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에 각각 아파트를 가진 고객이 세무사를 찾았다. 그는 내년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낮아진다는 뉴스를 보고, 세금이 적을 때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A세무사는 "양도차익이 20억원입니다. 내년에 집을 팔면 양도세를 5억원 절약할 수 있습니다. 만약 2029년에 팔면 양도세가 15억원으로 오릅니다. 언제 팔지는 고객님이 결정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B세무사는 "세금이 걱정돼 내년에 집을 팔지 고민하시죠? 내년에 팔면 양도세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출 규제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실거래가보다 10억원 낮게 나온 매물도 있습니다"라고 답하며 고객의 자금 사정도 물었다.
"당장 자금이 필요하다면 가격을 낮춰서라도 처분해야겠죠. 하지만 여유가 있다면 굳이 서둘러 팔 필요가 있을까요? 양도세를 아끼려고 매도금액을 크게 낮추는 것이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급매로 팔았을 때와 계속 보유했을 때의 세금, 실제 손에 남는 금액을 비교해 드릴까요?"
고객이라면 어느 세무사를 선택할까. 두 사람의 상담 내용을 비교하면 답은 어렵지 않다.
두 세무사 모두 세금을 정확히 계산했고, 집을 팔지 말지는 고객이 결정할 문제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차이는 고객이 판단할 수 있도록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설명했느냐에 있다.
부동산 가격의 변동을 예측하는 것은 세무사의 본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세금 계산만 해주면 역할이 끝나는 것일까. 고객을 대신해 판단하는 것과 고객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다른 일이다.
택스워치가 지난 22일 개최한 '2026 TAX Leaders Summit' 두 번째 강연에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필명 '빠숑')은 세무사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시장 전망과 대응 전략을 제시했다. 세금·대출 규제가 부동산 거래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전세가격과 주택 공급 물량, 지역별 시장 변화 등을 짚었다.
세금 계산만으로 알 수 없는 것들
"세금은 시장을 이길 수 없습니다. 세금을 올린다고 수요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김 소장은 세금 중심으로 부동산을 바라보는 세무사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세금과 대출 규제를 강화할 때마다 세무사들은 바뀐 세법을 해석하고 절세 방안을 찾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세금이 바뀌어도 주택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세금 부담으로 집을 팔려는 사람이 있지만, 그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소장은 강남과 서초 지역의 급매물을 사례로 들었다. 일부 집주인들이 양도세 부담 때문에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이 강남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한다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서울 외곽에서는 집값이 오르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해 서울 중심지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수요가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같은 규제라도 지역과 거래자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
이런 시장에서는 세금 계산만으로는 고객에게 유리한 선택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양도세를 아끼기 위해 현재 집을 팔려는 고객이라도 거래가 줄어 가격을 크게 낮춰야 한다면, 절세액과 매도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비교해야 한다. 자금이 부족하다면 실제 팔 수 있는 가격과 세금 계산 후 받는 금액을 따져 매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세무사는 '집을 팔라'거나 '보유하라'는 결론을 내릴 필요가 없다. 고객의 선택에 따라 세금과 손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해야 한다.
전세가격을 알아야 고객의 선택이 보인다
김 소장이 강조한 또 다른 지표는 전세가격이다.
그는 "전세가만큼은 100% 실수요"라며 "매매가격에는 투자 수요도 반영되지만 전세가격은 실제 거주 수요와 공급 상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세가격이 장기간 상승한 지역은 매매가격도 뒤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규 아파트 공급도 중요하다. 서울 전체적으로 공급이 부족해도, 특정 지역에 많은 아파트가 입주하면 전세가격이 일시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세무 상담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세를 준 아파트에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직접 입주하려는 고객을 생각해 보자. 세법상 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세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계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임대차 계약 종료 시점과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 마련 가능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전세가격이 떨어진 지역에서는 새로운 임차인에게 받을 보증금만으로 기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울 수 있다. 실거주 전환 시점도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등 법적 권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세금상 유리한 절세 방법이라도 실제로 자금을 마련하거나 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면 실행할 수 없다. 세무사는 부동산 시장과 임대차 상황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세금 계산 넘어 고객의 선택을 돕는 세무사
김 소장은 고객의 주택 보유 상황에 따라 상담 전략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거주 1주택자는 보유에 따른 세금 부담과 장기적인 주택 가치를 모두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실거주 전환에 따른 세금 변화뿐 아니라 임대차계약과 보증금 반환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
다주택자는 어떤 주택을 먼저 팔지 고민해야 한다. 상속이나 증여 예정자는 부동산 가격 변화가 재산 평가와 세금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
지역별 부동산 시장 차이도 중요한 변수다. 김 소장은 서울에서도 강남권, 중급지, 외곽 지역의 가격 흐름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경기 지역도 일자리, 교통, 생활 인프라에 따라 수요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일자리, 교통, 신축 여부, 학군·생활 인프라, 규제에 따른 경쟁력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막연한 개발 호재보다 실제로 확정된 계획과 수급 상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다주택자라도 아파트가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거래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 세금이 적게 나오는 주택을 먼저 팔면 유리해 보여도, 매수자를 찾기 어렵거나 가격을 크게 낮춰야 한다면 다른 선택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세무사는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기 전에 무엇을 따져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김 소장은 "고객의 질문은 집값이지만 진짜 질문은 내 세금"이라며 "둘을 한 장에 붙이는 사람이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알고도 말하지 않는 것과 몰라서 말하지 못하는 것은 다르다. 세금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세무사의 기본이지만, 그 계산이 고객의 실제 선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까지 설명할 수 있다면 상담의 깊이는 달라진다.
고객의 판단을 대신하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세무사가 부동산 시장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