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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세관장이 공개하는 '외환리스크 대응' 실전 팁

  • 2025.03.14(금) 07:00

이동현 수원세관장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 세계가 관세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대응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은 크게 요동치고 금값도 폭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외환조사 전문가 이동현 수원세관장을 만나 '대한민국 기업의 외환관리·조사대응 팁'에 대해 들어봤다.
이동현 수원세관장은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관세청 업무의 핵심은 기업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우리나라에는 흔히 양대 세입기관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세입기관은 국세청이며, 관세청은 세입규모는 적지만 관세를 징수한다는 점에서 세입기관이라고 불리고 있다.

하지만, 관세청에서 근무하는 관세공무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이동현 수원세관장은 최근 수원세관에서 진행한 택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관세청은 징수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국가 정책을 투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영세율을 적용받는 품목이 많아지면서, 관세 징수보다는 기업 지원이 관세청의 주요업무라는 것이다.

최근 관세청이 정기 외환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 가뜩이나 외국환거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기업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환율이 크게 오르며 수출입 기업들의 외환거래 리스크가 커진 것에 대해서는 '선물환 거래'를 활용하라는 팁도 소개했다.

첫 근무지가 수원세관이라는 이 세관장은 40년 공직생활의 마무리도 수원세관에서 한다며, 수원세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세관장님을 뵌 지 10년이 넘었다. 10년 전에도 관세청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 인상이 깊었는데, 지금도 여전한 모습이다. 관세청과 수원세관은 세관장님에게 어떤 의미인가? 
  제가 1984년 처음 관세공무원을 시작할 때도 수원세관에서 시작했고, 40년이 지난 지금도 수원세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수원세관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할 예정인데, 제 관세공무원 생활의 처음과 끝이 수원세관이다.

관세공무원을 시작할 당시에는 송탄과 오산감시서에서 근무했는데 그 때는 한국에 주둔하러 온 미군들과 휴가자, 미군 가족에 대한 통관 수요가 있었다. 그렇게 1년을 근무하다가 수원세관 본관에서 환급업무를 시작했다.

지금은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해 영세율(0%)이 많지만, 1980년대만 하더라도 관세율이 굉장히 높았다.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도 20~30%여서 기업의 부담이 컸다. 세금을 많이 낸 만큼 환급액도 많았기 때문에, 기업들은 환급을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인지, 당시 수원세관은 굉장히 파워풀하고 공권력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관세율이 낮아진 영향으로, 수원세관의 직원은 과거 40여명에서 현재 26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과거보다 기업과 수출입 규모가 10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유니패스) 구축으로 많은 일을 전산화하면서 사람을 줄인 것이다.

다만 다른 정부 조직과 비교하면, 관세청만 이렇게 획기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는 의문이 든다. 인력 감축이 관세청 전산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허전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직원이 줄어들면 가장 큰 문제는 현장확인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수원은 오래된 기업들이 많아서 법규 준수도가 높은 편이라고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는 현장확인을 해봐야 한다. 직원 수가 적으면 현장확인을 하지 못하고 기업을 믿고 처리할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이 아쉽다.

Q. 수원은 수도권 물류의 중심지로 통하고 있는 데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SK 등 우수한 대기업의 반도체, 자동차 수출입이 활발하며, 축산물 수입도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수원세관의 세입 규모는 실제로 어느 정도인가? 
  관세청은 징수하는 것이 핵심 업무가 아니라, 국가 정책을 투영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기관이다. FTA 특혜세율을 적용하면 관세는 0%가 된다.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상대국에서 영세율을 적용받는 것이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세원확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국내·외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지 못한다. 그런데 관세율 8%가 면제된다면, 영업이익률 8%가 상승하고 판매가격은 낮아진다. 그만큼 관세가 무서운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갑자기 관세율을 인상하려고 하니, 앞으로 기업들이 많이 어려워질 것이다.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수원세관은 관내 14개 보세공장에서 대기업과 협력업체들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조해 수출하고 있다. 또한 64개의 영업용, 자가용 보세창고가 있어서 수입산 육류 등의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보세공장은 원자재를 해외에서 보세구역으로 들여와 면세상태에서 가공하는 장소다. 원래는 원자재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고 통관한 뒤, 가공해서 수출하면 납부한 세금을 환급해줘야 한다. 하지만 환급 절차로 인해 통관 과정이 너무 복잡해지기 때문에 세금 없이 수입하고, 환급없이 수출하는 것이 보세공장이다. 보세공장은 국내에 위치하지만, 세법상 해외로 간주된다.

수원세관은 세원확보보다는 보세공장 환급 등 세정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이 세관장은 환율리스크 대응방법으로 '선물환 거래'를 추천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환율이 급등하고 기업들의 불확실성도 커진 모습이다. 이럴 때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환율이 급등할 때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받을 외화는 앞당겨 받고, 지급할 외화는 늦춰서 주는 방법도 있지만, 좀 더 공식적인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환율의 불안정이 자금 수급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널뛰는 환율에 대한 위험을 피하는 방법이 미래의 환율을 고정시켜 수출입 대금을 지급, 영수하는 선물환 거래다. 약간의 수수료를 금융기관에 지급하면 예측 가능한 자금운용이 가능해져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관세청의 정기 외환검사는 예방적 검사다. 비교적 복잡한 외국환거래법을 기업들이 쉽게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검사와 컨설팅을 병행하기 때문에 돌발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한다.

*선물환(FX Forward) 거래란?
금융기관과 특정한 환율과 일정한 미래의 날짜를 미리 정해두고 외화를 사고파는 계약이다. 현재 시점에서 계약을 체결하지만, 실제 외화의 지급과 수령은 미래에 이뤄지는 거래 방식으로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하고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기 좋은 상품이다.
예를 들어 A사가 미국 기업에 제품을 수출하고 3개월 뒤 1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면, 금융기관과 선물환 거래를 할 수 있다. 현재 환율이 달러당 1300원이라면 선물환율을 1290원으로 계약할 수 있다. 3개월 후, 환율이 크게 떨어졌다면 A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환율이 올랐다면 A사는 이득을 보는 셈이다.

Q.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최근 관세청의 정기 외환검사 도입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 관세청 외환조사과장으로도 근무하셔서 잘 아시겠지만, 기업들은 검사나 조사 모두 두려워한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인가?
  예방접종을 맞으면 2~3일은 아플 수 있지만, 병에 걸리지 않는다. 외환검사도 이와 마찬가지다. 외환검사를 받게 되면 소소하게 잘못한 부분은 과태료를 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소소한 잘못일 수 있지만, 나중에는 이것이 쌓여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외국환거래법은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스스로 찾아내기 어렵다.

외환검사를 받을 때는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 물어볼 수 있다.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돌발위험인데, 이를 해소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기업이 관세청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외환검사를 한 번 받으면 자신이 생긴다.

Q. 기업들이 외환거래를 할 때, 가장 많이 실수하는 사례는 무엇인가? 또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기업들이 외환거래를 할 때 주의할 점은 내가 나쁜 짓을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닌, 상대를 위해서 하는 선의의 행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건을 수출할 때, 수입업자가 물건가격을 높게 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수출가격이 100원인 물건을 수입업자가 150원으로 책정하고, 나중에 50원은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수출업자 입장에서는 수입업자가 강력하게 요청하면 찜찜하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아무런 이익을 보지 않았더라도, 수입업자의 요청을 들어주면 수출입가격조작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세관장은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해 가상자산을 구입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 이대덕 기자]

Q.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면서 개인의 외환거래도 조심해야 할 텐데, 무엇을 어떻게 신경써야 할까?
  해외 출국이나 입국할 때, 미화 1만 달러를 초과하는 화폐나 수표 등을 소지했다면 신고해야 한다. 신고만 하면 금액 제한없이 자유롭게 현금을 반출입할 수 있지만, 수출입대금이라면 입증서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본인의 자금 5만 달러를 소지하고 출입국할 때, 이를 동행하는 지인이나 가족에게 나눠 1만 달러씩 분산하는 경우에도 신고를 해야 하나 헷갈릴 수 있다. 만약 이 현금이 본인의 자금이라면 신고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 자금을 반출해 가상자산을 구입하는 것은 처벌대상일까? 아닐까?

이는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해외에서 ATM기로 돈을 인출해 가상자산을 구입한 사례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가상자산이나 금에 프리미엄이 있다. 같은 코인이나 금이라도 한국이 더 비싸다.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을 구입하기 위해 해외로 돈을 가지고 나가는 것은 제한이 돼 있는데, 어떤 사람이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썼다. 해외로 나가서 신용카드로 현금 인출을 최대한으로 해서 이 돈으로 가상자산을 구입한 것이다.

이를 한국으로 보내 차익을 봤다. 이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다. 가상자산을 구매하려면 은행을 통해 돈을 보내야 한다. 이때 은행에서 외환거래의 목적을 '가상자산 구매대금'이라고 기재하는데, 이것이 부담스러워서 직접 해외로 나가서 현금을 인출한 것이다.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해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도 법 위반이며, 신용카드 인출 금액은 여행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돈으로 쇼핑도 가능하다. 입국할 때 세관에 신고만 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Q. 관세청 지원제도 중 정말 좋은데 기업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관세청 납세자보호관 제도를 잘 활용해달라. 국세청은 납세자보호관 제도가 생긴지 오래됐지만, 관세청은 생긴 지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관세는 아무래도 세율이 낮고, 영세율을 적용하는 품목이 많기 때문에 늦게 생길 수밖에 없었다. 

과세행위에 대해 불복을 하기 위해 조세심판원이나 행정소송을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규모가 비교적 작은 중소기업은 과세액을 줄이고 싶다면 납세자보호관에게 신청하면 된다. 그러면 납세자보호관이 중간에서 조율해준다.

사실 관세청 직원들은 납세자보호관 제도를 부담스러워한다. 납세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청에 내 편이 하나 정도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든든하게 느껴진다. 

Q. 수원세관장을 마지막으로 40년 동안의 관세공무원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조직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으실 것 같다. 우리나라 관세행정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수원세관장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고민한 결과, 현장의 목소리를 본청에 전달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이나 고시 등을 개정하고 시행할 때 보면, 현장에서는 바로 적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시차가 걸리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짜장면"이라고 얘기하는데, 국문학자가 '자장면'이 올바른 표기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일들과 고시나 법 체계가 충돌한다면, 현장의 의견을 본청에 전달해 고시에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동현 수원세관장, [사진: 이대덕 기자]

☞이동현 수원세관장은?
세무대 4기 출신인 이 세관장은 인천세관 공항휴대품검사관, 서울세관 특수조사과장, 서울세관 조사2국장, 인천세관 조사국장, 관세청 외환조사과장, 부산세관 조사국장 등 조사 분야에서의 경력이 풍부하다. 인천세관 조사국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는 마약과 가짜 비아그라, 불법 마취크림 등의 밀수를 잡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세관 조사2국장 근무 당시에는 가상자산 환치기 등으로 자금을 마련해 서울 아파트를 불법 취득한 외국인을 적발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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