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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다시 바라본다

  • 2026.01.08(목) 14:00

물류가 아닌 '정보 공급망'에서 들려온 경고음
[프리미엄 리포트]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관세사

쿠팡이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여러 구조적인 사회 문제까지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데요. 우리는 어떤 부분에 주목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관세·통상·무역 전문가인 신민호 서울관세사회 회장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요즘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시선은 무겁다. “관리 부실이다”, “보안 의식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뼈아프지만 타당하다. 개인정보를 맡긴 소비자 입장에서 느끼는 불안과 분노는 그 어떤 경영적 설명으로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다. 기업이 무거운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고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에 나서는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전제다.

다만 전문가의 시선에서 이 사건을 ‘처벌과 비난’의 영역에만 가둬두는 것은 또 다른 위험을 낳는다. 사고의 원인을 한 기업의 도덕적 결함으로만 정리해 버리면, 우리는 내일 다른 곳에서 터질 수 있는 ‘구조적 붕괴’를 막을 기회를 놓치기 쉽다. 필자는 쿠팡의 책임을 분명히 전제하되, 재발 방지를 위해 이 사태를 ‘정보가 흐르는 공급망’의 임계점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진단해보고자 한다.

[사실 요약: 공식 발표 및 조사 현황]
•    유출 정보: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등 기본 정보 및 주문 정보 (결제·로그인 정보 제외)
•    영향 범위: 약 3370만 명의 계정 정보 무단 접근 대상 (정부 조사 중)
•    확인 경로: 내부 보안 키 탈취로 인한 외부 무단 접근 (기업 발표 기준)
•    현재 조치: 1인당 5만 원 보상안 발표, 분쟁조정 및 관계 기관 수사 협력 중

① 사건의 재정의: 데이터는 공급망의 핵심 자산이자 ‘인권’이다

보통 공급망이라 하면 물건의 이동(물류)과 돈의 회전(재무)을 떠올린다. 그러나 오늘날의 공급망은 정보(데이터)가 결합된 ‘3절 구조’로 작동한다. 고객 정보는 이 파이프라인을 흐르는 가장 중요한 마스터 데이터(Master Data)이며, 공급망의 속도와 정확성을 만드는 핵심 연료다.

중요한 점은 이 데이터가 단순한 기업 자산을 넘어, 소비자의 ‘데이터 인권’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법적으로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지만, 공급망 관점에서는 보호받아야 할 ‘데이터 주권’이다. 이번 사태는 데이터가 수집·가공·전달되는 과정에서 보안이라는 연결 고리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경영진이 이윤과 속도라는 변수 옆에 ‘책임’과 ‘보안’이라는 상수를 강제적으로 배치하지 않는다면, 공급망의 설계도 자체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② 구조적 원인 진단: 속도는 높였지만 ‘안전 브레이크’는 충분했는가

쿠팡은 누구보다 빠른 물류 속도(Velocity)를 구현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데이터의 광범위한 공유와 실시간 처리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효율을 위해 데이터가 흐르는 경로는 넓어졌는데, 이를 통제할 보안 거버넌스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구조적 불균형’이 생긴다.

이는 물류 현장의 속도 경쟁이 노동 리스크를 키웠던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이윤을 위해 보안 비용을 후순위로 미뤘던 설계적 과오는 결국 마찰음을 만든다. 데이터 처리의 효율이 앞서간 반면, ‘안전 브레이크’에 해당하는 접근권한 관리와 협력사 통제 체계가 보강되지 못한 채 운영이 확장되면 사고는 결국 ‘시간 문제’였을 것이다. 이제 질문은 “누가 잘못했나”를 넘어 “속도 중심 설계가 커질 때, 경영진의 통제와 책임의 설계는 어느 속도로 따라왔나”여야 한다.

③ 트럼프 2.0 시대, 데이터 보안은 ‘통상 안보’의 거래 조건이다

이 사건은 국내 기업의 단발성 사고로 끝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는 이제 ‘가격’이 아니라 ‘신뢰’로 성립하며, 그 핵심 지표는 데이터 보호 역량이다. 필자가 저서 《트럼프 2.0의 경고》와 《2026 쇼크》에서 강조했듯, 앞으로의 공급망 리스크는 단순히 관세율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Trusted Supply Chain)’이 요구되는 시대에는 사이버 복원력(Cyber Resilience)이 곧 경쟁력이다. 미국의 C-TPAT이나 각국의 AEO 제도에서 정보보안 항목이 갈수록 강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고객 데이터의 보호 여부는 물류 보안만큼이나 엄격한 공급망 실사(Due Diligence)의 핵심 범위로 들어와야 한다.

④ 해법의 방향: 물류 실사와 ‘공급망 데이터 실사’의 결합

이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물리적 물류 보안을 점검하는 실사(Physical Audit)와 시스템을 흐르는 데이터의 무결성을 검증하는 공급망 데이터 실사(Supply Chain Data Audit)를 결합해야 한다.

이는 보안 부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다. 보안 전문가는 기술적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관세·통상·공급망 전문가는 수집된 데이터가 실제 거래나 통관, 계약 관계에서 어떻게 오염되거나 유출되어 리스크를 발생시키는지 입체적으로 진단한다. 보이지 않는 디지털 혈관(Data)과 눈에 보이는 물리적 흐름(Logistics)을 동시에 관리할 때 비로소 2026년의 거대한 통상 쇼크를 견뎌낼 방어벽이 완성된다.

[당장 시작하는 3단계 실행 체크리스트]
1. 데이터 흐름 맵핑: 고객·주문·배송 데이터가 어느 협력사와 클라우드를 거쳐 이동하는지 '데이터 지도'를 그린다.
2. 공유 구간 통제 강화: 협력사·외주 인력의 접근 권한을 '최소 권한 원칙'에 따라 재설계하고 상시 모니터링한다.
3. 사고 대응 증빙 체계화: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런북)은 물론, 사후 검증에 필요한 로그와 승인 이력이 누락되지 않도록 상시 데이터 실사 체계를 가동한다.

⑤ 마치며: 비난을 넘어, 구조를 점검할 시간

이 사태를 비난의 언어로만 소비한다면 우리는 똑같은 문제를 다른 이름으로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코 책임을 흐려서는 안 된다. 소비자에게 돌아간 불안과 피해는 현실이며, 기업은 그 무게를 법과 윤리로 감당해야 한다.

이제 경영진은 공급망이라는 비정한 수학 공식 속에 ‘안전’과 ‘신뢰’라는 상수를 강제로 집어넣어야 한다. 물류와 재무, 정보가 함께 움직이는 공급망 전체의 회복탄력성을 점검하는 일. 공급망의 투명성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 그것이야말로 2026년의 더 큰 쇼크를 막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근본적인 준비가 될 것이다.

☞신민호 관세사는?
현재 서울관세사회 회장이자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를 맡고 있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후 건국대에서 국제상무 전공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법무법인 율촌·충정 등 대형 로펌에서 관세통상 자문을 이끌었으며, 미국 워싱턴 D.C. 글로벌 로펌 파견 경험을 통해 국제 통상 식견을 쌓았다. 실무와 정책을 아우르는 공급망 전략가로서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트럼프 2.0의 경고』 등을 집필하며 기업들의 글로벌 생존 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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