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법인들의 영업 방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기장과 세무신고 업무에 활용되기 시작했고,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따라 양도소득세 등 재산세제 수요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상속·증여와 가업승계, 기업 컨설팅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세무서비스를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요.
세무법인들도 변화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집중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국세청이나 회계법인 출신 전문가를 영입하고 다른 법인과 합병하면서 몸집을 키우는 곳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세무법인들의 실적과 순위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요.
택스워치는 2015년부터 매년 세무법인의 매출 순위를 집계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결산을 마친 세무법인을 포함해, 기업 신용평가사 테크핀레이팅스의 최신 재무자료를 토대로 업데이트된 매출 순위를 살펴봤습니다.

400억원대 매출 '3파전'…다솔 1위
매출액 1위는 세무법인 다솔(대표 안수남)이 차지했습니다. 다솔은 올해 6월 말 기준 449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요. 지난해 427억원보다 약 20억원이 늘어난 실적입니다.
다솔은 택스워치가 세무법인 순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9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던 전통의 강자입니다. 최근 3년간 광교, 비앤에이치와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데요. 양도소득세 대가인 안수남 대표를 중심으로 성장한 다솔은 최근 안원용 부대표 체제를 다지면서 상속·증여와 가업승계, 법인 컨설팅 등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넓혀가는 모습입니다.
2위는 445억8000만원 매출을 낸 비앤에이치 세무법인(대표 백상훈)이었습니다.
비앤에이치는 대형 회계법인들 사이에서도 세무 분야에 정통하다고 알려진 안진회계법인 출신 전문가들이 2018년 설립한 신흥 강자입니다. 굵직한 세무 사건을 수임하면서 설립 초기부터 빠르게 매출을 키웠고, 최근에는 40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3위는 광교세무법인(대표 송동복)으로 434억2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광교는 국세청 출신 전관 세무사가 가장 많은 법인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전군표 전 국세청장을 비롯해 지방국세청장, 세무서장 출신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또한 1999년 설립돼 상위 50개 법인 가운데서도 업력이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기도 하죠.
이렇게 톱3가 4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그 차이가 촘촘했는데요. 4위부터 6위까지 3곳은 200억대 매출을 기록하며 상위 3곳과는 큰 폭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4위는 예일세무법인(대표 임승환)으로 262억4000만원 매출을 냈습니다. 세무대학 출신들이 주축인 예일은 오랫동안 톱5를 지켜온 세무법인인데요. 서울 역삼역 인근에 사무실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 알짜 세무법인으로도 알려져 있죠.
이어 230억5177만원을 기록한 택스홈앤아웃(대표 신웅식)이 5위에 올랐습니다. 택스홈앤아웃은 병의원 전문 세무법인으로 잔뼈가 굵은 곳입니다. 6위는 한맥(201억6701만원)은 황성훈 대표를 중심으로 수천 개의 기장 거래처를 기반 삼아 꾸준히 성장해 온 법인입니다.
7위 에이치케이엘(대표 황재훈)은 매출 194억843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BKL세무법인에서 출발한 곳으로, 세무조사통으로 알려진 황재훈 대표를 필두로 국세청 출신 전문가들을 꾸준히 영입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세무조사 대응에 강점을 가진 법인으로 꼽힙니다.
8~11위는 160억원대 매출을 낸 탑코리아(대표 최진호), 센트릭(대표 안만식), 이촌(대표 박외희), 민우(대표 김용재)가 차지했는데요.
이 가운데 센트릭은 주목할 만한 법인입니다. 지난해 8월 이현세무법인과 세무법인 대륙아주가 업계 최초로 합병해 탄생한 곳인데요. 국세청 출신 고위직과 상속·증여, 가업승계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몸집을 키우면서 지난 집계 15위에서 9위로 올라섰습니다. 세무법인 대형화의 상징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죠.
종로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촌은 오랜 업력과 국세청 출신 전문가들을 바탕으로 꾸준히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세무업계의 터줏대감입니다.

중위권 주목할 만한 새 얼굴은 누구
10위권 밖에서는 민우의 성장세가 돋보였습니다. 지난해 89억원대였던 매출이 160억원대로 뛰면서 11위에 올랐는데요. 기업 컨설팅과 국세청 출신 전문인력을 앞세워 10위권 진입을 노리는 모습입니다.
20위권에서는 젊은 세무사들이 이끄는 법인들도 눈에 띕니다. 17위 진솔(대표 김규흡)과 18위 엑스퍼트(대표 김조겸)인데요. 두 법인 모두 1980년대생 대표를 중심으로 전문 분야를 파고들며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병의원 전문 세무법인 진솔은 지난해 107억원대였던 매출을 올해 127억원대로 늘렸습니다. 병원 개원부터 운영, 양수도, 세무조사 대응까지 병의원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데요. 소속 세무사들이 분기마다 병원을 직접 찾아가 매출과 비용, 예상 세금 등을 점검하는 밀착형 컨설팅도 특징입니다.
엑스퍼트는 김조겸 대표를 비롯해 이정근·강홍구·강효정 세무사 등 젊은 전문가들이 크리에이터와 부동산 등 업종별 맞춤형 세무서비스를 제공하는 법인입니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와 세무조사 대응 전문인력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중위권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을 확보하려는 법인들이 자리했습니다. 28위로 95억3855만원 매출을 낸 세이브택스(대표 장승진)는 세금 환급 서비스와 협력하는 한편, 벤처기업협회와 손잡고 법인 설립·전환 등 기업 지원 서비스를 넓히고 있습니다.
수익 많이 남긴 영업이익률 1위는
매출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이익도 많이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매출에서 원가와 판매관리비 등을 뺀 영업이익으로 본업에서 수익을 많이 낸 법인들도 살펴봤는데요.
올해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낸 곳은 매출 3위인 광교였습니다. 광교의 영업이익은 61억1000만원으로 다솔(47억7000만원), 예일(44억3000만원)을 앞섰습니다.
매출 2위 비앤에이치의 영업이익은 14억1000만원이었습니다. 광교와 비슷한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인 영업이익률로 순위를 매기면 어떨까요.
50개 세무법인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매출 18위인 엑스퍼트였습니다. 엑스퍼트는 120억원의 매출을 올려 31억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는데요. 영업이익률은 무려 26.5%에 달했습니다.
엑스퍼트에 이어 모두(20.2%), 프라이어(19.1%), 메리트(19.0%), 에이치케이엘(17.8%), 예일(16.9%) 등이 영업이익률 상위 6위 안에 랭크됐습니다. 경남 김해에 본점을 둔 택스코리아도 16.0%로 영업이익률로는 7위에 안착하며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매출액 톱3의 영업이익률은 광교 14.1%, 다솔 10.6%, 비앤에이치 3.2%로 차이가 컸는데요.
매출 10위권인 한맥의 영업이익률은 0.6%, 탑코리아는 0.9%에 그쳤습니다. 택스홈앤아웃(2.1%)과 이촌(2.4%)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매출 100억원을 넘기고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곳도 있었습니다. 부산의 창신은 약 11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이 1억4000만원이었습니다. 청솔과 미추홀도 영업손실을 기록해 상위 50곳 가운데 적자 법인은 3곳이었습니다.
강남·서초만 잘나갈까…지역 매출 강자는
매출 상위 50개 세무법인 가운데 37곳은 서울에 본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강남구가 19곳, 서초구가 8곳으로 두 지역에만 27곳이 몰려 있었는데요.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도 탄탄한 매출을 올리는 세무법인들이 있었습니다. 비수도권에서 가장 매출이 많은 곳은 부산의 세무법인 창신(대표 김동배)이었습니다. 109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20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같은 부산의 송림(대표 이경안)은 98억원으로 26위를 차지했습니다. 송림은 부산을 기반으로 서울과 경남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세무법인입니다.
경남 김해의 택스코리아(대표 장선일)는 93억4000만원으로 31위에 올랐습니다. 매출 규모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약 15억원으로, 수도권의 상당수 대형 법인보다 많은 이익을 남겼습니다.
대전을 대표하는 중원(대표 김동인)은 86억2000만원으로 37위, 강원 강릉에 기반을 둔 율곡(대표 김남현)은 76억3000만원으로 43위를 기록했습니다. 두 곳 모두 지역에서 오랫동안 매출 상위권을 지켜온 법인입니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서도 인천의 그린(116억8286만원, 대표 한봉진), 경기 용인의 모두(97억7726만원, 대표 이병학), 경기 안양의 티엔비(93억8351만원, 대표 황윤순), 인천의 미추홀(85억6739만원, 대표 김상돈)과 오투스(81억4791만원, 대표 김상부) 등이 돋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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