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라면이 '케이(K)푸드'라는 이름으로 세계시장을 누비는 시대다. 하지만 수출 현장에서는 맛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이, 관세와 통관의 기준이 되는 '국제품목코드(HS코드)'다. 같은 김치인데도 국가마다 품목분류가 달라 분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김치 등 주요 수출 품목의 HS코드 신설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수출 현장에서 김치처럼 다양한 식품은 어떻게 분류되고 있을까.

배추김치, 총각김치, 백김치도 같은 품목일까
수출(또는 수입) 물품에 매겨지는 관세의 세율은 HS코드에 따라 결정된다. 겉보기에는 비슷한 물품이라도 어떤 HS코드로 분류되느냐에 따라 관세가 0%가 될 수도 있고,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도 있다.
김치는 국제적으로는 HS코드에서 별도 품목으로 구분되지 않고, 국내에서는 HSK(한국품목코드) 2005.99-1000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치는 주재료에 따라 배추김치·무김치·파김치 등으로 나눠지고 있고, 부재료로 고춧가루·액젓·마늘 등을 쓴다. 김치 종류가 다르면, 품목 코드도 다르게 적용될까. 관세청 관계자는 "2005호로 시작하는 분류 체계에 다 들어간다"고 말했다.
관세율표 제2005호에서 김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주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게 나눠지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조제 또는 보존한 채소'인지를 판단 잣대로 쓴다. 쉽게 말하면 절인 배추에 고추 양념이 들어갔든 아니든, 이는 김치를 결정하는데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라면 역시 HS코드에서 별도 품목으로 구분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HSK(1902.30-1010 등)로 세분화해 관리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봉지라면이든 컵라면이든 모든 면은 제1902호에서 규정한 파스타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국가마다 다른 HS코드가 만든 관세 분쟁
김치 수출은 일본과 미국이 압도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김치 수출액은 1억5167만1000달러로, 1년 전(1억4441만7000달러)과 비교해 725만 달러 넘게 늘었다. 김치 수출은 일본이 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미국은 32%로 뒤를 이었다. 그다음은 네덜란드(6%), 영국(5%) 순이다.
현재 중국을 제외하고 수출국에서 관세를 매기는 곳은 없으며, 관세 이슈는 수입국 세관에서 생긴다.
최다 수출국인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관세율은 원산지 요건을 충족했다면 자유무역협정(FTA) 협정관세율을 우선 적용받는다. 일본처럼 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WTO 양허관세율(22.9%)이 그다음 순위가 되지만, 기본세율(20%)이 더 낮으면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구조다.
가령 수출 물품 가격이 10억원이라고 하면, 관세(20%)는 2억원이 된다. 실제 과세가격은 운송비와 보험료 등을 포함해야 하는데, 편의상 물품 가격으로만 계산한 수치다. 여기에 일본 소비세(10%)는 물품 가격과 관세를 합한 12억원을 기준으로 부과돼 1억2000만원이 추가된다. 결국 일본으로 수출된 김치에 대해 수출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총 3억200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다른 나라에서는 김치를 조제 식료품이나 채소 조제품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 품목분류 분쟁으로 수출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출업자가 신고한 품목분류와 수입국 세관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이 경우 수입국 세관이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거나 통관이 지연·중단돼 최악의 경우 폐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도 세관은 김치를 국제표준에서 규정한 발효식품이 아닌 단순 절임 채소류로 분류, 통관을 보류했다. 장기간 추가 검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유통기한을 넘기면서, 보관 중이던 전량이 폐기됐다. 탄자니아도 김치를 발효식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어, 한국산 김치를 수출했을 때 '통관 거부' 우려가 크다.
이런 이유에서 관세청이 김치에 대한 별도 HS코드 신설을 추진하는 배경도 분명해진다.
김치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하나의 품목으로 명확히 규정해, 국가별 품목분류 차이에서 발생하는 관세 분쟁과 통관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품목분류에 따라 통관 안정성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HS코드 정비는 행정 문제를 넘어 수출경쟁력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김치 HS코드 신설을 시작으로, 수출 비중이 큰 K푸드(라면, 김밥, 만두 등) 전반에 대한 품목분류 정비도 단계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