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경제에서 '사적자치의 원칙(私的自治의 原則)'은 경제주체들의 경제적 선택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토대이다. 납세자는 경제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도록 거래 형태를 선택할 권리가 있으며 이는 세법에서도 원칙적으로 부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양한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지는 거래를 세법 측면에서도 모두 그대로 인정하게 되면 납세자가 선택한 거래 형식과 내용에 따라 납세자들 간에 조세부담의 형평성이 저해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우리 세법은 특수관계인 간의 비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경우를 대비한 강력한 견제 장치를 두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부당행위계산부인 제도다.
각 세법에서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공통의 기본개념은 '특수관계가 있는 납세자 간의 거래 또는 행위가 사회통념, 상거래 관행, 시가 등에 부합하지 않아(경제적 합리성이 없이)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줄이는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이를 재구성하여 세금을 재계산한다'는 것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은, 비록 규정방식과 세부내용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세계 주요 국가의 세법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보편적 규정이다.
미국 세법(Internal Revenue Code §482)의 경우, '동일한 이해관계에 의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소유되거나 통제되는 둘 이상의 조직이나 사업체 등이 있는 경우, 과세관청은 조세회피를 방지하거나 소득을 명확히 반영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그들 사이의 소득이나 각종 공제· 감면을 배분·안분·귀속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동족기업, 중국의 특별납세조정 등이 우리나라의 부당행위계산부인 제도와 취지가 유사한 규정들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부당행위계산부인과 관련된 우리나라 개별세법이나 각국의 규정들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두 가지의 주요한 요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여야 한다. 거래당사자가 세법상 인적·혈연적 관계뿐만 아니라 지분 소유 관계, 경제적 지배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법이 정한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포섭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객관적으로 부당한 거래 형태가 존재해야 한다. 즉, 경제적 합리성 없이 시가보다 높거나 낮은 대가로 거래하는 등 일반적인 시장 참여자라면 당연히 선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비정상적인 거래임이 입증되어야 한다.
두 가지 요건 중 '특수관계인' 해당 여부는 법령 등에 규정된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판정되므로 실무적으로도 이 요건이 쟁점이 되거나 불복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반면, 또 다른 요건인 '시가'는 구체적 실체가 없이 개념상으로만 있는 경우도 많아 실무상의 논란은 대부분 여기에서 발생하고 있다.
물론 세법에서는 시가를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이라고 정의하면서 다양한 시가 산정방식을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거래가 일어나는 시장의 역동성을 법 조문이 모두 담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할 것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 세부담 결정짓은 것은?
우리는 먼저 시가에 대한 논란을 잠시 뒤로 미루어두고, 해당 거래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이고 그 거래의 기준이 되는 시가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우선 부당행위계산부인으로 인해 납세자의 세부담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알아보자.
가장 단순한 예로 A(개인)가 B(개인)에 주택을 양도하는 거래를 살펴보자.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매도자 A는 높은 가격으로 팔려고 하고 매수자 B는 낮은 가격으로 사려고 할 것이며 이렇게 서로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가진 양 당사자의 협상으로 가격이 결정되고 이것이 바로 그대로 시가이다.
거래 성사 후에 A는 그 시가를 양도가액으로 하여 양도소득세를 신고하면 될 것이고 여기에 과세당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하지만 만약 A가 B의 아버지(특수관계인)라면 거래의 양 당사자들이 생각을 좀 달리할 수 있다. 참고로 특수관계인 간의 공모가 부당행위계산부인의 요건은 아니다.
A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면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고 B는 주택을 낮은 가액으로 취득함으로써 실질적으로는 그 차액만큼 증여를 받는 효과도 누릴 수 있게 된다.
※ 물론 낮은 가액으로 자산을 취득함으로써 나중에 자녀가 다시 양도할 경우 취득가액이 낮아 양도소득세를 더 부담할 수 있고, 자녀가 향후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 등을 통해 세부담을 영구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경우도 있음.
일단 이 거래의 사법상 효력은 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의 적용과는 전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소유권 이전의 효력은 가지게 된다.
이제 A의 신고를 접한 과세관청이, 거래당사자가 특수관계인이고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거래가 이루어진 것을 확인하게 되면, 세법상으로 이 거래를 부인하고 거래를 재구성하여 세금을 재계산하게 된다.
A에게는 시가를 양도가액으로 한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하고 B에게도 그 시가와의 차액이 세법상 기준보다 더 크다면 그 받은 이익의 일정부분을 증여로 보아서 증여세를 과세하게 된다.
※ 양도소득세와 증여세의 부당행위계산부인 기준이 다르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만약 A가 1세대 2주택자로서 양도 주택의 당초 취득가액이 매우 낮은 경우를 가정한다면,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에 따른 A의 양도소득세와 B의 저가양수 증여세 합계액이, 그냥 시가로 B에게 증여했을 때의 증여세액을 초과하는 극단적인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세법 측면에서 보면 부당행위계산부인을 통해 A는 같은 시가로 양도한 다른 사람들과 같은 양도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고, B는 저가양수로 받은 이익과 동일한 이익을 받은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증여세 부담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과세대상이 된 소득 또는 이익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버지의 양도소득세 과세대상과 자녀의 증여세 과세대상이 일정부분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이중과세가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소위 경제적 이중과세일 뿐 세법상 금지된 이중과세와는 명확히 구별된다는 것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확립된 견해이다.
※ 대법원 2003.05.13. 선고 2002두12458 판결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는 납세의무의 성립요건과 시기 및 납세의무자를 서로 달리하는 것이어서, 과세관청이 각 부과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각각의 과세요건에 따라 실질에 맞추어 독립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 위 규정들의 요건에 모두 해당할 경우 양자의 중복적용을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어느 한쪽의 과세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법인의 부당행위계산부인 사례는?
이제 법인 간의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당행위계산부인의 경우를 살펴보자.
법인은 자연인인 개인과는 독립된 실체이고, 거래당사자가 개인일 때와는 다른 범위의 과세대상 소득을 가지고 있어 좀 더 복잡한 세무상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법인 A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이를 업무와 무관하게 특수관계법인 B에게 더 낮은 이자율로 빌려주는 경우를 살펴보자.
통상적인 상황에서 별도의 법인격을 가지면서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거래는 생길 수 없는 것이므로, 과세관청은 이 거래를 실질적으로는 법인A의 부가 법인B로 이전되는 수단으로 여길 수 있다.
이제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을 적용하면 먼저 법인A는 업무와는 관련없이 돈을 빌리면서 이자를 지불하였으므로 그 이자비용은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지급이자 손금불산입).
더 나아가 자신이 지불한 차입이자율보다 낮은 이자율로 법인B에게 빌려주면서 받지 못한 이자차액[(차입이자율-대여이자율)×대여원금] 만큼을 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이를 법인A의 수익으로 계상하게 된다.(인정이자 익금산입)
결과적으로 법인A는 두 단계에 걸쳐 법인세 부담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법인B에 대한 세무조정은 없지만, 저리로 대여받은 이익에 대해 차후 일정조건하에서 법인B의 지배주주에 대해 부의 무상이전에 따른 추가 과세(증여세 등)가 이루어질 수 있는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거래가 일어나면 한 당사자의 비용은 다른 당사자의 소득이 되어 한쪽에서는 세부담을 줄이는 요인으로 다른 쪽은 세부담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부당행위계산부인이 적용되면, 실제로 지불하였는데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실제로 받지 않았는데도 수익으로 인정되어 과세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좀 더 복잡한 예로 법인A가 법인B에게 용역을 제공받고 시가보다 많은 대가를 지불한 경우를 살펴보자.
이 거래가 부당행위로 인정되어 부인되면, 먼저 법인A가 시가보다 더 많이 지급한 금액은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게 되고 법인A의 세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세법상으로는 시가를 초과한 금액만큼은 업무와 무관하게 법인A가 법인B에게 그냥 준 것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법인B는 시가보다 더 많이 받은 금액 그대로 수익으로 계상되어 법인세를 부담하게 된다.
시가보다 더 지불한 금액이 한 쪽에서는 비용 부인되어 법인세 부담을 늘리고 다른 쪽에서는 수익으로 그대로 인정되어 또 다시 법인세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가 만약 법인B의 지배주주가 법인A의 대주주와 특수관계가 있다면 추가적인 과세도 발생할 수 있다.
세법은 법인A의 대주주가 용역거래라는 형식을 빌어 자신의 특수관계인인 법인B의 지배주주에게 부를 이전한 것으로 보아 이들에게 증여세가 추가로 과세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부당행위계산부인 리스크, 피하는 방법은?
부당행위계산부인이 사후적으로 거대한 세무리스크를 부담한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경제적 이중과세 또는 삼중과세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납세자가 당초부터 부의 무상이전을 의도하고 부당행위를 했던 것이라면 세법상 계산부인은 이를 바로 잡는 당연한 과정이 될 것이고 납세자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은 양 당사자에게 그러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거래의 기준이 된 가격이 시가와 차이가 나고 그것에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면 바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사실 앞에서 설명한 과세사례는 모두가 동의하는 시가가 있음을 전제로 논의를 전개한 것이었지만, 실무에서 부당행위계산부인과 관련하여 세무상 쟁점으로 가장 빈번하게 다투어지는 영역은 단연 '시가의 적정성'이다.
부동산이나 상품과 같이 실체가 있고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유사성이 있는 것들이 있는 경우에는 그나마 시가를 찾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용역과 같이 무형이면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서로간에 수많은 차이가 있는 대상에 대해서는 납세자와 과세당국이 모두 함께 동의하는 시가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시가의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 있긴 하지만 무조건 과세관청이 제시하는 것이 세법상 시가가 아니라는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는 설득할 수가 없고 지난한 불복과정을 마주하게 된다.
과세관청이 보충적 평가 방법 등으로 시가를 제시하여 부당성을 1차적으로 입증하면, 그 거래에 합리적인 경제적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다시 납세자가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하는 것이므로 실무적인 방어 준비가 대단히 중요하다.
기업의 구조조정, 대주주 간 지분 이동, 대규모 자산 또는 용역거래 시 부당행위계산부인 리스크를 방치하는 것은 경영상 치명적인 불확실성을 키우는 행위이기 때문에 과세관청의 사후적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래 이전에 철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특수관계인 간 자산 거래 등을 진행할 때는 거래 시점에 신뢰할 수 있는 복수의 공인감정평가법인으로부터 감정을 받거나, 법적 보충적 평가 가액을 명확히 산출해 두어야 한다.
비교나 산정가능한 시가를 찾기 어려운 경우에는 해당 거래가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시급한 자금 조달, 경영권 안정, 구조조정의 효율성 등 '경영상의 불가피한 합리적 선택'이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이사회 회의록, 전문 컨설팅 보고서, 시장 조사 자료 등 가격결정과 관련된 치열했던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작성하고 보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단순 고가·저가 양수도를 넘어, 금전 대여(인정이자), 용역 거래, 공동비용 분담 등 일상적인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서도 세법상 허용되는 정상가격 범위 내에 있는지 정기적인 세무 진단이 필요하다.
부당행위계산부인 제도는 특수관계라는 특수한 지위를 남용해 국가의 조세권을 침해하고 일반 납세자에게 박탈감을 주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가라는 불확정 개념이 판단의 결정적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에 납세자는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는 매우 불안정한 지위에 있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불복 등에서 다른 세무쟁점보다 납세자 승소(인용)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판례나 유권해석 등도 기업의 자율적 경영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납세자는 우선 세법의 테두리 안에서 경제적 합리성을 잃지 않는 투명한 거래를 설계해야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부당행위계산부인에 대한 기본개념을 이해하고 철저한 사전준비와 논리개발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