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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시대별 변천사, 영수증이 AX로 진화하기까지

  • 2024.01.19(금) 09:00

[연말정산 시간여행]1990년대부터 2024년까지 발자취

직장인에게 1월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숙제가 있죠. 바로 연말정산입니다. 새내기 직장인부터 대기업 회장님까지 모두 연말정산 신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한 명의 납세자인데요. 

호랑이가 담배피우던 시절에는 연말정산 신고서를 볼펜으로 꾹꾹 눌러쓰면서 영수증도 일일이 모아서 제출했지만, 이제는 급속도로 발달한 IT기술 덕분에 연말정산을 스마트폰으로 1분 만에 뚝딱 마무리하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세금 징수기관인 국세청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AI 세금비서를 개발하고 홈택스와 손택스에 적용해 직장인 납세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죠. 민간에서도 AI를 통해 연말정산 절차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구현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직장인의 연말정산 편의성이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AI로 전환한다는 의미의 'AX(AI Transformation)'가 2024년 직장인의 연말정산에서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이제 영수증을 모을 필요도 없고, 손글씨로 신고서를 작성하거나, 한글파일에 하나씩 입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스마트폰 앱 하나로 연말정산을 가볍게 끝내면서 2000만 직장인의 납세협력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됐고, 회사 재무담당자와 세무서 직원들의 업무도 확 줄어들게 됐죠. 

대체 그 동안 연말정산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1990년대부터 2024년까지 연말정산의 진화 과정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990년대, 영수증을 잘 챙겨라

1990년대까지만 해도 병원비, 교육비, 보험료, 기부금 영수증을 직접 챙겨서 회사에 내는 것이 연말정산의 흔한 풍경이었습니다. 회사에서 나눠준 연말정산 소득공제 신고서를 볼펜으로 작성한 후, 관련 서류와 영수증을 구비해서 제출하게 되어 있었죠. 

문민정부가 수립된 1993년에 직장인이 제출해야 했던 소득공제 신고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직장인이 적어내야 할 항목이 많지 않은데요. 지난 30년 동안 연말정산 관련 세법이 많이 바뀌고 복잡해지면서 직장인이 챙길 사항도 늘어났다는 의미입니다. 

1993년 근로소득자 소득공제신고서 및 구비서류(출처: 소득세법 시행규칙)

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에 칼국수 오찬을 즐겼던 1993년부터 매년 연말만 되면 등장하던 뉴스는 바로 '연말정산 가짜 영수증 단속'이었습니다. 동네 약국이나 종교단체에서 가짜 영수증을 받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국세청이 단속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직장인이 챙겨야 할 영수증이 워낙 많다보니, 실수하는 경우도 많았고 고의로 부당공제를 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국세청이 모든 직장인의 연말정산 문제를 들여다볼 수 없었기 때문에 부당공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로 여겨지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연말정산에도 거센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1999년부터 국세청 홈페이지가 개통하고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도입하면서 직장인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연말정산 관련 시스템도 하나씩 구축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2000년대, 밀레니엄 인터넷 연말정산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극복에 힘썼던 1999년 당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연간 총급여액의 10%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금액의 10%를 공제했습니다. 현재 연말정산은 총급여의 25%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15~80%를 소득공제하니까 그 동안 공제문턱과 공제율이 다소 높아진 것이죠. 

직장인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면서 국세청도 세원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였지만, 사용기간이 문제였습니다. 전년 12월 1일부터 당해연도 11월 30일까지 사용한 금액을 계산해야 했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신고서를 작성할 때 혼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또한, 의료비영수증에는 환자명과 질병명을 기재하고 발행자(의사)의 서명날인이 있어야 증빙으로 인정됐습니다. 의료비의 부당공제를 막기 위한 제도였지만, 개인정보나 병명에 대한 내용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1999년 연말정산 제출 서류 및 기타공제 준비서류(출처: 국세청)

Y2K 밀레니엄 버그를 무사히 넘긴 2000년은 직장인에게 절세 기회가 조금씩 찾아왔습니다. 기부금 공제가 확대되고 근로자주식저축이 도입되면서 직장인들은 '절세테크'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요. 

2001년에는 집에서도 인터넷으로 연말정산 신고서식을 내려받아서 작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세청이 인터넷을 통한 연말정산 안내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근로소득자소득공제신고서' 양식을 인터넷에 게시한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린 2002년부터는 은행이나 보험사가 인터넷으로 발급한 서류도 연말정산 증빙으로 인정됐습니다. 우편물 대신 인터넷 발급 서류가 증빙이 되면서 직장인들의 시간을 절약하고, 은행·보험사도 우편발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연말정산 부당공제는 여전했는데요. 2003년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배우자 이중공제 등 부당공제로 적발한 인원이 19만명에 달할 정도였죠.  TV로 중계된 장관들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연말정산 부당공제와 배우자 이중공제가 단골 이슈로 등장했지만 "세법을 잘 몰라서 실수했다"는 취지의 답변이 속출했습니다. 국세청도 연말정산에 임하는 직장인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단속을 강화했지만, 들불처럼 번지는 부당공제를 근절하기는 어려웠는데요. 

연말정산의 고질적 병폐였던 부당공제 문제는 2005년 증빙서류 전산화를 통해 조금씩 해결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현금영수증으로 1억뷰 돌파

PC방에서 카트라이더 게임이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2005년, 국세청 홈페이지도 거의 마비될 정도로 사용자가 몰렸습니다. 바로 현금영수증 제도 때문이었는데요. 

직장인들이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국세청 현금영수증 홈페이지에 회원가입한 후 사용등록을 완료해야 했고, 덕분에 국세청 홈페이지는 개통 6년 만에 방문자 수 1억명을 넘어서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2005년 현금영수증 홈페이지 회원가입 소득공제 안내 및 등록요령(출처: 국세청)

연말정산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생겨났습니다.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소득공제 금액을 조회한 후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가 시작된 겁니다. 요즘 연말정산에서도 직장인들의 시간 단축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중요한 서비스인데요. 

연말정산을 하기 위해 영수증을 일일이 모아서 회사에 제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훨씬 편리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보험료, 신용카드, 연금저축 등 일부 소득공제 항목만 간소화 서비스에서 조회할 수 있었지만, 매년 조회 가능 자료들이 늘어나면서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에 걸리는 시간을 점점 단축시킬 수 있었습니다. 

2010년, 스마트폰 연말정산 앱 등장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는 매년 직장인의 불편했던 부분들을 개선하면서 진화하고 있는데요. 2007년에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서 부양가족의 사용내역까지 조회할 수 있게 됐고, 2008년에는 부양가족 동의 절차가 공인인증서나 신용카드 등으로도 가능해지면서 부모님들이 직접 세무서에 방문할 필요가 없도록 개선됐습니다. 

연말정산 시기도 2008년부터 1월분 급여지급에서 2월분 급여지급으로 바뀌면서 직장인들이 매년 1월말부터 2월초 사이에 소득공제 영수증을 제출할 수 있게 됐습니다. 12월에 진행했던 연말정산을 1월로 늦춘 겁니다.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 사용내역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복잡하게 계산해야 했던 문제도 해결됐습니다.

2008년 연말정산 안내 자료(출처: 국세청)

이렇게 연말정산 제도를 직장인 중심으로 간소화하면서 납세협력비용도 크게 줄었는데요. 2009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영수증 수집 및 발송에 필요했던 비용 5399억원을 절감했습니다.

이듬해에는 소득공제 증명서류를 인쇄하지 않고 회사에 파일로 제출하는 방식의 '종이없는 연말정산'까지 시행했습니다. 직장인과 부양가족 1700만명이 프린터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고, 무려 1억5000만장의 종이를 절감하게 됐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직장인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국세청도 스마트폰 전용 앱을 만들었습니다. 

스마트폰용 앱 이름은 '손안에 연말정산 2010'. 연말정산 항목별 상세정보와 절세팁, 예상환급세액 계산, GPS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한 세무서 확인 기능도 담겼습니다. 출시 후 1년 동안 앱 다운로드 횟수가 68만건에 달했는데요. 

요즘 직장인들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간소화자료 다운로드와 소득공제 신고서 작성과 같은 핵심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연말정산 정보만 검색해보는 정도였습니다. 

2010년 연말정산 스마트폰 앱 이용방법(출처: 국세청)

2013년, 거위털로 시작된 암흑기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던 2013년의 연말정산에서는 더 많은 직장인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국세청이 따로 만든 연말정산 간소화 홈페이지(www.yesone.go.kr)에서 소득공제 증명자료를 조회한 직장인이 1000만명을 넘어섰고, 연말정산 자동계산기능과 대화형 소득공제 자기검증 프로그램, 교육용 동영상과 같은 콘텐츠가 등장했는데요. 

당시 연말정산 자동계산 프로그램은 입력할 수 있는 항목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환급액을 계산하긴 어려웠지만, 10년이 지난 2023년 귀속 연말정산에서는 환급액을 거의 정확하게 맞출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대화형 소득공제 자기검증 프로그램은 요즘 유행하는 인공지능 AI 챗봇의 시초라고 할 수 있었고, '연말정산 교육용 이러닝(e-Learning) 동영상'은 국세청이 제공하는 유튜브로 진화하게 됐죠. 

IT기술 덕분에 매년 조금씩 연말정산이 편해지고 있었지만, 한순간에 직장인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2013년 여름에 나온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언 때문이었는데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설명하다가 느닷없이 '거위털' 얘기를 꺼낸 겁니다. 

거위가 고통을 느끼치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것이 세법개정안의 정신입니다.

1000만명의 직장인들을 거위로 만들어버린 이 발언을 계기로 거센 조세저항이 일어났고, 민심에 부담을 느낀 박근혜 대통령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하게 됩니다. 사상 초유의 세법개정안 리콜 사태였습니다. 

기재부가 세법개정안 일부 수정하긴 했지만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식은 그대로였고, 대다수 직장인들의 세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4년 귀속소득부터 새로운 연말정산 계산방식이 적용되면서 2015년 초 연말정산을 진행한 직장인들은 세금 환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정부와 국회를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결국, 국회는 5월 임시국회를 열어 연말정산 재환급을 해주는 소급 법안을 통과시켰고, 직장인 638만명이 5월에 연말정산을 또 하게 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관련기사☞ "연말정산 세법 개정은 역사의 큰 오점"

국세청이 '개청 이래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는데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회사에 다녔던 직장인들에겐 연말정산의 '연' 자도 듣고 싶지 않은 암흑기였습니다. 

2015년 연말정산 재정산 환급 안내자료(출처: 국세청)

2016년, 편리한 연말정산 써봤더니 '대박'

가뜩이나 골치아픈 연말정산을 일 년에 두 번이나 했던 최악의 2015년이 지나가고, 2016년 1월에 진행된 연말정산에서는 그야말로 대반전이 이러났습니다. 

국세청이 내놓은 '편리한 연말정산' 기능은 직장인들에게 가장 불편했던 점을 해결해 준 최고의 발명이었는데요. 

관련기사☞ 편리한 연말정산, 써봤더니 '대박'

기존에는 국세청이 간소화서비스를 통해 제공한 소득공제 자료를 내려받아서 직장인이 직접 한글문서로 하나씩 작성해야 했지만, 2016년 자동으로 채워주는 기능이 등장하면서 직접 입력할 사항이 확 줄어들게 됐습니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연말정산 공제신고서가 자동으로 작성되는 시대가 열렸고, 연말정산에 필요한 시간은 불과 10분 내외로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에 대해 갖고 있었던 불만과 불신도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됐죠. 

2016년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 화면(출처: 국세청)

편리한 연말정산 기능은 여기저기에서 찬사를 받았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PC에서만 가능했다는 점인데요. 스마트폰이 일상화한 시대에 PC로만 연말정산할 수 있다는 점은 살짝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연말정산은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국세청이 스마트폰 전용 앱을 내놓은 지 12년, 편리한 연말정산을 시작한 지 6년 만에 스마트폰 연말정산을 완성하게 됩니다. 

2022년 1월 연말정산부터 모바일 앱 '손택스'에서도 연말정산 신고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는데요. 스마트폰 연말정산이 빠르게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이제는 오히려 PC로 연말정산하는 것이 더 어색해질 정도입니다. 은행 계좌이체도 PC보다 스마트폰이 편한 것처럼 말이죠. 

2022년 손택스 연말정산 화면(출처: 국세청)

스마트폰 연말정산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인증 절차때문이었는데요. 카카오톡이나 PASS를 통한 간편인증이 도입되고, 네이버도 간편인증이 가능해지면서 연말정산에 소요되는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 출시된 더존비즈온의 '나하고(NAHAGO)' 앱을 통해 연말정산을 진행하면 신고서 제출까지 5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국세청 손택스보다도 더 빠르고 간편하게 연말정산의 모든 절차를 끝낼 수 있고, 예상 환급세액도 정확하게 맞추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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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 앱 연말정산 결과화면(출처: 택스워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술이 적용되면서 직장인 이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시킨 것인데요. 국세청도 홈택스에 대화형 세금비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AI기능을 더욱 확대할 방침을 내놓고 있습니다. 

연말정산에 대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직장인들은 점점 편리한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2024년 연말정산에는 또 어떤 새로운 AI기능이 직장인들을 돕게 되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택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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