출신의 나오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아세아세무법인은 오혁주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까지 공직자 취업제한 대상이었던 세무법인가덕과 광교세무법인의 임원진도 국세청 고위직들로 구성돼 있다. 세무법인가덕에는 국세청 차장 출신의 황수웅 회장과 봉태열 대표이사(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홍현국 부회장(전 대구지방국세청장), 오문희 부회장(전 국세청 징세심사국장), 최이식 부회장(전 국세청 법무심사국장), 류학근 부회장(전 국세청 감사관), 이재만 부회장(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이 근무한다.

 

광교세무법인은 지난해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퇴직한 김은호 회장과 박종성 전 조세심판원장, 김영근 전 대전지방국세청장, 김명섭 전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등을 영입하며, 최근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직 국세공무원들의 세무법인 활동은 합법이지만, 비리나 전관예우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은 "국세청 출신 세무사들은 여전히 국세청 직원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어 사회적 견제가 필요하다"며 "국세공무원의 비위와 부정은 국민적 조세저항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엄격히 제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 쏟아지는 거물급 회장들

 

국세청 고위직에서 세무법인 회장으로 옷을 바꿔입는 사례는 최근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은 지난 8일 세무법인리앤케이 회장으로 취임했고, 김영기 전 국세청 조사국장은 세무법인TnP 대표이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해 퇴직한 조현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지난 달 이현세무법인 회장에 올랐고, 하종화 전 대구지방국세청장도 세무법인두리 회장으로 추대됐다. CJ그룹과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지난해 물러난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승호 전 부산지방국세청장과 함께 세무법인택스세대 회장을 맡았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국세청 고위직은 공직자윤리법에서 로펌이나 회계법인 취업을 금지하지만, 세무법인은 문제가 없다"며 "일부에선 아예 세무법인을 만들어 전관을 모셔오는 꼼수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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