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래소와 개인지갑, 탈중앙화거래소 거래를 얼마나 정확히 포착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택스워치는 가상자산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의 자문을 받아, 투자자가 실제로 내야 할 세금부터 취득가액 계산, 거래유형별 과세기준, 제도상 남은 과제와 이를 준비하는 과세당국의 조직 운영까지 살펴본다.
부동산을 팔아 돈을 벌었다면 세금을 계산할 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다. 얼마에 팔았는지, 그리고 얼마에 샀는지다.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1억원에 코인을 팔더라도 3000만원에 산 사람과 8000만원에 산 사람의 소득은 다르고, 내야 할 세금도 달라진다.
2027년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작되기 전, 내가 가진 코인을 얼마에 샀는지 알아둬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코인은 부동산처럼 매매계약서 한 장만 보면 처음 산 가격을 알 수 있는 자산이 아니다.
국내 거래소에서 산 코인을 개인지갑이나 해외 거래소로 옮기기도 하고,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이나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기도 한다. 에어드롭이나 하드포크처럼 돈을 주고 사지 않았는데 새 코인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거래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내 코인의 원가가 얼마인지'를 따지는 일도 복잡해진다. 그렇다면 2027년 과세를 앞두고 투자자는 어떤 가격을 취득가액으로 봐야 하고, 무엇을 미리 챙겨둬야 할까.

1억에 샀어도 취득가액은 10억?
가상자산 세금은 코인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금액에서 취득가액과 부대비용 등을 제하고 계산한다.
쉽게 말해 코인을 1억원에 사서 1억2000만원에 팔았다면 실제 번 돈은 2000만원이다. 여기서 1억원이 세법에서 말하는 '취득가액', 쉽게 말해 코인의 원가다.
다만 2027년 과세가 시작되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코인은 조금 다르다.
세법은 실제로 코인을 산 가격과 2026년 말 가격을 비교해 둘 중 더 큰 금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한다.
몇 년 전 1억원에 산 비트코인이 2026년 말 10억원이 됐고, 이후 12억원에 팔았다면 취득가액은 과거 매수가격인 1억원이 아니라 10억원이다. 과세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오른 9억원까지 세금을 매기지는 않는 것이다.
반대로 15억원에 산 코인이 2026년 말 10억원으로 떨어졌다면 실제 산 가격인 15억원을 취득가액으로 사용할 수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비싸게 샀다면 원칙적으로 비싸게 산 가격이 취득가액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5억원을 주고 샀는데 취득가액을 10억원으로 낮춰버리면 투자자가 실제로 벌지 않은 돈까지 이익으로 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하지만 세금을 줄일 목적으로 특수관계인끼리 거래하면서 가격을 일부러 높이는 경우까지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면서 "이런 비정상적인 거래라면 시가 등 별도의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갑 옮기고 코인 바꾸다 보면 원가는?
문제는 오래된 코인의 가격을 어떻게 찾아내느냐다.
국내 거래소 한 곳에서 사고팔았다면 거래내역을 확인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코인은 거래소 밖으로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 산 비트코인을 개인지갑으로 보냈다가 해외 거래소로 옮기고, 몇 년 뒤 다시 다른 지갑을 거쳐 국내 거래소에서 팔 수도 있다.
블록체인에는 코인이 어느 지갑에서 어느 지갑으로 움직였는지가 기록된다. 하지만 그 기록만 보고 이 코인을 누가 처음 얼마에 샀는지까지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1억원에 산 비트코인을 몇 년 동안 여러 지갑으로 옮긴 뒤 1억2000만원에 팔았다면 실제 이익은 2000만원이다.
하지만 처음 1억원에 샀다는 기록을 찾지 못하고 취득가액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세금 계산상 이익이 실제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
황 교수는 "취득가액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해서 0원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 납세자가 번 돈과 세금 계산상 소득 사이에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인을 다른 코인으로 바꾸는 경우는 어떨까.
비트코인 가격이 1000만원일 때 이를 이더리움으로 바꿨다면, 세금 계산에서는 비트코인을 넘기고 대신 이더리움을 받은 '교환'으로 본다.
교환 당시 비트코인의 원화 가치인 1000만원을 양도가액으로 보고, 새로 받은 이더리움 역시 1000만원에 취득한 것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이더리움을 다시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면 또 새로운 거래가 생긴다. 코인을 여러 차례 바꿨다면 '처음 얼마에 샀는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각각의 코인을 언제, 얼마의 가치로 바꿨는지도 이어서 확인해야 한다.
거래소 거래내역과 입출금 내역, 개인지갑 주소와 거래기록 등을 미리 챙겨둬야 하는 이유다.
돈 주고 산 적 없는 코인은 얼마짜리일까
더 복잡한 경우도 있다. 돈을 주고 산 적이 없는데 내 지갑에 새로운 코인이 생기는 경우다.
대표적인 것이 에어드롭이다. 에어드롭은 가상자산 회사나 프로젝트가 기존 이용자 등에게 코인을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무료 증정과 비슷하다.
직접 돈을 주고 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이 코인을 팔 때 '얼마에 취득한 것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취득가액을 정하기 까다로운 대표적인 사례다.
하드포크도 마찬가지다. 하드포크는 하나의 블록체인이 갈라지면서 새로운 코인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코인을 가진 투자자가 새 코인을 함께 받기도 한다.
이때는 하드포크의 형태에 따라 취득가액 문제도 달라질 수 있다.
기존 A코인이 사라지고 새로운 B코인으로 완전히 바뀐다면 A코인의 취득가액을 B코인이 이어받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반대로 A코인은 그대로 있는데 새로운 B코인을 추가로 받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돈을 주고 사지 않은 B코인의 취득가액을 얼마로 정할지가 새로운 쟁점이 된다.
에어드롭과 하드포크뿐만 아니다. 스테이킹이나 디파이 등 거래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언제 코인을 취득한 것으로 볼지, 그때 취득가액을 얼마로 잡을지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7년 1월부터 시작된다. 2027년 한 해 발생한 소득에 대한 첫 신고는 2028년 5월이다.
황 교수는 "현재 법에는 가상자산의 양도와 대여에 대한 큰 틀이 담겨 있지만 실제 거래 유형별 기준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과세가 시행되기 전 고시 등을 통해 취득가액 산정 기준을 명확히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편 계속















