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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와 세금]②이사라가 건넨 미술품

  • 2023.02.10(금) 07:00

아무리 비싸게 되팔아도 세금 '0원'이 되는 마법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의 처절한 복수극입니다. 드라마에서는 가해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계급과 서열도 다뤄지는데요. '세금'으로 그들 사이의 차이가 표현되기도 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포스터

이사라(김히어라 분)는 전재준(박성훈 분)이 운영하는 골프 리조트에 자신의 작품을 팔면서 "세금만 떼고 그대로 다시 돌려주는 거다"라고 말합니다. 어차피 그대로 다 돌려주는 것이니, 작품을 사는 재준의 입장에선 이득이라는 말입니다. 이 안에 어떤 맥락이 있는지 드라마 <더 글로리>를 통해 미술품 세금의 세계를 살펴보겠습니다.

미술품 세금의 세계

재준이 운영하는 골프장은 부모에게 상속받은 대형 리조트입니다. 사업의 규모로 보면 골프리조트는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사업자로 운영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법인사업자로 미술품을 구매하면 세금을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요. 세법에서 법인사업자가 업무에 관련해 사용한 자산은 비용으로 인정돼 절세할 수 있습니다. 미술품은 업무와 무관해 비용 처리할 수 없지만, 취득가액이 1000만원 이하이고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면 경비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개인사업자라면 가격과 무관하게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구매한 작품을 나중에 더 비싼 가격에 되팔면 세금은 어떻게 낼까요. 미술품이 비용이 아닌 법인사업자의 자산으로 등록되면 작품을 팔 때 양도차익이 법인의 소득에 포함돼 법인세가 부과됩니다. 

개인사업자라면 미술품 경비처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대신 부과되는 소득세가 적습니다. 우선 양도가액이 6000만원 미만이거나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이라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격이 비싸고 양도차익이 많이 발생해도 낼 세금이 '0원'인 것이죠.

설령 소득세가 과세된다 하더라도 필요경비가 80~90%로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5000만원의 작품을 사서 후에 1억원에 양도하면 양도가액의 90%만큼 경비가 인정돼 100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합니다. 

종합해보면 재준이 법인사업자 명의로 1000만원이 넘는 사라의 작품을 샀다면 법인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고, 후에 비싼 금액으로 양도한다 하더라도 법인세가 과세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습니다. 개인사업자 명의로 사고 판다면 합법적인 절세, 재테크 방법이지만 재준은 이에 해당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결국 "세금 떼고 다 돌려주는 것이다"라는 사라의 말은 비싼 가격에 작품을 팔고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재준에게 돈을 건네줘 비자금을 형성하는 것을 의미하겠죠. 그렇다면 여기서부터는 절세가 아닌 탈세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미술품 가치 산정과 세금

사라는 왜 재준에게 작품값을 다 돌려준 걸까요. 사라는 당장의 금전적인 이익은 없겠지만 자신의 작품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미술품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가가 규정되어 있지 않고 객관적인 가치도 산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1년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2만여 점에 달하는 미술품을 기부했을 때 그 가치가 얼마인지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박지연 세무회계여솔 대표세무사는 당시 "이건희 회장이 소장한 미술품의 면모를 보니 그 가액을 제대로 평가할 위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재산평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커 아예 기부라는 방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세무사들이 본 이건희 상속세 플랜). 미술품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할 때 가치 산정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21년 개정된 세법 시행령이 올해부터 적용되면서 앞으로는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물납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상속세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했을 때 문화재 및 미술품으로 물납할 수 있습니다. 외부 감정평가기관에서 미술품 가격을 감정하고, 국세청 내 감정평가심의위원에서 평가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박지연 세무사는 "미술품 가치 산정은 어렵고 복잡하다"라며 "물납할 수 있는 작품을 가진 사람은 이미 현금화할 수 있는 재산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아직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 같진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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