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은 2009년에 설치됐는데,
관세청은 연간 500건이나 되는 불복이 제기되는데도 납세자보호관이 없다
-2019년 10월 23일 국정감사-
국세청과 관세청 등 세입기관이라면, 당연히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 '납세자보호관(납보관)' 제도가 그동안 없었다는 사실에, 2019년 당시 국정감사장은 크게 술렁였다.
국세청은 2009년 납보관 제도 신설에 더해 지난 2017년 정치 세무조사 논란에 휘말리자, 국세행정개혁TF를 운영하며 납세자 보호 제도를 크게 강화했다. 이에 반해, 관세청은 2019년까지도 마땅한 납세자 보호 제도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지적에 관세청은 급하게 납보관 신설 작업에 착수했고, 2020년 제도가 시행돼 올해로 5년째를 맞이했다. 5년이 지난 현재 관세청 납보관 제도는 자리잡을 때가 됐지만, 아직도 납세자들은 관세청 납보관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위기다.
관세청 납보관 제도는 어떤 역할을 하며,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관세청 납보관 제도는 무엇?
국세청에서 운영하는 납보관 제도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위법·부당한 일이 발생했거나, 부당한 과세처분, 세금 관련 고충민원 등을 해결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납세자가 납보관이나 각 지방청·세무서에 배치한 납세자보호담당관(납보담당관)에게 권리보호요청을 하면 이에 대해 처리해준다.
관세청 납보관도 국세청과 비슷한 프로세스로 운영하고 있다. 관세청 본청에는 납세자보호관이, 주요 6개 본부세관(인천공항·서울·부산·인천·대구·광주)에는 납세자보호담당관이 배치되어 있다.
관세청의 불합리한 처분이나, 세관공무원의 부당 행위로 어려움이 발생한 경우, 관세조사 중 위법·부당한 처분을 받았을 경우 납보관에게 권리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
권리보호 요청이 접수되면 납보관과 납보담당관은 각각 본청과 본부세관에서 납세자의 요청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납세자보호위원회와 함께 관세청의 행정 처분이 부당했는지 여부를 공정하게 판단한다.
민간위원은 관세·법률·재정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위법·부당한 행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역할도 맡는다.
언제 도움 요청할까?
#. A기업은 품목분류(HS코드) 오류로 인해 과도한 세금을 부과받았으나, 불복청구 기한이 지나, 환급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납보관에게 고충민원을 신청한 결과, 부과제척기간(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기한)이 남아 있어 재심사를 받을 수 있었다.
#. 수입업체인 B기업은 최근 3년 치 과세가격 등에 대한 관세조사를 받던 중, 조사 대상 기간이 최근 5년 치로 확대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어디에 민원을 제기해야 할지 몰랐던 B기업은 납보관 제도를 알게 된 후 권리보호 요청을 했다.
세관이 납세자에게 잘못된 세금을 부과했을 때, 납세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불복청구를 하지 않으면 환급을 받지 못한다.
이때 납세자가 납세자보호담당관을 통해 고충민원을 신청하면, 불복청구 기한이 지났어도 부과제척기간이 남아 있는 경우 재심의가 가능하다. 부과제척기간은 일반적인 경우 5년 이내, 부정탈세의 경우 10년 이내다.
관세조사 과정에서 부당하다고 생각할 때도 권리보호 요청이 가능하다. 당초 조사대상 기간이 3년이었는데, 갑자기 5년으로 늘어나거나, 이미 조사를 받은 사안에 대해 재조사가 진행되는 경우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납보관에게 해당 처분의 적정 여부를 점검 요청할 수 있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공무원이 부당하게 자료를 요구하거나, 납세자 동의 없이 장부를 복사하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도 이를 시정할 수 있도록 납보관이 지원한다.
관세청 권리보호 요청 실적, 얼마나?

관세청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본청과 6개 본부세관에서 처리한 권리보호 요청 건수는 연간 50여 건에 불과했다.
제도가 도입된지 이제 5년차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개인과 기업이 세관과 적지 않은 분쟁을 겪는 것에 반해 활용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대구본부세관은 2023년 한 해 동안 납세자보호 업무 실적이 전혀 없었다.
제도 이용률이 낮은 큰 이유는 제도 자체를 모르는 납세자가 많다는 점이다.
많은 기업과 개인이 세관과의 분쟁에서 법적 대응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납세자보호관 제도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에 더해 관세 업무 특성상, 납세자가 개인보다는 기업이 많다보니 대리인을 통해 해결하려는 사례도 많다는 전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납세자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온·오프라인 매체와 KTX·SRT 등을 통해 제도를 알리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관심 가질 수 있게 여러 방면으로 홍보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